분산형 에너지 시대, 지능형 에너지 플랫폼 구축 필요
[Industry News 박관희 기자]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는 기업들의 체질개선을 요구한다.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솔라시티(Solar City) 인수 후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 Enery Storage System, 이하 ESS) 시장에 진입했고,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적용으로 30% 이상의 에너지 비용 절감을 이뤘으며, 지멘스는 IoT기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세계에 소개했다.
전기기기, 항공기 엔진 등을 생산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 역시 산업인터넷 솔루션 프리딕스(Predix)를 내놨다. 사내 컨퍼런스인 ‘마인드+머신(minds+machines)’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프리딕스는 터빈, 엔진등 산업용 중대형 장비나 부품에 센서를 통해 스마트 기능을 부여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2차 산업혁명으로 전통 제조업 기반을 갖춘 지멘스와 GE가 4차 산업혁명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것이다. GE는 프리딕스를 통해 1조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지멘스는 마인드스피어를 통해 100여 곳 이상의 고객사를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플랫폼 공유가 본격화되면서 협업이 활성화 되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게 됐다. 생산과 공정, 품질에 이은 재고관리까지 제조 프로세스 전반이 지능화 되고, 효율화 된 것이다.
국내 에너지 산업계도 데이터와 정보 공유를 통한 역량의 증진이 예상된다. 산업기술 R&D의 컨트롤 타워인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탑재된 에너지 플랫폼의 실현을 위해 법제개선과 함께 정부의 지원방향을 모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박진호 에너지산업 MD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요구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고, 발전소와 송전탑의 지역 편중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돼 분산전원의 확대 역시 필요하다”면서 “따라서 국내 에너지 산업도 데이터기반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실시간 매칭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보 공유를 위한 인프라, 다시 말하면 지능형 빅데이터 기반 에너지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기준 국내 에너지 산업의 발전설비용량은 약 116GW 규모.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이어지더라도 신고리 5,6호기를 포함 2022년까지 21GW의 발전소가 추가적으로 건설될 예정이고, 올해 전력소비량이 정점을 찍었던 8월 최대전력량이 84.5GW인걸 감안하면 당분간 전력수급은 안정적이고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에너지 저성장시대로 진입했음을, 따라서 공급예비율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유틸리티 발전소 증설에 기대왔던 에너지산업 발전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은 에너지공기업의 독점적 데이터 소유와 표준화 되지 않은 데이터, 축적·활용되지 않는 에너지 빅데이터 등 국내 에너지 데이터 구조 문제를 일소해 에너지 산업의 혁신 역량을 제고 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 주관으로 공기업별 분산된 데이터의 품질을 높여나가기 위한 제도개선과 함께, 데이터 보안이 보장된, 체계화된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해 공기업들의 데이터 공개를 유도하고, 데이터 수요자에게는 개별 요구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박진호 에너지산업 MD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달리 한국은 에너지공기업이 존재, 오히려 초기단계에서 정부의 역할이 좀 더 작동하기 쉬운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 수준에 있는 전력망과 가스 배관망 등 하드웨어 역량은 이미 갖춰진 수준이고, 다만 놓치고 있는 것이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고, 플랫폼에 놓고 함께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박 에너지산업 MD는 “에너지 플랫품 R&D를 통해 스마트에너지 시티를 구축하고, 에너지 빅데이터, 산업 정보의 공개와 활용으로는 새로운 창업기업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