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민 의지가 저탄소 경제성장의 초석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파리협정 이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 세계 197개 당사국은 다양한 방식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2020년까지 국가가 결정하는 온실가스 감축기여분인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제출한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개최한 ‘2018 국제 온실가스 컨퍼런스’에서는 몰디브, 영국, 독일, 싱가포르, 일본을 비롯해 국내 NDC 이행 계획에 대한 최신 동향이 소개됐고 전문가 토론을 통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몰디브 : 2030년 BAU 대비 10% 감축목표 수립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등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국가인 몰디브의 환경에너지부 함훈 모하마드(Hamdhoon Mohamed) 담당관은 몰디브를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로 아시아에서 제일 작은 국가라고 소개하며 2030년 BAU 대비 10%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하마드 담당관은 “재정적인 자원 확보 및 기술역량 강화를 통해 조건부로 24%까지 상향이 가능하다”며, “몰디브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가는 아니지만 동남아 1인 배출량과 비교해 높은 편으로 소규모 섬 국가의 의장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몰디브는 관광산업이 주인 국가로 발전, 산업, 운송 등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비해 민간 배출량은 많지 않다. 기후변화운영위원회 및 NDC조정실을 설치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며 NDC 이행에 대한 모니터링 추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모하마드 담당관은 “정부 및 민간 모든 조직에 환경 담당자를 지정하고 있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관여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소개하며, “그러나 법적 프레임워크 및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NDC 이행을 통해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대기질이 어떻게 개선될지 등 다양한 인지도 제고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영국 : 1990년 대비 2050년 온실가스 80% 감축목표 수립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있어 가장 선진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영국은 오래 전부터 제도적 장치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의지를 통해 체계적이고 강력한 NDC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대사관 데이비드 마키(David Markey) 경영환경 및 기후외교 팀장은 1990년 대비 2050년 온실가스 80%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추진 중인 탄소예산 정책과 발전, 수송 등 부문별 감축정책을 소개했다.
마키 팀장은 “영국은 EU ETS 외에 탄소세 성격의 탄소가격하한제를 실시하고 있고 2030년까지 꾸준한 인상이 예정돼 있다”며, “이러한 석탄 발전의 지원 축소 및 단절을 통해 탈탄소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 발전부문의 모든 석탄 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고 이외에도 탄소배출이 극심한 산업부문의 경제성을 떨어트려 저탄소 산업이 장려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선도적인 NDC 이행은 정당을 초월한 지지와 시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반대 목소리는 없었고,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고 언급한 마키 팀장은 “기후변화법 제정을 통해 2050년까지 1990년도 배출량의 8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위해 기후변화위원회, 탈석탄동맹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며, “주목할 점은 2008~2012년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12%의 경제성장도 이뤄내 탄소배출에 대한 감축과 동시에 경제 성장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정 성장을 핵심으로 두고 있는 영국은 재생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믹스 정책에 따라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발전 부문의 NDC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선제적인 투자와 대응을 통해 서서히 그 성과가 나오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산업혁명 이후 135년만에 처음으로 석탄발전 없이 24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했다. 이는 1882년 런던 홀번 비아덕트에서 첫 중앙제어 석탄발전소를 연 이후 처음이다.
몰디브와 영국 사례로 살펴볼 수 있는 점은 경제적 이슈에 밀려 정책 및 산업투자에 뒷순위로 밀려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관심이 NDC 이행에 기반이 되고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는 경제와 환경이 맞물려 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의지가 탄소배출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영국 사례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