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저감 장치 문제 발발, 디젤차 시내 운행 금지 확대
[인더스트리뉴스 박관희 기자] 글로벌 2위 트럭업체가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된 트럭의 배출가스 저감 부품에 성능저하 현상이 발견돼 기준 밖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되면서 배출가스 저감 장치의 성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독일의 디젤차 판매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했다. 유럽의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지역은 올 9월부터 배출가스 측정이 NECD(New European Driving Cycle, 이하 NECD)에서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duty vehicle Test Procedure, 이하 WLTP) 방식으로 강화됐다. WLTP 방식은 보다 실제 도로주행 기준에 근접한 배출가스 측정방식으로 NECD에 비해 측정 사이클은 50% 늘리고, 측정주행거리도 2배 이상 늘려서 계산한다. 업계에서는 이 방식 변경만으로도 20% 이상의 배출가스가 더 생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2017년 초 45%에 달하던 디젤차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 함부르크,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가 노후 디젤의 시내 운행금지를 법제화에 합류했다. NGO들이 진행 중인 디젤차의 운행금지 관련 소송은 독일 34개의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소송결과에 따라 정부의 노후 디젤차 신차 교환 프로그램은 기존의 14개 도시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전역의 유로4 디젤차는 약 310만대이고 유로5 디젤차는 약 550만대에 달한다.
종합하면 디젤차의 운행금지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유럽의회는 지난 10월 10일 2030년까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1년 기준보다 추가로 35%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부터 유럽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은 1km당 62g으로 제한된다.
규제 강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젤차에 대한 지원책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집권당은 질소산화물 수치가 기준(50마이크로그램/cubic meter)를 초과하는 14개 도시의 유로 4, 5 디젤차에 대해 신차구매 또는 매연방지 장치 업그레이드를 보조해주기로 했다. 이에 해당하는 노후 디젤차는 약 140만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용부담 주체는 완성차 업체들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SCR 등 매연방지 장치 업그레이드 보다는 신차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낡은 디젤차를 신차로 교환하면 업체당 2,000~1만유로를 지원한다. 각종 규제로 독일 등 유럽의 디젤차의 중고차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번 정책지원으로 기존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합쳐지면 부담이 대폭 낮아져 소비자들이 구형 디젤차를 신규 전기차로 바꾸려는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들도 연비측정 기준과 EU의 탄소배출 규정 강화에 따라 전기차 판매 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노후 디젤차의 신규 전기차로의 교환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프로그램의 세부사항이 확정돼 실시되는 2019년 독일의 전기차 판매는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한 연구원은 2019~2020년에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Semi)의 판매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전기트럭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했고, 전기 승용차대비 5~10배나 큰 대용량 배터리가 장착될 전기트럭들은 국내업체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시장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 연구원은 “우리업체들의 주력 시장인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 강화도 배터리 관련업체들에게 성장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향후 배터리 용량이 작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대신 순수 전기차 위주의 판매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