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국내 태양광 업계 성장 위한 호재, 프로젝트 참여 기준 명확하고 세분화 필요성 제기
[인더스트리뉴스 최홍식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태양광‧풍력 업계에서는 내수 활성화 및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 일자리 창출 등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호재라 전망하고 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은 새만금 지역을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해 재생에너지 산업의 선점과 선도를 이끌겠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유휴부지나 산업용지로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해 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위해 사용되는 지역은 전체 새만금 지역에서 9.5%에 불과한 면적이며, 용도제한지역이나 유휴지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2.8GW의 태양광과 0.2GW의 풍력 및 연료전지 단지를 단계적으로 조성해 나가게 되며, 2026년까지 1GW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해 해상풍력 배후 항만 구축, 제조기업 유치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의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발표 이후 재생에너지 관련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기존 프로젝트 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부터 전북도민을 무시한 사업진행이라는 등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의 내수 활성화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특히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이번 계획에 혜택을 누리는 국내 기업은 매우 한정적일 것이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계 태양광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중국기업의 수익 독식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업계에서 이러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 이제 막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이 발표된 데다가 세부 사항이나 상세한 사업 추진 계획 등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국계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태양광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지금의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 한국에너지공단에 문의한 결과 2016년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 용량을 기준으로 중국산 모듈 비중이 28%로 확인됐다. 에너지공단의 이러한 통계 자료에 대해 태양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계수치상 국내에서 생산돼 설치된 모듈의 비중이 72%에 육박하지만 여기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셀이나 부품에 대해서는 상세한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며,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일부 기업에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중국산 부품을 가져와 모듈로 조립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내수 활성화 및 국내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부품 생산 및 활용 역시 국내 기업 제품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태양광발전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는 “이번 새만금 계획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태양광 산업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위협이 거센 상황이었다. 발전 효율과 관련된 기술력이 상향평준화 된 가운데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중국 기업의 공세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한국 제품의 발전 효율이 월등히 높아지거나 제조과정에서의 단가 하락을 위한 기술 개발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2.8GW의 태양광을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내 태양광 산업 규모가 작은 상황인데 생산 용량이 그 수요를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수요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해외 기업들이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 전문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기업의 모듈 생산용량은 연간 6~10GW 정도 될 만큼 규모가 크다"며, "국내 생산 용량 부족을 언급하는 것은 태양광 업계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태양광 산업 규모가 작아서 공급이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공장을 늘리고 생산 규모를 국내에서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된다. 그렇게 될 경우 공장 증설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부분도 해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그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개발 계획이 시행됨에 있어 국가적 사업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 활성화 목적과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을 위해 AS 조직을 갖추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며, 품질 관리 조직의 역량 등을 프로젝트 참여 조건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태양광 모듈 제조 기업 관계자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특정 기업을 위한 방침을 마련하는 것이 논란의 소지가 있고 WTO에 위반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국가 에너지전환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므로 저품질 외산 제품 사용을 방지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고품질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새만금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내 제품 활용을 위한 기준과 세부방안, 단계별 계획이 명확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의 명확한 기준과 국내 기업의 적극적 참여,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새만금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공적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새만금 개발 사업이 전북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일부 지역 기업만 참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EPC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 소재 태양광 기업 관계자는 “새만금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인만큼 참여기업이 한정적이거나 참여 제한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설치 실적이나 기업신용평가 등을 기준으로 하겠지만 결국 일부 기업만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타 지역 재생에너지 기업 입장에서 ‘그림의 떡’인 상황이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산이나 전북 등 지역기업 참여를 우선으로 하되 소규모의 타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태양광 산업 전체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 납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 저렴한 중국산 설비를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또 다른 국내 EPC 기업 관계자는 “기업 이익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국내 제품을 사용하려는 의지와 인식을 우선 가져야 한다”며, “국내 제품의 경우 AS 지원이 원활하며, 국내 환경에 적합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경우 오히려 경제적 이익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