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스마트공장의 상징적인 대상이 된 협동로봇에 대한 각국의 기술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버금가는 H/W부문의 기술력을 갖춘 가운데 이제는 인식·자동작업·충돌방지 등의 지능화 S/W부문으로 총구를 돌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완전 자동화가 불합리한 결과 초래할 수도
공장자동화라고 하면 공정 설비 라인 등 모든 것이 스스로 운영되는 완전 자동화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부담도 되지만 앞으로 소비 추세에 대응하기 부적절한 방식이다.
감성, 부가서비스 등 고객의 니즈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이제 물건 만드는데 ‘생산성’ 보다는 ‘타이밍’이 더 중요해졌다. 이처럼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연하게 공급하는 데는 협동로봇이 빛을 발한다.
협동로봇은 사람의 손과 같이 움직이는 경량 산업용 로봇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외부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데 유용하다. 어떤 개소에도 설치 가능하며 특히, 안전사고를 염려할 필요 없이 작업자 근거리에서 제 할 일을 수행한다. 어떤 공장에도 동일한 현태의 공장이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더라도 공장 여건에 맞는 최적의 자동화를 위해서는 협동로봇이 제격이다.
협동로봇이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측면에서 이점이지만 어찌됐던 간에 제조현장에서 사람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협동로봇이 더 부각된다. 설계, 생산, 출하 단계마다 ICT로 기능과 AI 프로세서를 보완하고자 하지만 핵심적인 의사결정 단계는 여전히 사람이다. 사람을 배제시키기 보다는 사람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도록 스마트공장의 방향과 흐름을 잡아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계는 협동로봇 기술경쟁 중
스마트공장에 있어 협동로봇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국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미국의 유니버설로봇은 세계 최초로 협동로봇을 상용화할 만큼 장시간 기술력을 축적했으며,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제조공장에 제품을 안착시켰다.
유니버설로봇은 로봇 기술력뿐 아니라 센서, 작업모듈, 소프트웨어, 기타 악세서리까지 연동할 수 있도록 UR+ 플랫폼을 구축했다. 올 상반기 기준 20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해 마감, 조립, 머신텐딩, 디스펜싱, 소재제거, 금속가공, 용접 등의 작업 성능을 개선시켰다. 유니버설로봇 한국지사 이내형 대표는 “지난 1분기 기준 한국에서 유니버설로봇은 지난해 동기 대비 58% 성장했다”며, “장기간 코로나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는 지난해 보다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세계 최대 시장의 이점을 적극 살려 협동로봇 선두 대열에 합류할 채비를 갖췄다. 2000년 설립된 SIASUN은 세계 13개국에 자사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현재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선전, 심양에 5개 자회사를 보유한 중국 최대 산업용 로봇 기업으로 우뚝 섰다. 7축 협동로봇, 쌍안 시각 프로그램을 탑재한 양팔로봇이 주력 제품이며, 최근 장쑤성 난징 장닝개발구에 협동로봇 연구개발센터 등 생산기지 건설 계획을 공표하며 기술력 축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산업로봇 기술력을 필두로 협동로봇 시장에서 여러 기업들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했다. 3개 기업이 2017년 기준 시장 점유율 절반(FANUC 20.4%, YASKAWA 15.3%, KAWASAKI, 8.5%) 가량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낙(FANUC)는 1977년 첫 제품 생산 이후 2019년 기준 누적 60만대를 보급해 산업로봇 기업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야스카와는 (YASKAWA) 2017년 6월 기준 최초 최경량 7kg으로 부품 조립과 검사공정에 적용 가능한 6축 협동로봇 모토미니를 출시했으며, 가와사키(KAWASAKI)는 최대 7Kg의 탑재 용량을 자랑하는 6축 수직 다관절 로봇을 출시해 시선을 끌었다.
유럽도 혁신적인 제품들을 등판시키고 있다. 독일 KUKA의 iiWA는 자중 대비 가반하중이 1:2에 이르고, 모든 조인트에 장착된 토크센서를 통해 외부의 힘을 감지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로봇 운전자 혹은 주위의 작업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뛰어나다. 스위스의 ABB YUMI는 수작업 공정에 작업자와 동시 작업을 목표로 양손 작업형(Dual Arm Type) 협동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일부기업들이 협동로봇을 상용화하면서 세계 무대에 파고들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터치식 작업지시화면 등 간단한 유저인터페이스(UI), 로봇을 손으로 직접 움직여 작업을 지시하는 직접교시 기능 등이 포함된 가반하중 5Kg급 협동로봇 HCR-5을 출시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가반 중량 6~15Kg, 작업 반경 0.9~1.7M를 범위로 하는 협동로봇 제품군 ‘M 시리즈’ 4종을 출시했으며, 폭넓은 솔루션도 가미해 업계 최다 협동로봇 제품 라인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현대위아는 독일의 지멘스 CNC를 기반으로 에너지 절감, 가공 최적화 등이 가능한 HMI를 상용화 해냈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장비들의 가동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적극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23년까지 협동로봇 70만대(누적) 보급을 골자로 하는 제3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환경개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실증 및 인력양성을 도모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이와 같이 될성부른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지분을 늘려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지능화에 더 열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솔루션이 앞 다퉈 AI, 빅데이터 등 지능화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협동로봇도 이런 추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협동로봇 시장은 AI 로봇제어 고도화 및 비제조업 현장 등의 기술도입으로 2018년 1조5,623억원 규모에서 2022년 6조5,725억원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제조용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로봇 핵심 기술, 부품, 소프트웨어 등 부문별로 다양하게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관계자는 “대기업이 인식・자동작업・충돌방지 등의 지능화 S/W 측면의 국제경쟁력이 미흡하다는 것을 고려해 제어기, 센서 등 로봇 고유의 기계적 핵심요소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IoT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의 기반이 되는 기술 개발을 통한 로봇의 보편화 및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5G 및 클라우드 등 제조용 로봇의 고도화를 위한 추가 기술 개발과 그에 대한 실증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