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이차전지 원자재 등 이차전지 관련 역수입 가속화 현상에 따라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단기 호재로 그칠 수 있어 수급계획 수립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국회의원이 우리나라 주력산업 중 하나인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산업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미국의 IRA에 따른 FEOC(해외우려기업) 세부규정 방향에 따라 단기 호재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원자재 수입국 다원화가 및 이차전지 수급계획 수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장섭의원실에서 공개한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리튬이온 축전지를 포함한 전체 이차전지 수입 규모가 약 62억 달러에 달한다. 그중 약 77%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K-배터리 3사로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3사가 각자의 중국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국내로 역수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연도별 이차전지 수출입 현황을 들여다보면 역수입 증가 속도 또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3사가 중국에서 들여온 이차전지의 비율이 국내로 들여오는 전체 이차전지 수입금액의 약 55%였던 반면, 2022년에는 약 76%로 크게 올랐다. 올해 8월까지 누적된 배터리 3사의 중국 수입금액은 이미 작년 전체의 금액을 넘어선 상태다.
이차전지 원자재(광물) 수급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전구체와 수산화리튬 등 이차전지 핵심광물 가공품의 경우 많게는 96.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전량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정부는 그간 원만한 대미(美)협상 추진으로 우리 산업에 유리한 IRA 상세요건이 확정돼 IRA가 양극재 등 핵심소재 수출 확대에 결정적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美 IRA를 계기로 이차전지 완제품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국내 투자가 활발히 추진 중인 만큼, 우리 이차전지 산업 전반의 수출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부의 장밋빛 전망이 너무 섣부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IRA에 따른 배터리 세액공제 기준 중 하나인 FEOC(해외우려기업)에 대한 세부규정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정부의 소유·통제에 있는 기업이 해당할 것 정도만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국내에 중국 업체와 지분변동이 가능하도록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FEOC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투자가 확정된 6조원 정도의 프로젝트도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정부는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희소금속에 대해 일정량의 비축 목표를 설정해 비축하고 있는데 그 물량이 목표대비 현저하게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배터리생산의 필수 원자재인 리튬의 경우 비축목표가 100일분인데 비해 실제 비축량은 5.8일분에 그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수산화리튬의 경우 전체수입의 약 7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이 수산화리튬에 대한 수출통제를 단행할 경우 국내 리튬비축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칠레 등에서 수산화리튬을 들여오는 방법이 있으나 최근 칠레가 리튬광산을 국유화하는 등 자원의 무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IRA 규정에 따른 배터리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당장 2달 반 뒤인 2024년부터는 5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추출 또는 처리된 핵심광물을 사용해야 한다. 2027년부터는 비율이 80%까지 맞춰야 하는 실정이다.
이장섭 의원은 “산업부가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시장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고 있지만 정부의 섣부른 판단과 다르게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업계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급격히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차전지 원자재(광물)·핵심소재 확보부터 생산, 리유즈/리사이클링 등 이차전지 전주기에 대한 수급계획 수립을 통해 우리나라의 배터리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