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미국 정부가 미국 도로의 통신 및 자율주행 차량에 중국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자율 주행 시스템(Automated Driving System·ADS)이나 차량연결시스템(Vehicle Connectivity System·VCS)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규정안의 금지 대상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소유, 통제, 지시하거나 관할에 두고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이 설계, 개발, 제조, 공급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차량을 미국에서 만들어도 적용된다.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극단적인 상황에서 적국이 미국에서 운행 중인 모든 자국산 차량을 동시에 시동을 끄거나 통제해 사고를 일으키고 도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차량, 소프트웨어 및 부품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규제를 크게 확대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달 13일(현지시간)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 부과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주요 광물, 태양전지, 철강, 알루미늄 등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 인상 방침을 확정하고 이달 2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 차량이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지와 미국 도로를 달리는 모든 차량에서 해당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금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정책은 우리 시장에 중국산 차량을 넘쳐나게 해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내 임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5월 러몬도 장관은 미국 커넥티드 차량에 탑재된 중국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위험이 크다며 “만약 도로에 200만 대의 자동차가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가장 비극적인 결과(catastrophic outcome)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부는 소프트웨어 금지는 2027년식 모델부터, 하드웨어 금지는 2030년식 모델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금지 차량에는 특정 블루투스, 위성 및 무선 기능을 갖춘 차량과 운전자 없이 작동할 수 있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5단계에 해당되는 자율주행 차량이 포함된다. 다만 도로를 달리는 모든 차량에 적용되지만, 농업용이나 광산용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상무부는 규정안 확정 전 30일 동안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등을 비롯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변하는 무역 단체는 “(제조사의 시스템이) 광범위한 사전 생산 엔지니어링, 테스트 및 검증 프로세스를 거치며 일반적으로 다른 공급업체의 시스템이나 구성 요소로 쉽게 교체할 수 없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