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인영 기자] 노동집약 산업으로 인식되던 물류 산업계에 ‘자동화’ 바람이 불면서 물류센터에서는 AI(인공지능)와 로봇 기술에 기반한 ‘자율이동로봇(AMR)’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노동력을 줄일 뿐 아니라 안전 사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센서 기술 발전으로 정확도도 한층 높아졌다.
기존 로봇과 달리 초기 인프라 구축 없이 기존 물류센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이면서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이 있다. 지난 2015년 설립한 국내 스타트업 ‘트위니’다.
트위니 천영석 대표는 “복잡한 물류센터에 별도 인프라를 구축해 값비싼 로봇을 도입하는 일은 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로봇이 아직 사람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말이 현장에서 여전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며, “다품종 소량 출고 방식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물류 현장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직종이라는 인식과 함께 지리적으로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아 출퇴근 부담까지 겹쳐 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 셈이다”고 강조했다.
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해 자율주행 기반 오더피킹 로봇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토대로 해외 진출까지 계획 중인 트위니 천영석 대표를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간단히 회사를 소개하면?
트위니는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으로 ‘사람의 수고를 덜고 여유를 더한다’는 가치 아래 산업 자동화 실현을 목표로 로봇 솔루션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물류 이송, 창고관리시스템(WMS), 물류시스템 생산 등에 최적화된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오더피킹 로봇을 개발했다.
오더피킹은 주문에 맞는 물품을 찾아 배송처별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으로 창고 운영 비용의 5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물류센터에서 막대한 분류 작업을 수작업에 의존하는 점에 착안해 오더피킹 로봇을 개발했다. 제품 신뢰성 향상을 위해 물류대행서비스 업체와 기술 검증도 거쳤다.
사명 ‘트위니(TWINNY)’는 두 대표의 출생에 있다. 천홍석·천영석 공동 대표는 쌍둥이다. 개발 총괄 천홍석 대표는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 후 카이스트(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업 아이템을 자율주행 로봇으로 한 것도 천홍석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경영 총괄 천영석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중소벤처진흥공단에서 재무관리와 국제협력 업무 등을 두루 맡은 경험을 갖고 있다. 두 형제의 전문성에 창의적인 인재들의 역량이 더해져 오늘날의 트위니가 탄생했다.
트위니는 자율주행 로봇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물류센터, 공장, 아파트와 빌딩 숲 사이를 오가는 일상 곳곳에서 자율주행의 편리함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 물류현장에서 라스트마일에 이르는 실내외 모든 공간에서 더 여유롭고 안전해질 세상으로 가는 최적의 경로를 찾기 위해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들겠다는 도전 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물류센터를 넘어 성장가능성이 높은 스마트팩토리 시장까지 사업 범위 확장에 나선 만큼 올해 120억원 수주 달성에 이어 내년에는 상장을 목표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계획이다.
AMR 기반 피킹 솔루션 등 주요 제품군의 핵심 기술은?
주력 제품은 자율주행 물류 이송 로봇 ‘나르고’ 시리즈로 현재 사용자 목적에 맞춰 △나르고 오더피킹(물류센터) △나르고 팩토리(공장자동화) △나르고 딜리버리(고층 빌딩·생활물류) 등으로 이뤄져 있다.
나르고 오더피킹은 물류센터 근로자가 동일한 공간에서 더 많은 작업을 쉽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으로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국내 물류센터 8곳과 130대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초기 인프라 구축 없이 기존 물류센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상단에 설치된 3D 라이다(LiDAR)의 감지 영역은 ±15°, 360°이며, 하단의 2D 라이다 감지 영역은 360°로 장애물 위치와 움직임을 인식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핸디·매립형 스캐너는 물품 바코드 정보 입력에 쓰이며, 충돌 감지 기능도 갖췄다.
3D 라이다 센서 기반 자기 위치 추정 기술이 강점으로, 넓고 복잡한 환경에서 마커와 같은 별도 인프라 없이 목적지를 원활히 찾아갈 수 있다.
나르고 딜리버리는 고층빌딩과 주거지 내 식음료, 우편, 소포 등 배달에 쓰이는 로봇으로 단순 이동 업무를 대신해 시간 활용 효율을 높이면서 완전한 비대면 배달로 보안, 안전, 심리적 편안함 등을 제공할 수 있다. 3D 라이다와 2D 라이다를 통해 안전한 주행을 돕고, 최대 30㎏의 하중을 견디는 적재함을 배치했다. 예상치 못한 충돌 발생 시 압력 센서에 수신된 신호를 통해 비상 정지할 수 있어 추가 피해도 막을 수 있다.
나르고 팩토리는 로봇 암, 컨베이어, 리프트 등 공장 현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제품으로 2D 라이다와 범퍼를 장착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맞춤형 제품 설치를 통해 인건비를 70%까지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근로자와 지게차 사고율 감소로 안전한 작업장을 구현할 수 있다.
트위니의 나르고 시리즈는 공간 크기에 따라 어디에도 활용 가능한 자율주행 물류로봇으로 △경사로 주행 △현장 맞춤 적재함 커스터마이징 △변화가 잦은 환경에서의 유연한 주행 △관제 시스템을 통한 손쉬운 조작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즉 초기 인프라 설치 비용을 줄이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재물 등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로 잘 찾아갈 수 있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셈이다.
실제 현장에 적용한 사례는?
지난해 5월 선보인 나르고 오더피킹이 현재 물류센터에 투입 운행 중이다. 대표적인 고객사에는 용마로지스, 한익스프레스, 커버로비스 등이 있다.
이들 고객사는 화장품, 생활잡화, 의류 등을 취급하는 곳으로 나르고 오더피킹 도입 이후 직원 업무 질 개선, 동일 공간 내 효율적인 일처리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는 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가 주문품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가 없어진 데다 로봇 내 디스플레이에서 상품명과 수량을 알려 주기 때문에 작업 정확성을 높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 피킹 효율성 제고로 이어졌다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소터, 설비형 제품 등에 비해 초기 구축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창고 구조 변경 없이 작업 현장에서 유연하게 즉시 사용하고 확대할 수 있는 점도 주목받았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고객사 중 한 곳의 현장 데이터를 예로 들면 기존 제품 대비 한번의 피킹 시간을 20초에서 11초로 단축했다. 차수 당 평균 27분을 감축한 것으로 이는 피킹 외 작업에 시간을 보다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비 피킹 시간을 45% 이상 감축하는 효과를 기록했다.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은?
물류센터 시장에 여러 국내 기업이 나서고 있지만 실제로 제품을 구매해 도입한 레퍼런스를 갖춘 기업은 사실상 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는 트위니의 우수한 기술력을 방증하는 셈이다.
주력 제품 나르고 오더피킹을 시장 요구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물동량에 기반한 로봇 적정 운용 대수 제안을 비롯해 기 사용 중인 WMS와의 연계, 물류센터 물성에 맞는 적재함 커스터마이징과 대차대 구성, 도입 설치와 구축까지 설비 제품 등에 비해 소요 기간은 짧지만 안정화 기간 동안 현장 지원 인력을 상주하도록 하는 등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펴고 있다.
하반기에 중점 추진하는 사업은?
나르고 오더피킹과 관련해 올해 국내에서 대규모 도입한 사례를 토대로 하반기 중 고객사를 더 많이 확대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해외 진출을 위한 절차도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 필요한 시험인증 등의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현재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 상반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물류 전문 전시회에 참가해 트위니를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 IPO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최고의 글로벌 자율주행 로봇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기존 물류센터를 넘어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올해 3월에는 공장자동화에 특화된 자율주행 물류이송로봇 ‘나르고 팩토리’를 출시했다. 작업 환경별로 상부 모듈을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로봇팔이나 컨베이어 벨트, 리프트 등을 고객 맞춤형으로 부착할 수 있어 공장에 적합한 셈이다. 커스터마이징이 어려웠던 기존 자율주행로봇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이외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최근 많은 로봇 기업이 물류센터를 겨냥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는 것은 로봇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인력난을 극복하는 정해진 미래 수순으로 진단하며, 실제 물류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시각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류센터는 지가 상승 등으로 인해 점차 교외에 자리 잡는 추세인 탓에 인력 채용에 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늘어나는 임금과 업종 기피 등도 영향을 끼쳐 인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지만 설비 자동화 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트위니는 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렌탈제를 도입해 제품 사용의 문턱을 낮췄다. 또한 기존 인력과 대치하는 개념이 아닌 근로자와 협업하는 형태로서 업무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오피킹 문제 등을 해소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