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새 수출 동력으로 삼아야”
[인더스트리뉴스 최인영 기자] 최근 10년간 세계 주요 제조업 강국이 서비스 수출 비중을 빠르게 늘려온 반면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 비중은 15~16%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일본, 네덜란드, 중국 등 제조업 강국은 총 수출 대비 서비스 수출 비중을 확대하면서 상위권에 올라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윤진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수출 동향 및 국제경쟁력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상품 수출은 세계 8위를 기록한 반면 서비스 수출 규모는 세계 18위권으로 1,235억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2040년 서비스 교역 비중 50% 차지할 것으로 전망
세계 서비스 교역 규모는 2013년 이후 연평균 4.8%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2023년 역대 최대 규모인 7.5조달러를 달성했다. 반면 세계 상품 교역규모는 연평균 2.3% 성장에 그치며, 2023년에는 24조달러를 기록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40년 세계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교역 비중은 2019년 대비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망 분절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상품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 장기화할 것을 예상되는 것에 반해 국경 제약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서비스 특성상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상품 수출액은 연평균 13.1% 증가세를 보인 데 반해 서비스 수출액은 연평균 1.7%로 더디게 늘었다. 서비스 수지 적자 또한 10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는 최근 10년간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주요 제조업 강국이 서비스 수출 비중을 빠르게 늘려온 것과 대조적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 비중은 15~16%에 정체돼 있는 상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총 수출의 83.5%가 제조업(상품)의 몫이며, 전체 상품 수출 중에서도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상위 13대 품목 수출이 61.8%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 비중은 △2000년 15.8% △2005년 15.0% △2010년 14.9% △2015년 15.4% △2020년 14.7% △2023년 16.3%를 기록했다.
한국, 지난해 서비스 수출 세계 18위 기록
우리 서비스 수지는 21세기 들어 만성 적자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적자 폭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5배 이상 급증했으며, 2017년에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인 36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서비스 수지는 2021년까지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2년 사이 적자 폭이 5배 이상 커지는 등 적자가 다시 심화되고 있다.
보고서에는 코로나19 이후 서비스 수출 규모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 서비스 산업의 국제 위상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0년 우리 서비스 수출은 전년 대비 13.7% 감소한 888억달러였으나, 이후 연평균 11.6% 증가세를 보이며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세계 평균 증가율인 14.6%에는 미치지 못하나, 주요 제조업 국가의 연평균 증가율과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독일이 9.8%, 일본 8.3%, 네덜란드 10.8%, 미국 12.1%, 중국 10.9% 등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우리 서비스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세계 18위에 그쳤다. 이는 상품 수출 규모(8위, 2023년), 제조업 경쟁력지수 (4위, 2022년)와는 대조되는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우리 총 수출 대비 서비스 수출 비중 증가 폭은 주요 제조업 국가 가운데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0.9%p에 머물렀다. 반면 우리처럼 막강한 제조업 기반을 보유한 독일, 일본, 네덜란드, 중국 등은 발 빠르게 수출 비중을 늘리면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주요국 대비 서비스 산업 경쟁력은 여전히 낮아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특화지수(TSI)와 대칭적 현시비교우위지수(RSCA)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사이 우리 서비스 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서비스 산업 무역특화지수는 지난 2013년 -0.030에서 2023년 -0.097로 하락하며 수입 편중도가 심화됐다. 대칭적 현시비교우위지수 역시 2013년 -0.136에서 2023년 -0.205로 하락해 우리 서비스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주력 수출 업종인 운송업의 수입 특화 전환, 여행·기타사업서비스의 수입 특화 지속, 유지보수·보험·금융 업종의 비교열위 지속 등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전반의 경쟁열위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반면 콘텐츠·IT 등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국제경쟁력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문화·여가 업종은 한류 콘텐츠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주요 11개 업종 중 유일하게 수출 특화와 비교우위로 동시 전환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에 힘입어 통신·컴퓨터·정보 서비스는 아직 비교열위지만, 최근 10년간 현시비교우위지수가 +0.507로 가장 크게 상승했다.
보고서는 제조업 강국이 서비스 수출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면서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추세를 고려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양적 수출 확대뿐 아니라 질적 경쟁력 제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콘텐츠와 소비재를 융합한 수출 등 우리 산업의 강점을 살린 △독자 서비스 수출 모델 수립, 공공성이 짙은 서비스 산업 특성을 고려한 △규제개혁 프로세스 구축, 서비스 기업 육성의 법적 근거가 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재제정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김무현 연구원은 “글로벌 상품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서비스 산업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제도 기반 마련 등 정책 당국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