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생산목표 줄줄이 하향…글로벌 車업계 '전동화 속도조절'로 캐즘 넘는다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4.11.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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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연구원, '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 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
투자 삭감 대신 복합 전략 통해 시장 대응 적극 나서는 것이 바람직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대표 모델인 아이오닉5 충전 모습.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 대응하기 위해 전동화 정책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동화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보다 복합 전략을 통해 시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배터리전기차(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성장률은 2022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연구원은 주요국의 경기 둔화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을 이유로 꼽았다.

현대자동차는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치를 기존 94만 대에서 84만1000대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도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 계획을 150만 대에서 100만 대로 축소했다.

미국 완성차들도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연간 전기차 생산량 전망을 30만대에서 25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미시간주 오리온 타운십 공장의 전기차 픽업트럭 생산 시기를 2026년 중반으로 미뤘다. 또한 네바다주 리튬 광산 프로젝트 추가 투자도 올해말로 연기했다.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 생산 차종을 전기차에서 가솔린 픽업트럭으로 변경했다. 이와함께 북미 신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픽업트럭 양산을 연기하고, 현재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2030년 유럽에서 100%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병행키로 전략을 수정했다.

테슬라는 50억 달러 규모의 태국 전기차 제조시설 건립 방안 투자를 철회했다. 최근에는 실적 악화로 매년 공개하는 '임팩트 리포트'에서 2030년 연간 20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삭제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확장형 시스템 플랫폼(SSP) 출시 지연으로 전기차 ID.5, ID.골프 등의 출시를 연기했다. 전기차 프로젝트 '트리니티' 관련 모델 출시 시기도 당초 2026년에서 2030년으로 늦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차량 판매 비중을 50%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2030년으로 미뤘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 일본 및 유럽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속도조절에는 나섰지만 투자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는 기조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장기적 판매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포트폴리오 다변화, 투자 전략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장과 에너지 사업자로의 역할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해 목표 투자액인 109조4000억원보다 10.1% 확대된 것이다.

전기차 전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일본 완성차들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의 북미 투자 확대, 혼다의 중국 시장 현지 전략 모델 출시가 대표적이다.

주요국들이 중국산 전기차의 급격한 확산을 견제하며 무역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중국 완성차들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출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100% 인상했고, 유럽연합(EU)은 약 45% 관세 부과, 캐나다는 100% 추가 관세 부과 방침 등을 내놨다.

미국의 테슬라는 주요국의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자 향후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로 시장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기차에 대한 사치세 폐지, 2025년까지 수입세 면제 등 새로운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 중이다. 태국도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2030년까지 차량 총생산의 30%를 ZEV(Zero Emission Vehicle)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 완성차들은 유연한 전기차 전환이 가능하도록 공급망(밸류체인) 확장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일부 모델에 대한 전기차 출시를 연기했지만, 북미시장 실적 강화를 위한 멕시코 공장 투자, 소프트웨어 대응을 위한 전기차 기업 '리비안'과의 협력 등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다양한 라인업과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BMW는 적극적인 전기차 투자를 진행 중으로, 특히 급변하는 글로벌 규제, 정책 변화 대응을 위한 배터리 공장 투자를 권역별로 분산하며 산업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글로벌 전략의 핵심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한 투자(20억 달러 공동 투자)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전기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 측은 "미국의 레거시(전통적인) 완성차들은 내수 시장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신중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반면, 대부분의 완성차들은 내수 시장 한계 극복과 중국 의존도 탈피를 위한 다각화된 전기차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측은 이어 "완성차별로 각기 다른 전기차 전환 접근 전략이 향후 자동차 생태계를 어떤 방식으로 재편하고, 글로벌 경쟁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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