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①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진실] 지배구조 측면…고려아연, 영풍에 압승
  • 홍윤기 기자
  • 승인 2024.12.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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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준수율 : 고려아연이 80%에 달하는 반면 영풍은 53.3%에 그쳐
일각에서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실질적 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의구심 제기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 연합뉴스

[편집자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와 패자가 갈릴 운명의 날이 한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내년 1월 23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 파트너스간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어느 쪽이 기업가치를 우선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측의 대결양상은 지분경쟁에서 시작해 경영능력 및 적법성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본지는 이에 최근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양사의 기업적 가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ESG 측면에서 본 양사 지배구조를 신호탄으로 환경, 사회, 재무 등 총 4회에 걸쳐 부문별로 짚어본다.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전이 점입가경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내알 23일 임시주총이라는 운명의 날을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 파트너스간의 갑론을박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공방과는 별도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3대 축 가운데 우선 지배구조 측면에 대해 살펴보면 고려아연 측의 우세가 확연해 보인다.

한국거래소의 '지배구조보고서' 내 핵심지표 준수율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고려아연은 80%로 평균을 훨씬 상회한 반면 ㈜영풍은 53.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고려아연 기업지배구조보고서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고려아연은 지배구조핵심지표 15개 항목 가운데 12개 항목을 통과해 준수율 80%를 기록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상장기업이 지배구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도록하고,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밝히게 함으로써 경영투명성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2017년 한국거래소의 자율공시로 최초 도입됐다.

지배구조핵심지표는 주주 권익, 최고경영자 승계 원칙 및 위험관리, 이사회 운영 등 총 15개 항목으로 나눠져 있다.

고려아연의 준수율 80%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대상 가운데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고려아연이 속한 ‘자산규모 2조원’이상 기업들의 지표달성률은 평균 준수율은 63%로 집계됐다.

자산규모 1조원 이상과, 5000억원 이상 기업들의 준수율은 각각 43%, 36%로 자산규모가 작을수록 핵심지표 준수율이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고려아연이 준수하지 못한 3개 항목을 살펴보면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 등이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와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항목은 보고서 공시날짜(5월 30일) 이후 기준을 통과하게 됐다.

먼저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인지 여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 추세 속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따지는 주요 지표다.

지난 11월 13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기자 회견을 열고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고려아연은 또한 분기 배당을 도입하는 한편 배당액을 배당 기준일 이전에 결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반면 ㈜영풍은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항목 가운데 8개 항목을 충족해 준수율이 53.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물론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평균 준수율(63%)에도 못미친다는 사실이 수치로 밝혀진 셈이다.

㈜영풍이 충족하지 못한 7개 항목을 살펴보면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 인지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여부 등이다.

한편 이와 별개로 고려아연 측이 등기이사도 아닌 장형진 영풍 고문이 실질적으로 영풍을 이끌며 적대적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한 대목도 짚어볼만 하다.

고려아연은 지난 9월 영풍측을 향해 장형진 영풍 고문의 실질적 경영 개입 의혹과 사외이사 3인의 배임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 개인 지분을 0.68%(공시 기준)를 갖고 있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풍 자회사인 영풍정밀도 장형진 고문의 경영참여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영풍정밀은 이달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 장형진 고문과 등기이사 5명(사내이사 박영민·배상윤 대표, 사외이사 박병욱·박정옥·최창원)을 상대로 주주대표 93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영풍정밀 관계자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적대적 M&A를 위해 사모펀드 MBK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각종 배임적 행위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이로 인한 손해액이 최소 9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영풍정밀은 영풍이 MBK에 자사보다 1주 많은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콜옵션을 부여한 점도 배임행위로 판단했다. MBK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 지위를 상실하면서 영풍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배구조핵심지표 고려아연 준수현황(왼쪽)과 영풍 준수현황/ 사진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배구조핵심지표 고려아연 준수현황(왼쪽)과 영풍 준수현황.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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