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분쟁으로 원유 급등에 배당 기대감 불투명 해져
실적 악화·미수금 증가 우려...2022년 미수금 늘어 미배당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올해 상반기 영업익 1조3872억, 매출 20조3004억원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거뒀다.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년 증가 추세였던 미수금 역시 지난해 말 대비 4000억여원이 줄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수입한 원가보다 국민경제 안정차원에서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게 될 경우 장부에 그 차이를 기록하는 '외상값'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22년 미수금 급증, 2023년 적자 영향으로 배당 지급을 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실적 개선과 미수금 감소 등 호재로 가스공사가 3년만에 배당을 지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동발 군사적 긴장고조로 유가가 급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배당 가능성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상승은 액화천연가스(LNG)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LNG는 가스공사의 주 수입 원재료인 터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민생안정차원에서 쉽게 공급가가 오르지 못하는 구조 때문에 미수금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9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3.22달러(4.2%) 급등한 배럴당 80.06달러를 기록했다.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10월물 북해 브렌트유 종가도 2.64달러(3.3%) 뛰면서 배럴당 82.30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9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95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유가 상승은 가스공사의 3년만의 배당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가스공사의 상반기 호실적에 배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수금은 2023년 말 15조8000억원에서, 상반기 말 기준 15조4000억원으로 줄고, 별도 기준 차입금도 같은기간 39조에서 37조5000억원으로 줄었다”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실적정상화로 인해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배당재개 가능성”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호실적에 힘입어 배당금의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도 지난해 말 6조6786억원에서 1분기 말 7조832억원으로 늘면서 희망을 키웠다.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에는 미수금 확대, 2023년에는 연간 적자 등의 이유로 배당을 지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원유가 급상승 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전망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유가상승은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는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LNG)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LNG 가격은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원유 가격 변동양상을 뒤따른다. 원가상승은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국가스공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LNG 매입가는 톤당 90만498원이었다. 지난해(톤당 112만2279원)와 2022년(톤당 146만9172억원)과 비교했을때 20~40% 저렴한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미수금 회수 여부다. 미수금은 한국가스공사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해 장부에 쌓인 '외상값' 성격이 짙다.
산업통상부자원부는 국민 경제 안정 측면에서 가스공사가 들여온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시장에 공급하도록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2분기 말 기준 미수금 현황을 살펴보면 도시가스용 미수금이 14조3178억원, 발전용 미수금이 9927억원으로 총 15조3645억원이다.
LNG가격이 오르게 되면 원가는 상승하지만 정부 민생 정책상 공급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으므로 미수금은 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가스공사는 2021년 미수금이 2조9298억원에 그쳤으나 2022년 1년만에 12조207억원으로 치솟으면서 배당을 지급하지 못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미수금을 줄이려면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이 필요한데 유가상승 국면에 이르면 다시 미수금이 늘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