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모두 주식 공개 매수가를 83만원으로 상향하면서 경영권 다툼이 연장전에 돌입하게 됐다.
당초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공개 매수 종료일은 6일까지였지만, 5~6일이 주말이어서 사실상 4일이 마감일이었다. 이번 매수가 추가 상향으로 공개 매수 마감일도 열흘 뒤인 오는 14일로 미뤄졌다.
MBK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10.7% 추가 인상하고, 발행주식총수의 6.98%였던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가격과 조건은 최윤범 회장 측이 제시한 것과 정확히 같은 조건으로, 최대 매수 수량 목표치인 발행주식총수의 약 14.6%에 미치지 않을 경우 물러나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의 정당한 공개매수가 방해를 받았다”며 “1주가 들어오든, 300만주가 들어오든 모두 사들여 반드시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심각하게 훼손된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회복시키겠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75만원 이상으로 거래되며, 결국 전 거래일보다 6만3000원(8.84%) 오른 77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MBK 측의 새로운 승부수에 최 회장 측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2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최대 320만9009주(15.5%)를 취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기사’로 나선 베인캐피탈이 별도로 취득하는 자사주 2.5%를 더하면 총 지분 18%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MBK 측 마감일인 14일 이전에 자사주 매수가를 83만원 이상으로 올리며 주주·기관투자자 등을 유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문제는 자금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기 자금과 1조1635억원의 차입금을 포함해 총 2조6635억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베인캐피털의 투자 금액 4300억원까지 합치면 자금 동원 규모는 3조1000억원대에 달한다. 이달 말 이후 추가로 약 1조원의 현금도 마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매수가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문제는 법적 분쟁이다. 법원은 지난 2일 영풍·MBK 연합이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으나, 연합 측은 당일 추가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냈다.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대규모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강행하는 것은 상법에 위배된다는 게 가처분 신청 이유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심문기일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종료되는 이달 23일 이전인 18일로 예정됐다.
양측은 각각 수차례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며 경영권 인수·수성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가운데,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는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주주·기관투자자들이 어느 편에 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