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안광현 단장] 여느 날처럼 아침 나절 탄천변을 걷기 위해서 나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새벽을 뚫고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 있는 내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어디선가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게 아닌가!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오늘은 2월 20일 월요일입니다. 날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영하 3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하루가 될 것입니다.”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봐도 도무지 이런 말을 할 만한 사람은 찾을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반복해서 들려온다. “좋은아침입니다. 주인님! 오늘은 2월 20일 월요일입니다. 날씨는…” 그 순간 입가에 픽하고 웃음이 스쳤다. 매일 5시에 맞춰놓은 핸드폰 알람이 이제야 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신문을 보다 알게 돼 어제밤 핸드폰에 AI 알람이라고 새로운 기능을 설정해 놓은 것이다. 설정해 놓고 여러 번 듣기를 반복했음에도 실제 알람이 울릴 때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하고 있는 내 모습이 웃기기까지 했다.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에서 나는 알람 소리가 두꺼운 겨울 바지를 뚫고 추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내 귀에 도달하기까지 몇 번의 변형이 있었던 게다. 어제 설정할 때 듣던 소리와는 아주 다른 조금은 먼 곳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런 소리, 알 수 없는 그 소리에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어제 듣던 익숙한 소리톤을 다시 한 번 들어본다. 똑같은 내용이 무한으로 반복됐다.
그러다 갑자기 “오늘 약속장소인 세종시는 현재 영하 2도로 이곳보다 조금 덜 춥겠습니다”하고 다른 말을 했다. 허걱!! 에이아이 알람의 진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두 번째 알람 소리는 조금 더 내용이 추가돼 말이 흘러나왔다. 이왕 듣는 김에 세 번째는 어떤 내용이 추가되는지 들어본다. 아주 신기하고 즐겁기까지 했다.
“10시에 예매하신 KTX 열차는 정시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세종시 도착은 10시 45분이며, 이 시각 현지 날씨는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서 지금보다는 조금 따듯해 질 것입니다.”
허허허~~ 아침에 들려오는 상냥한 알람 소리에 기분이 한껏 올라간다. 더이상 들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알람을 중지시키고 한참을 그렇게 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AI의 등장은 이렇게 어느 한 순간에 내 생활로 들어와 버렸다.
이번 글에서 나는 일상에서 아주 가까이 와 있는 AI와 제조업과의 연관성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한다. 아마도 서너 챕터로 쓰여질 것 같고 이번 호는 일테면 서문에 가깝다. 관심 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거론됐던 DX라는 용어는 오늘날에 와서 일반적으로 DIGITAL TRANSFORMATION으로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말로는 ‘디지털 전환’이라고 정의 되고 있다. 아무리 한국말로 ‘디지털 전환’이라고 번역을 해도 번역 전이나 번역 후나 그 뜻을 이해하기가 아리송한 것은 매 한 가지인 듯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는 DX를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산업을 디지털 기반으로 재정의하고 게임의 법칙을 근본적으로 뒤집음으로써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뜻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나만 그런가? 하면서 곱씹어 읽어봐도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만 가득한 것이 무슨 뜻인지 잡히지 않는다.
다른 회사 것도 찾아봤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업체인 PWC는 ‘기업경영에서 디지털 소비자 및 그 생태계가 기대하는 것들을 비즈니스 모델 및 운영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차라리 찾아보지 말 것을. 더욱 헷갈린다. 내친김에 하나 더 찾아봤다. Microsoft는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지능형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구상하고 사람과 데이터 그리고 프로세스를 결합하는 새로운 방안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머리에 쾅하고 울림이 퍼진다. 역시 일반인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라서 그런지 좀 더 쉽게 설명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중에서 ‘수용하는 것’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통해 가슴까지 들어온다. 수용은 ‘받아들인다’는 의미인데 사실은 수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회사에 입사했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개인용 PC는 없었다. 당연히 인터넷이라는 도구도 없다. 그러니 이메일도 없었고 업무는 오로지 전화와 팩스만으로 했는데도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도 하고 돈도 벌고 했으니 DX는 어찌보면 액세서리일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측면에서 Microsoft사가 ‘수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 삶, 기업들에서 디지털을 수용하고 있는가를 보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있어야만 되는 것’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최근 십수 년간 Cloud, Mobile, IoT,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했고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고객응대, 사업관리, 운영업무, 사업모델 등 영역에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개선의 시도를 찾으려는 노력과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크게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개선의 관점에서 지속돼 왔으며, 앞서 언급한 ‘수용’은 ‘개선’을 하려는 방향으로 활발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DX의 수용’은 개선을 통해 효율성과 효과성을 가져다주게 됐고, 시장논리에 따라 좀더 잘 ‘수용’된 기업 또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
이것을 더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경쟁력 강화’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정치적 글로벌 환경의 변화는 더욱 세밀한 비즈니스 능력을 요구하게 됐고,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Digital을 ‘수용’한다. 제조업의 환경변화를 보면 최근 10여년간 지속돼 오던 주요산업별 생산동향은 전반적으로 ‘생산감소’ 상태이며, 긴 시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국내 제조업 생산환경에 대한 개선 압박이 높아져 가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더욱 그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및 환경에 대한 이슈사항이 부각됐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고,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인력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이로 인한 노동원가도 상승했다.
이러한 양상을 볼 때 소위 DX의 ‘수용도’는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 시대적 흐름은 DX가 ‘있으면 좋은’ 것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으로 매우 높은 ‘수용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의 DX는 기업의 사활을 건 ‘개선’과 ‘수용’의 반복 속에서 점점 첨단화가 되어가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산업혁명을 일컬어 ‘Industry 4.0’이라고 하고 제조 분야에서는 ‘스마트제조혁신’ ‘스마트팩토리’가 제조 DX의 추진 방향과 이를 구현시킬 스마트기술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공정을 디지털화하는 MES, 전사자원관리 프로그램인 ERP와 같은 legacy 솔루션에 더해 제조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AI 기반의 스마트 제조기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액의 85%, GDP의 30%에 육박해 중국의 27.5% 보다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중요한 산업 부문에 위치하고 있음을 볼때 이에 대한 경쟁력을 ‘스마트팩토리’ 구현으로 확실하게 가져가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스마트팩토리 ‘수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제조 및 서비스 기업에서 쉽게 메타버스 환경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쉽게 설치해 활용할 수 있게 하거나, 가치사슬간 또는 산업단지처럼 공간적으로 모여있는 기업들간에 상호연결을 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제조업도 이러한 글로벌 제조DX의 ‘수용’에 발맞추어 스마트팩토리 Movement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이번 글을 마무리하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제조DX, 즉 ‘스마트팩토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인력 측면에서는 숙련공이 부족하고, 노동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환경의 변화가 따라오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제조산업의 위상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Industry 4.0의 진원지도 제조다.
생산 측면에서는 다품종(맞춤형) 소량생산 시대이며, 환경적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다. 제품측면에서는 제품의 Life Cycle이 감소하고, 요소기술이나 용도가 다양하게 변화한다. 시장 측면에서는 시장이 과열되고 있고 원가절감의 엇박자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및 시장의 변화로 새로운 방식의 제조제술이 필수적이며, 이를 개발하기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되고, 더욱 많은 제조기업에서 이를 ‘수용’해 전반적인 제조산업의 스케일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