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이 영업익 증대 효과...다만 하락국면에도 안전장치 있어
선물옵션 통해 수익 보장...하지만 구리값 하락으로 매출 축소 불가피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이로 인해 구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당선에 성공할 경우 대(對)중국 무역 압박으로 인한 중국 제조업의 위축 가능성뿐 아니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 또는 축소로 인해 구리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대형 전선업체 입장에서는 원자재 구리 가격 상승이 그동안 되레 호재로 작용해왔다. 판매가에 구리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Escalation Clause) 덕분에 구리가격이 오르면 수주잔고 가치가 덩달아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구리 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이처럼 큰 이득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다. 다만 구리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선물옵션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결정적인 손해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28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25일(금요일) 구리 현물 1톤당 가격은 9385달러(약 1300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구리 현물 가격은 올초(1월 2일) 톤당 8430달러에서 지난 5월 20일 1만857달러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구리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씨티그룹 등은 상반기 보고서를 통해 구리가격이 연말까지 톤당 평균 1만달러, 2026년까지 1만2000달러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AI 붐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신설, 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전선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 낙관적 전망의 이유였다. 여기에 유럽 등지의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으로 인한 수요 증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전선업계에서 계약 체결시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두는 이유는 바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판매가에 구리가격 상승분을 반영해주므로 자연스레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여타의 설비 유지아 운송 등 다른 고정비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제품가만 상승하게 되므로 영업이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지난 상반기 즉 6월말 기준으로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는 각각 5조6216억원, 2조54억원으로 총 7조6270억원이었다. 다만 구리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실제 잔고가치도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구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반전 국면을 맞게 됐다.
트럼프 재집권시 대(對) 중국 압박이 강화되면 구리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반(反) IRA 정책으로 미국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점점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기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지난 7월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금융시장에서 유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채 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구리 가격 하락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13일 트럼프 총기 피격 당시 구리 가격은 12일 톤당 9726.9달러를 기록한 뒤 5일 연속 하락한 바 있다.
구리가격 하락이 장기화 될 경우 전선업계의 매출 외형이 축소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구리 가격이 하락한다 해도 업체들이 큰 손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관련, 대형 전선업계는 이미 선물 옵션을 통해 제품가에 원재료 선물가격이 반영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리 가격은 변동이 큰 편이어서 전세계 대형 전선업체들은 헷지(Hedge) 등의 전략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면서 “트럼프 재집권시 구리 수요 증가가 둔화 될 수 있겠지만, 전세계적인 큰 흐름 상 구리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S전선이나 대한전선과 같이 규모가 큰 회사들은 장기계약에 선물옵션을 부여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소 기업들의 경우 손실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