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전쟁 ‘치킨게임’… 보복에 재보복 ‘확전일로' 최종 승자는?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4.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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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對中 압박 강화… 엔비디아 칩 수출 제한·美 증시 상장 中기업 퇴출 논의 등
中, 반격 나서… 여객기 구매 중단·농산물 보복관세에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AP통신,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로 촉발된 ‘미중 관세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극한 충돌을 마다하고 서로 상대방을 향해 최고 속도로 페달을 밟고 있는 두대의 기관차가 연상될 정도여서 이번 '치킨게임'의 최종 승자가 누가될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14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이에 질세라 125%의 대미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추가로 희토류 금속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는 등 대응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다시 미국이 추가 조치에 나서고 중국도 이에 맞대응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대혼란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엔비디아 H20 칩 대중 수출 제한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보잉사의 항공기 도입을 중단하는 등 대미 보복에 나선데 대한 맞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H20 칩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하며 상황의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새로운 규제의 근거로 “해당 제품이 중국 내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꼽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H20은 AI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판매되는 제품보다 성능이 제한된 제품이다. 이 칩은 AI 모델이 패턴을 인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추론 단계에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동안 엔비디아 측은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미국 기술로부터 독립하려는 중국의 결의를 강화할 뿐”이라며 “이러한 단속은 미국 기업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는 이번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H20 라인과 연계된 ‘재고, 구매 약정 및 관련 준비금(inventory, purchase commitments and related reserves)’에서 약 55억달러(약 7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美 증시 상장 中기업 286곳 퇴출 논의… 총 시총 1조1000억달러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워싱턴DC 정가에서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퇴출시키는 새로운 압박조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9일 폭스비즈니스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everything’s on the table)”고 답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진영에서 여러 차례 나왔다. TV 리얼리티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인 ‘샤크탱크’의 고정 출연자이자 사업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케빈 오리어리는 11일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장 폐지가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오도록 압력을 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릭 스콧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최근 폴 앳킨스 신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 기업들이 우리 규정을 따르기를 거부하면서도 미국 자본에 대한 접근을 계속 누린다는 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7일 기준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86곳, 시총은 모두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폴리티코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 아이디어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다는 것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는 접근 방식( no-holds-barred approach)’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제레미 마크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에 “미국은 중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모든 다양한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미국 내 중국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은 매우 눈에 띄며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준야오 항공 보잉 787 드림라이너
준야오 항공 보잉 787 드림라이너. /사진=Gettyimage

◆ 맞불 나선 中… 보잉 여객기 구매 중단·희토류 무기화

이러한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중국도 물러서지 않은 채 맞불 작전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날 자국 항공사들에 미국 보잉(Boeing)사 여객기의 추가 도입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이같이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중국 항공사들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항공기 관련 장비와 부품을 구매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11일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준야오 항공이 미국의 상호 관세를 이유로 3주 뒤 인도 예정이던 1억2000만달러(약 1700억원) 상당의 보잉 787-9 드림라이너에 대한 인수를 보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자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도 통제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지난 4일 중국에서 정제된 6가지 희토류 금속과 희토류 자석의 수출 제한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희토류와 자석은 특별 수출 허가가 있어야만 중국 밖으로 운송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허가 발급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 사실상 희토류 품목들에 대한 수출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번 조치로 수출이 중단된 희토류 금속과 자석은 전기 자동차와 드론, 로봇과 미사일 및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첨단 제품에 들어가는 많은 종류의 전기 모터에 필수적이다. 가솔린 자동차조차 조향과 같은 중요한 작업을 위해 희토류 자석이 있는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특히 AI 서버와 스마트폰에 전력을 공급하는 컴퓨터 칩의 전기 부품인 커패시터의 핵심 성분이다.

앞서 중국은 트럼프 정부의 펜타닐 20% 관세 조치 이후인 지난달 10일 미국산 농·축·수산물 740개 품목에 10~15%의 추가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중국의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달 4일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 29개 품목에는 15%의 관세를, 수수·대두(콩)·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 등 711개 품목에는 10% 관세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에 매년 210억달러 상당의 이들 제품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중국 해관총서는 제품의 안전성을 이유로 미국 3개 회사가 수출하는 대두와 미국산 목재 전체의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맞불 조치에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 대중국 무역전쟁을 언급하면서 농민들에게 애국자로 버티면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우리 농부들은 위대하지만 그 위대함 때문에 중국과 같은 우리의 적들과 무역 협상이나 무역 전쟁이 있을 때마다 항상 최전선에 서게 된다”면서 “나의 첫 임기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이어 “중국은 우리 농부들에게 잔인했고, 나는 이 애국자들에게 버티라고 했다”면서 “이후 훌륭한 협상이 타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협상을 통해 나는 우리 농부들에게 280억달러를 보상했다”면서 “부패한 조 바이든이 취임해 그것을 시행하지 않기 전까지는 미국에는 훌륭한 거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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