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산업 '방산'·'건설'은 국가 신인도 하락에 해외 수주 타격 우려↑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비상계엄발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국내 산업계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출 기업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원자재를 사들여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
해외에서 수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방산·건설업계의 경우 환율보다도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가 신인도 하락에 따른 우려 목소리가 더 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달러환율은 이날 오후 2시37분 기준 전일대비 10.60원 오른 1434.60원을 기록하고 있다.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1430원을 넘나들며 등 불안정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환율 상승은 달러로 주로 결제하는 수출 기업들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하지만, 원자재 수입이 많은 기업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 역시 환율 변동에 따라 매출과 이익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오를 경우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어 수익 구조가 좋아진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 사들이는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 있어 불이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현지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장비·설비 반입 때 비용 증가가 불가피 하다.
자동차 업계도 환율이 상승하면 매출과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구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 매출은 약 4000억원가량 증가한다. 하지만 매출 증가로 인한 수혜의 상당부분은 부품, 원자재 비용이나 현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상쇄된다.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전량 달러화로 사들이는 정유업계는 환율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효과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원유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환차손으로 경영 실적에는 악영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철강업계도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어 환율 급등이 골칫거리다. 수입 비용이 증가해 원가 부담이 증가하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철강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급격한 환율 상승은 수입 가격을 높여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부담을 높이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계의 경우 환율 보다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방산 수출 증가에 큰 역할을 한 정부가 리더십 공백에 따른 대외신뢰도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경우 수출 전선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내심 속을 태우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시나리오별로 사업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며 "현재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가 신뢰도 하락에 따른 고객 불안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일부 현실화되면서 대한민국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당시 한국을 방문 중이었다. 그는 수리온 헬기 시승을 위해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지난 5~7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이번 방문에서 양국의 주요 방산 기업들의 교류도 예정됐지만, 불발됐다.
건설업계도 해외에서 수주업체 선정 시 국가 신인도가 중요 항목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탄핵정국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가신인도는 발주처에서 가장 중시하는 항목이어서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정리되고 다시 국정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우려를 고려해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반도체 특별법 등 산업 관련 법안과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외부의 불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