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의견 유보층은 '탄핵은 당연' 생각하며 조사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아
"집권 유력한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 불안과 채찍질이 '이상 지지율'에 반영" 주장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상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당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12·3 사태 직후 급락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비상계엄 선포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내란죄 의혹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30% 선에 근접하고 있다.
7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18살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률 4.9%)에서 민주당은 45.2%, 국민의힘은 34.4%로 집계됐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0.8%포인트로 좁혀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일주일 전 조사와 비교해 3.8%포인트 오르며 3주 연속 상승했다. 내란 이전인 지난해 11월 4주차 지지율(32.3%)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와 비슷한 또 다른 결과도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NBS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이 36%, 국민의힘은 32%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사태 10여 일 뒤인 지난달 16~18일 실시한 같은 회사 조사에서 두 당 지지율 격차는 13%p(민주당 39%, 국민의힘은 26%)였는데 3주 만에 9%p가 좁혀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비율이 30%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탄핵 반대 여론이 15% 안팎에 머물렀던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와는 확연한 차이다.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해 12월29~30일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탄핵 반대 응답은 28%였고, 경향신문·메타보이스가 지난달 28~29일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탄핵 반대는 28%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인 2016년 12월 28~29일 한겨레·리서치플러스가 1006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선 탄핵 반대 응답은 14.9%에 그쳤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가 같은해 12월28~30일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탄핵 기각’ 의견은 14.3%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어느 한 기관의 조사만 그렇게 나온다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그 흐름이 국민의힘 상승과 민주당의 하락, 그리고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 흐름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 의견이 여전히 60%를 상회하고 있고 현직 대통령 체포에도 60%에 근접하는 찬성여론이 존재한다. 이는 비상계엄이 헌정을 유리한 불법적인 범법행위였음을 국민들이 대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론과 상반된 ‘역 흐름’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일단 보수 응답자들의 ‘결집 현상’과 조사 방법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먼저 여론조사는 전화 면접 방식과 ARS(자동응답) 방식에 따라 다소의 결과 차이가 존재한다. 여론조사는 전화 면접 방식이 ARS에 비해 더 신뢰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일단 ARS 방식은 지지층이 과대표집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보수지지층들이 ‘윤 대통령 구하기’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ARS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성별이나 나이를 속여 거짓 응답을 해도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적극적 보수 지지층이 ‘과대 표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응답률이 3~4%대에 불과한 것도 다양한 세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표집해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중도층이나 의견 유보층은 ‘대통령 탄핵은 당연한 것’이라며 아예 여론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는 반면, 보수층으로서는 ‘궤멸론’을 우려해 윤 대통령지지 의사를 더 적극적으로 표명했을 수 있다.
“ARS 조사는 적극 지지층의 참여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현 여권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추세는 맞지만 3~4%대 낮은 응답률을 기록한 일부 ARS 조사는 적극 지지층이 과다하게 표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최근의 전화 면접 방식이나 ARS 방식 모두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따른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나는 ‘동일한 흐름’이 감지되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는 조사방식 차이보다 ‘정치적 배경’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사정을 통해 여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원인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민주당의 내란 특검법의 부결에 따른 ‘내홍’이 그것을 말해준다.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이 부결되자 이번에는 제3자 추천 방식의 내란 특검법 수정안을 국회 의사과에 다시 제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원내 지도부의 전략 부재와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럴 거면 왜 더 일찍 여당과 협상해 수정안을 마련하지 않았나”라는 비판이 분출했던 것이다.
‘원조 친명’ 정성호 의원은 9일 한 언론에 “어제 바로 표결하는 것보다는 이 법안에 대한 수정안 협의를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제시했어야 된다”며 “조금 더 우리가 (여당 설득을) 했다면 이탈표가 조금 더 늘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의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우려의 분위기다. 한 민주당 의원은 “‘될 때까지 한다’는 것 외엔 전술도 전략도 없는 원내 기조가 여권 역결집에 탄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관성적인 ‘줄 탄핵’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에 대해서는 말조심을 하는 것도 국민들의 불안과 거부감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중도층의 경우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다가올 대선에서 집권여당이 유력시되는 민주당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흐름이 지지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문재인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긴급 대선’에 따른 정권이양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불안감이 커질 수 있음에도 최근 민주당이 보여준 탄핵 정국 대응은 여당과 공동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니라 여전히 과거 야당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오로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은 집권이 유력한 정치세력에 대한 일종의 채찍질이자 국정 책임감의 제고라는 분석이 있다. 민주당은 최근 의회권력의 막강한 힘을 대통령 탄핵과 특검법 상정 등을 통해 계속 보여주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는 해이다.
국민들은 ‘떠오르는 권력’ 민주당에 대해 책임있는 ‘동반’ 국정운영을 원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과 야당의 국정운영 태도를 분리시켜 생각하는 흐름이 최근의 ‘이상 지지율’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율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탄핵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이제부터는 민생과 경제 회생에 올인하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들도 야당을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