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당,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경영권 방어 전망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둘러싸고 최대주주 예림당과 2대주주 대명소노그룹 간 힘싸움과 수싸움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그동안 항공 사업 확장을 지속 노려왔던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공식화한 만큼 양측 간 ‘주판알 튕기기’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는 3월 예정된 티웨이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진입을 통한 경영권 확보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달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을 통해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경영 개선을 요구하며 경영권 참여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티웨이항공 최대주주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앞서 대명소노 측은 지난달 20~21일 티웨이항공 경영진에 경영 개선 요구서를 발송한 데 이어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한 상태다.
여기에 티웨이항공의 항공 안전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 만큼 현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고 이사회 신규 이사를 선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대명소노, ‘쩐의 전쟁’ 대신 주주간 ‘표대결’로 전면전 전망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 주체는 그룹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티웨이항공의 2대 주주로, 대명소노그룹은 현재 티웨이항공의 지분 26.77%(소노인터내셔널 16.77%, 대명소노시즌 10.0%)를 보유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예림당 등(30.09%)과의 지분 격차는 3.32%포인트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명소노 측이 장내 지분 매수 등의 ‘쩐의 전쟁’ 대신 주주간 ‘표대결’로 이사회를 먼저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침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사는 모두 4명이다. 정홍근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형이 경영본부장 등 사내이사가 2명, 김성훈 변호사, 최성용 더스노우볼 대표 등 사외이사가 2명이다. 대명소노 측 입장에서 보면 올해가 티웨이항공 이사회 진입의 적기인 셈이다.
티웨이항공 정관을 보면 이 회사의 이사 수는 3명 이상 12명 이내다. 현재 이사는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명소노 측은 앞선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 이사 인원을 12명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새 이사 후보로 9명을 추천해 놓은 상황이다. 후보 명단에는 항공 시장 확대를 지속 꾀해왔던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도 들어있다.
대명소노 측의 구상대로 현재 7명의 티웨이항공 이사진 중 임기가 만료될 4명의 자리를 대명소노 인사들이 차지하고, 12명으로 늘려 5자리가 더 늘어난 이사진 자리마저 모두 차지하면 대명소노 측은 9명의 이사를 티웨이항공에 진입시키게 된다.
대명소노 측이 9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한 이유다.
이럴 경우 최대주주 측 이사는 임기가 남은 기존 3명만 남게돼, 이사회 구도는 대명소노 측 9명 대 최대주주 측 3명으로 재편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사회 정족수의 과반을 차지한 대명소노는 경영권 확보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특히 이사회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이사 해임 안건’ 등도 추진할 수 있어 최대주주 측 반발을 상쇄할 수도 있다.

결국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3월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대명소노 측이 이사회에 몇 명의 이사진을 포진시킬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에서도 대명소노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경우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종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이사회를 장악한 대명소노의 다음 스텝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예정돼 있어 최대주주인 예림당의 경영권 방어는 더욱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명소노는 주주제안을 통해 티웨이항공 부채비율 상승 등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명소노가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티웨이항공 지분율을 끌어올릴 경우 최대주주 지위가 뒤바뀌게 되고 예림당은 경영권 방어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대명소노 측이 실제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최대주주인 예림당은 자금력 측면에서 이를 감당할 ‘총알’이 뒷받침되지 않아 버거운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말 기준 예림당의 연결 기준 보유현금은 총 444억원에 불과하다. 대명소노 측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주도할 경우 외부 차입 등에 의존하지 않고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처지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6월말 연결 기준 주요 계열사들의 보유 현금 합계가 약 6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 예림당, FI 찾아 ‘경영권 방어’ 나설 듯…지루한 지분 싸움 예상
하지만 예림당도 티웨이항공 경영권 방어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웨이항공이 예림당의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업이 모체인 예림당은 관련 업계의 침체로 2023년과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분법이익(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얻은 이익)’으로 당기순이익에선 2년째 흑자를 내고 있다.
이는 영업적자를 영업외수익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메우고 있다는 뜻으로, 이같은 상황을 가능하게 해주는 항목이 바로 지분법이익이다.
실례로 예림당은 2023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7억원, 영업외활동(지분법이익 제외)은 -108억원으로 적자를 냈지만 당기순이익은 18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313억원의 지분법이익이 적자를 메워주었기 때문이다.
출판업과 항공업이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이종 간 사업임에도 예림당이 티웨이항공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예림당이 만약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경우 대림소노의 M&A 계획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양측 간의 지루한 지분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커질 것으로 보여 티웨이항공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예상외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