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자이’ 오명 뒤 잠잠했던 GS건설… 성수1지구선 접대 논란 휩싸여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성수1지구)에서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건설사와 조합 임원 간 부적절한 접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항은 조합원의 제보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공식 접수되면서 불거졌으며, 시공사 선정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걸린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고, 조합 집행부가 특정 건설사로부터 고급 식사와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업 신뢰성은 물론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복수의 성수1지구 조합원에 따르면 조합장 황모씨를 포함한 조합 임원 8명과 GS건설 임직원 7명은 지난 9일 저녁 서울 성동구 마장로에 위치한 고급 한우 전문점 ‘유OOO’에서 고가의 식사 자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식당은 1인분 등심 가격이 4만8000원에 달하는 고급 음식점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에는 입찰과 사업 제안에 실질적 권한을 가진 GS건설의 중역과 팀장급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조합장 등 집행부를 상대로 고급 식사를 제공하며 접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 차원의 조직적 불법 행위가 아니냐는 의혹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해당 자리에서 사업 전반에 대한 논의나 이권 제공이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 같은 접대가 조합 간담회 직후 벌어졌다는 점이다. 간담회를 마친 조합 임원들이 GS건설 측이 준비한 차량에 탑승해 식당으로 이동했고, 현장에서 고가의 식사와 술이 제공됐다는 얘기다.
성수1지구 조합원 단톡방에도 “조합 임원들이 식당에 들어간 직후 GS건설의 중역과 팀장, 담당 소장 등이 차례로 따라 들어갔다”는 목격담이 이어졌고, 동석한 조합 이사 가운데 한 명도 조합원과의 통화에서 해당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시점이 시공사 입찰을 목전에 둔 ‘가장 민감한 시기’라는 점이다. 성수1지구는 오는 8월 입찰공고를 계획하고 있으며, 11월에는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접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시공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접대 정황이 알려지자 조합 내부에서는 그간 수면 아래에서 회자돼 온 시공자 유착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합 집행부가 이미 붕괴 사고로 영업정지처분까지 받은 시공사를 무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공정성을 지켜야 할 조합 집행부가 특정 시공사의 중역과 저녁을 함께하고 접대까지 받았다면, 이미 입찰 절차에 대한 중립성은 무너진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이 오히려 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철근 누락으로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며 ‘순살 자이’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품질 관리 부실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이후, GS건설은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한동안 모습을 감췄고, 실제로 압구정·한남·반포 등 핵심 사업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다만 GS건설이 성수1지구에서만큼은 이례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온 데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같은 와중에 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비사업에서 신뢰가 무너진 GS건설이 어떻게 활동을 이어갔는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는 조합원들의 시니컬한 반응도 전해지고 있다.
법에 따른 처벌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받은 조합 측 역시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 제113조는 이러한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시·도지사가 해당 건설사의 정비사업 입찰 참여를 2년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같은 법 제132조와 제135조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밝힌 경우, 이를 받거나 받기로 한 경우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시공사와 조합 모두 형사처벌과 행정적 제재가 적용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조합장 등 임원은 정비사업의 공정성과 조합원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비리 관련 처벌 규정상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로 간주되며, 그만큼 엄격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책임을 진 조합 임원들이 특정 시공사로부터 조직적 접대를 받았다면, 조합원 전체를 대표할 자격 자체가 의심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조합이 특정 건설사에 조합원 명부를 넘겼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에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자택으로 직원이 찾아왔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증언은 조합 외에는 알 수 없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개연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은 물론 도시정비법 상 시공자 선정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위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쟁 시공사 간의 브랜드, 기술력, 설계 및 상품과 같은 본질적인 경쟁 요소가 아닌, 특정 건설사 임직원의 향응이 조합의 방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면, 이는 조합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공정 경쟁이 전제돼야 할 시공자 선정 절차가 무너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역시 이번 사안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감정가를 초과하는 이주비 지원 등 과도한 금융 조건으로 조합을 유인했다는 비판은 있었지만, 조합원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접대 의혹이 제기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GS건설은 과거에도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20년 한남3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외주 홍보직원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총 300만원 상당의 금품과 고가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볼 때 성수1지구에서의 향응 제공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GS건설은 입찰 자격 박탈과 중징계 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사실을 서울시 응답소와 성동구청에 직접 민원으로 제기한 성수1지구 조합원은 “조합장을 상대로 고기를 사주고 술을 함께하며 입찰을 따내려는 방식은 조합원 입장에서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시공사와 술자리를 갖고 접대를 받는 구태가 아직도 존재한다면, 시공사 선정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건설사와 조합 집행부 사이에 유착 정황이 드러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시공사와 조합 모두 예외 없이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