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CIGS(copper indium gallium selenide, 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박막 태양전지는 일반적인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얇고 유연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활용성을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해 발전 효율이 매우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 분야에서 광발전성능 신기록을 달성하며, CIGS 박막 태양전지의 한계를 극복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김진영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 차세대태양전지연구센터 정증현 박사팀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의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이 분야에서 26.3%의 광발전성능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상·하부 셀 최적화 및 광전류 극대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양광발전의 확산은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 면적이 협소해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위한 부지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는 기술이 페로브스카이트/CIGS 박막 탠덤 태양전지이다.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는 서로 다른 광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두 종류의 얇은(박막) 태양전지를 2층으로 겹쳐 만든 태양전지로, 기존 단일 태양전지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가볍고 잘 휘어지는 특성 덕분에 건물 외벽이나 창문, 자동차 지붕, 방음벽 등 다양한 곳에 스티커처럼 쉽게 붙일 수 있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극대화할 훌륭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투과전자현미경 단면 사진(우) [사진=서울대학교]
이에 공동연구팀은 만들기 쉽고 비용이 저렴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더 넓은 영역의 빛을 흡수하는 CIGS 태양전지를 결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기존에 효율이 낮았던 1.05 eV 이하의 저밴드갭 CIGS 하부 셀의 밴드갭 분포를 정밀하게 조절해 전압 손실은 억제하면서 높은 광전류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상·하부 셀의 전류 균형을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상부 셀의 밴드갭을 최적화해 광전류를 기존 대비 8.4% 향상된 20.88mA/cm²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최고 성능의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의 광전류와 대등한 수준이다.
먼저, 서울대 연구팀은 거친 표면의 CIGS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안정적으로 쌓아 올릴 수 있도록 특수 소재와 공정을 개발, 이를 통해 두 태양전지가 빈틈없이 완벽하게 붙어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KIST 연구팀은 두 태양전지를 연결하는 부분에서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연결층을 최적화해 태양전지가 제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26.3%의 광발전성능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이는 이전 독일 연구소의 최고 기록(24.6%)을 1.7%나 뛰어넘는 쾌거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24%대에 정체됐던 박막 탠덤 태양전지 기술의 한계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큰 기술적 의의를 가진다.
가볍고 유연하며 고효율을 내는 기술로 인해 기존 태양전지가 적용되기 어려웠던 물 외벽·창호(BIPV)나 자동차 선루프 등 도심 공간을 발전소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드론, 개인용 비행체 등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동력원이나 무게와 효율이 매우 중요한 우주 항공 분야의 핵심 부품 기술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기록은 세계적인 태양전지 연구기관인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공식 효율 차트(NREL chart)에 올 4월에 처음으로 등재됐다.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정증현 박사는 “최고 수준의 효율을 달성하면서도, 기존 실리콘 기반 고효율 기술로는 적용이 어려웠던 건물, 자동차, 우주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박막 탠덤 기술의 잠재력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김진영 교수는 “이번 NREL 차트 등재를 계기로 페로브스카이트/CIGS 박막 탠덤 태양전지 기술의 주도권을 한국이 확보하고, 다소 더디게 성장해 온 해당 분야의 기술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단계도약형 탄소중립기술개발사업 및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