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무인기 외환수사 주목…공범 한덕수 등 국무위원 조사도 속도
'주머니 손' 두고 "역대 대통령 공개석상 중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처음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지 4개월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무혐의를 항변했지만, 두 번째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7분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2시 22분부터 6시간 40분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특검팀이 제시한 관계자 진술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엄 선포인 것처럼 속이려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수사를 대비해 내란 공범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하는 등 범행 그 자체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는 특검팀 주장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 혐의를 밝힐 중요 관계인인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수사기관 조사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개입해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도 발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중형 선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이 그간 여러 차례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 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내란 재판에서도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주장도 법원은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조은석 특검팀이 소환 조사 2번만에 윤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기민한 대응이었지만 영장 자체도 피의자가 옴짝달싹하지 못할 정도로 촘촘하게 증언 위주로 작성돼 더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로서 특검팀은 수사 개시 3주 만에 '몸통' 신병 확보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또한 특검팀은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야 하는 평양 무인기 외환 의혹은 구속영장 청구 항목에서 빼는 등의 전략적 판단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특검팀은 계엄 명분을 쌓으려고 북한과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로 수사망을 넓힐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지금까지 많이 드러난 비상계엄 과정의 불법성과 체포영장 저지 사건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외환 혐의에 이번 수사의 사활을 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내란 관련 혐의는 검찰·경찰 단계서부터 어느 정도 다져왔던 만큼 구속기간 남은 수사는 외환 혐의에 집중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평양 무인기 투입 지시가 'V'(대통령을 의미) 지시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군 내부 증언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군사 기밀이 포함된 외환 혐의 특성상 특검팀의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군 관계자를 상당수 비공개로 조사했다면서도 조사할 양이 많이 남아있다며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제외했는데, 수사 상황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 시기, 방식, 조사자 등을 두고 건건이 대립해온 점에서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할지는 미지수다.
외환 혐의는 특검팀에게 양날의 칼이다. 먼저 외환죄는 내란죄보다 그 죄질이 훨씬 중하다는 점에서 특검팀은 반드시 그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해야 한다.
외환유치죄(外患誘致罪)는 외국과 통모(通謀)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戰端)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항적(抗敵)하는 죄를 말한다(형법 제92조). 이 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고, 형법 제2편제2장(외환의 죄)에 규정되어 있으며 국가의 외적 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내란죄가 안에서 나라를 뒤집어 엎으려는 행위라면 외환은 외세를 끌어들여 나라를 뒤집어 엎으려는 행위라는 점에서 '매국노'라는 오명까지 쓸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외환죄는 내란보다 죄질이 더 나쁜데 내란은 정부와 국가 체제를 뒤엎기 위한 반란 행위로 그치지만 외환은 외세의 힘을 빌려 국가를 팔아먹는 것을 넘어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건 수괴와 핵심 가담자만 중벌하고 그 외엔 선처하는 내란죄와 다르게 외환죄는 단순가담자도 엄벌하는 편이고 사면도 제한하는 등 더 엄격한 처벌을 하고 있다. 외환죄는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중범죄로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의 예외사항으로 내란죄와 함께 현직 대통령을 긴급체포 또는 구속하는 것이 가능한 죄목이다.
하지만 외환 혐의의 경우 '외국과 통모하여' 즉 북한과 내통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도발을 유도하라고 하는 과정에서 북한과의 '통모' 사실이나 최소한의 정황 증거가 드러나야 외환죄를 입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검팀의 향후 증거 확보와 수사 진척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이 6시간 40분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올 때,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금까지 특검 출석 등을 할 때 한번도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지만 영장심사가 끝나고 서울구치소로 갈 때 처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장면이 찍힌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당시 심경이 복잡했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아니면 법원과 특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손을 주머니에 넣은 모습을 노출해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찌됐든, 국민들이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 전 마지막 장면을 '주머니의 손'으로 기억하는 것에 대해 씁쓸하다는 반응이 많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것이라는 상황을 직감하고 마지막으로 자포자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 역대 대통령들은 법정에 출두할 때 모두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등 국가원수로서 최소한의 예를 표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한손을 주머니에 넣은 것을 의도적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주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본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뜨거운 여름에 전직 대통령의 재구속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경도 좋을 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고 자기의 기분만 표출하려는 것은 역대 가장 수치스러운 국가원수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