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분쟁에 ‘삼성물산 개입설’… 방배신삼호 재건축, 표류 위기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6.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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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삼호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조합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삼호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조합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방배신삼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내부 갈등과 ‘삼성물산 개입 의혹’으로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이 사업은 41층 높이 92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된 이후,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는 수의계약 절차로 전환된 시점에 조합 내부에서 갑작스러운 내홍이 불거졌다.

◆ 조합장 해임 총회 요구와 삼성물산 개입설 논란

시공자 선정 및 조합장 재신임 여부를 두고 오는 7월 열릴 예정된 정기총회를 앞두고 최근 방배신삼호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 해임을 따로 발의하며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배경에는 ‘삼성물산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는 소문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해임총회 발의자 대표 중 한 명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 오세철 대표이사와 통화를 했고, 삼성물산이 방배신삼호 재건축 시공자 선정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 한 조합원이 보낸 문자. /사진=조합원 제보
한 조합원이 보낸 문자. /사진=조합원 제보

이 한 통의 문자로 조합원들은 발칵 뒤집혔고, “정말 삼성물산이 뒤에서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함께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조합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맞서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즉각 해당 문자 발신자에게 삼성물산 참여에 대한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사업 추진의 핵심 동력중 하나인 조합원 간의 신뢰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 조합원 밴드에 올라온 조합장 해임총회 발의자의 글. /사진=조합원 제보
조합원 밴드에 올라온 조합장 해임총회 발의자의 글. /사진=조합원 제보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은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해임 총회 추진으로 조합 정기총회와 시공사 선정 작업은 사실상 모두 중단됐다.

이 관계자는 “만약 삼성물산이 공식 입찰에 불참하고서도 일부 조합원들에게만 참여 의사를 내비쳐 현 집행부 해임을 부추긴 것이라면, 이는 조합 업무방해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반대로 해임 발의자가 거짓말로 삼성물산 이름을 팔았다면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삼성물산, 경쟁 입찰 분위기만 내고 막판 철회… 곳곳서 반복된 전례

방배신삼호 재건축에서 불거진 ‘삼성물산 개입설’은 이 회사가 다른 정비사업지들에서 보여온 행태와 맞물려 있다. 최근 강남권의 대형 재건축 단지 여러 곳에서 삼성물산은 비슷한 ‘입찰 철회’ 전례를 남겼다.

올해 상반기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조합은 삼성물산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해 경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막판에 입찰을 포기해 유찰됐다. 결국 이 단지는 4월로 예정됐던 시공사 선정 일정이 연기되는 등 사업이 지연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은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에서도 벌어졌다. 이 조합은 작년 9월 1차 입찰이 GS건설 단독참여로 유찰된 후, 삼성물산이 참여를 전제로 입찰조건 변경을 요구하자 △공사비 증액 △책임준공확약서 조건 완화 등을 받아들였다.

이후 삼성물산은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단지 인근에 현수막·버스정류장광고까지 진행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내비쳤지만 돌연 입찰을 포기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을 믿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입찰을 며칠 앞두고 철회한 삼성물산이 도의적으로 괘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사업 일정은 지연됐다.

서울 서초구 방배15구역 재건축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물산이 현장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내 기대감을 높였지만, 1차에 이어 2차 입찰의향서 마감일에도 불참했다. 조합은 삼성물산을 끌어들이기 위해 입찰제안서 제출 기한 조건까지 없앴지만 소용이 없었다.

삼성물산의 불참 선언 이후 방배15구역에서도 즉각 내분이 일었다. 조합장 해임총회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증명이 전달됐고, 사업은 표류 위기에 놓였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연이어 터진 삼성물산의 입찰 철회 사태에 정비업계 전반이 술렁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사업성 검토 후 불참할 수는 있지만, 그 피해가 조합원에게 돌아가선 안 된다”며 “입찰 조건까지 바꾸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지금은 조합원들만 난감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사업 지연이 부른 조합원 피해와 '문제 사업지' 우려

현재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도 해임 분쟁으로 시공사 선정 일정이 무기한 연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는 곧 조합원들의 금전적·시간적 손실로 직결된다. 재건축 사업은 시간이 지체될수록 조합이 부담해야 할 금융 비용이 늘어나고, 향후 공사비 상승이나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부 분열과 일정 표류는 해당 재건축 사업의 대외 평가에도 악영향을 준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현재 정비사업 시장은 시공사가 우위인 건설사 시장”이라며 “수주 물량이 풍부해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는 상황에서 조합 내부 갈등이 심한 단지는 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비업계에서는 분란이 지속될 경우 해당 사업지는 문제 사업지로 낙인찍혀 시공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한다. 내부 다툼이 계속될 경우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가 장기간 표류하게 되고, 조합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소문보다 실익… 조합원들은 냉정한 판단과 단합 필요

현재 확인된 바로는 삼성물산은 방배신삼호 입찰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이 거론되며 조합원들의 논란이 확산됐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조합원 전체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 변호사는 “만약 삼성물산이 실제로는 참여 의사가 없는데도 그 이름만 차용한 거라면 배포자가 조합원들을 우롱한 행위이며, 혹여 물밑에서 관여한 것이라면 정당한 절차를 벗어난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도 “조합원들이 더 이상의 혼란을 멈추고 현실적인 이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내부 분열보다는 사업 추진의 속도를 지켜내는 것이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방배신삼호 조합은 오는 7월 중순 시공사 선정 총회를 다시 열어 조합원 투표로 최종 시공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지금 방배신삼호 조합원들은 재건축과 사업 표류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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