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지난 2월 국내 토종 전자문서 및 데이터 기술 전문기업 이파피루스(대표 김정희)가 미국 아티펙스(Artifex, 대표 마일스 존스)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업계를 강타했다. 동시에 이파피루스는 255억 규모의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 19년간 국내 전자문서 시장에서 리더 자리를 지켜온 이파피루스가 본격 글로벌 기업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대규모 투자유치로 기술력 및 성장가능성 입증과 동시에 미국 아티펙스사 인수로 보폭 큰 행보를 동시에 가져갔다. 이미 성장궤도에 올라서 있던 이파피루스의 이번 선택은 의미가 적지 않다. 실제 이파피루스의 전자문서 제품은 지난 6~7년간 국내 공공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조달 쇼핑몰 매출과 순이익 모두 5년 연속 성장 중으로 지난 2021년에는 전자결재, 전자평가, 온라인민원처리 등 비대면 업무 시스템 확산세를 타고 매출액 93억을 달성, 전년 대비 40% 대폭 성장한 바 있다.
이파피루스 김정희 대표는 “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전자문서 시장은 기술뿐 아니라 문화가 중요한 시장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한계가 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희 대표는 “이번 신규 투자 유치와 인수 진행은 글로벌 전자문서 시장의 판을 흔드는 기업으로 단숨에 점프업하기 위한 밑준비”라며, “글로벌 표준기술 확보와 동시에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PC와 모바일 결합으로 글로벌 전자문서 시장 판 흔든다
아티펙스는 1993년 설립된 글로벌 PDF 시장 1세대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고성능 PDL (Page Description Language, 문서를 화면에 표시하거나 인쇄하기 위해 페이지의 정보를 표현하는 기술) 엔진과 모바일 오피스 기술을 주무기로 구글·어도비·HP·교세라·오라클 등 글로벌 프린터 제조사와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에 전자문서 소프트웨어 엔진 라이선스를 공급하고 있다. PDF 문서 및 그래픽 처리 관련 특허만 25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 제품으로는 PDL 소프트웨어 ‘고스트스크립트’, PDF 뷰어 ‘뮤PDF’, 모바일 문서 편집기 ‘스마트오피스’ 등의 제품이 있다.
이파피루스 김정희 대표는 “아티펙스는 전자문서에 기반이 되는 PDF 코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구글에서 사용되는 PDF 검색 및 미리보기 등 기술이 아티팩스의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전자문서 시장에서 모바일 분야에 강한 아티펙스와 웹에 강한 이파피루스의 만남은 그 자체로 큰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파피루스는 △다양한 포맷의 문서를 PDF로 변환해주는 ‘PDF Gateway’ △PDF 스트리밍 서버 ‘StreamDocs(이하 스트림닥스) △빠르고 가벼운 PDF 리더 ‘PDF Reader’ △리얼 페이퍼리스 환경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자서식 솔루션’ △수치에 특화된 빅데이터 분석 AI 솔루션 ‘DataSense’ 등 다양한 제품을 제공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도 어도비, 폭스잇, 글로벌 그래픽 등 전 세계 5개 기업만 보유하고 있는 PDF 코어 엔진을 2003년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김정희 대표는 “아티펙스는 구글,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면서, “아티펙스사의 고객들을 통해 이파피루스의 기술이나 제품을 해외에 진출시킬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단숨에 글로벌 다크호스로 부상한 이파피루스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무분별한 종이 사용,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전자문서 소프트웨어 회사인 이파피루스는 지난 2004년 김정희 대표가 귀국해 차린 회사다. 김정희 대표는 이번에 인수한 미국 아티펙스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속도 경쟁에 내몰린 프린터 업계에서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종이를 보면서 사업을 구상했다. 사명은 고대 이집트의 필기재료로 지금의 종이처럼 사용했던 ‘파피루스’에 전자의 뜻을 담아 ‘E’를 더했다. 이파피루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정희 대표는 “분당 60매, 120매 등 빠르고 편리해진 프린터 기술로 당시 사람들은 화면으로 봐도 될 정보도 종이에 무분별하게 프린트하고 있었다”면서, “한번 보고 버리는 상황속에 이건 아니다 싶었고,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종이를 줄일 수 있는 게 없을까하는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이파피루스는 정부 및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시기와 맞물려 시장의 호응과 함께 성장궤도에 올랐다. 특히 지난 2014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HTML 뷰어 솔루션인 ‘스트림닥스(StreamDocs)’는 국내 전자문서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스트림닥스는 HTML5 기반의 PDF뷰어로 PDF 등의 전자문서를 웹에서 서비스할 때 ActiveX나 전용뷰어를 다운로드 하지 않고도 즉시 문서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열람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현재 기획재정부, 대법원, 조달청, 관세청 등 정부‧공공기관은 물론, 증권‧은행‧보험 등 400여개 기업에 공급됐다.
2020년에만 판매량 150대를 넘겼다. 최근에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마켓플레이스에도 등록돼 서비스에 들어갔다. 중소기업 등으로 서비스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자문서 시장 ‘빅웨이브’ 에측, 글로벌 ‘점프업’ 위한 결단
회사의 두 자리 수 성장세는 물론, 전자문서 시장 자체도 팽창중이다. 세계적으로 PDF 시장은 연평균 12% 정도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자계약 시장, 파일공유 시장은 각각 31%, 26.1%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놀라울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성장가도 속에 이파피루스는 대규모 투자 유치와 글로벌 ‘점프업’을 선택했다.
이파피루스 김정희 대표는 전자문서 시장의 ‘빅웨이브’를 언급했다. 김정희 대표는 “전자문서 시장은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크게 확장되는 흐름을 보였다”면서, “현재는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큰 테마들이 중첩돼 한 번에 오고 있어, 시장의 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실제 전자문서 시장에서는 개별 특화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간에 활발하게 합병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이파피루스의 선택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정희 대표는 “전자문서 시장의 전문업체들이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어, 이대로라면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사이에 글로벌 경쟁이 힘들어 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번 인수로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목표에도 한발 짝 다가섰다. 김 대표는 “전자문서는 기술력도 좋아야 하지만, 문화적 특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이파피루스는 코어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마지막 사용자 측면에서의 문화적 한계로 글로벌 진출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번 아티팩스사의 인수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AI 예지보전 솔루션 ‘모터센스’로 글로벌 투 트랙 공략
“세계를 상대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거듭 포부를 밝힌 김정희 대표의 경영철학은 이파피루스가 펼치고 있는 신사업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파피루스는 5년여의 연구개발 과정 끝에 지난 2020년 모터 고장 AI 예지보전 솔루션 ‘모터센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모터센스’ 출시와 함께 AI 데이터 기술 전문기업으로도 거듭났다. 모터센스는 모터를 포함해 펌프, 압축기, 팬 등 회전 기계의 진동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는 ‘예측정비’ 솔루션으로, 무게 50g의 작은 IoT 무선센서에 AI·클라우드·IIoT 등 기술이 모두 담겼다. 배터리와 와이파이가 내장돼 있어 가동중인 모터에 그대로 부착만 하면 설치가 완료된다. 심플한 컨셉으로 모터센스는 출시와 동시에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 출시 1년만에 LG전자, 한화디펜스, 한화큐셀, 3M 등 30여개 기업이 ‘모터센스’를 도입했다.
전자문서 시장에서 문화적 차이에 따라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경험한 이파피루스는 신사업으로 AI 기반의 예지보전 솔루션을 선택했다. 김정희 대표는 ‘모터센스’의 심플한 컨셉을 강조했다. 김정희 대표는 “모터센스는 심플한 컨셉으로 국가별 문화적인 요소가 없다”면서, “동남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물건을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제품개발이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5년전부터 AI 전문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수많은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모터센스’만 살아남았다”면서, “개발단계에서부터 ‘모터가 고장나면 알려준다’는 심플한 컨셉이 맘에 들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점프업’ 위한 마지막 퍼즐 맞춘 이파피루스
‘환경’, ‘글로벌 소프트웨어’ 크게 두 가지 목표로 19년여를 달려온 이파피루스와 김정희 대표. 2022년을 기점으로 본격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1세대 PDF 기업이자 김 대표가 직접 다니던 미국 아티펙스사의 인수로 글로벌화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모양새다. 이에 전자문서와 인공지능 분야의 ‘투 트랙’ 전략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전자문서는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환경 추세에 발맞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의 솔루션과 모바일 환경에서의 접근성과 사용성이 최적화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신제품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 시장에서 검증을 끝낸 ‘모터센스’도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고도화한다. 이미 자동차, 반도체, 태양광에너지, 소재 가공 및 제조, 다관절 로봇, 물류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적용 사례를 확보하고 있어 고도화 작업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파피루스는 2022년 매출 2배 성장을 목표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4년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전망이다. 단숨에 글로벌 전자문서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파피루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