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역대 최장기’인 35개월 연속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7.0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BSI는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경기 전망을 의미한다. BSI는 2022년 4월(99.1) 100 이하로 떨어진 뒤 2년 11개월 연속 기준치를 하회하며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을 경신하고 있다.
업종별 2월 경기전망은 제조업(93.0)과 비제조업(81.4)의 동반 부진이 예상되나,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비제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 BSI는 1월(84.2) 대비 8.8p 반등한 반면, 비제조업은 3.5p 하락하며 더욱 악화됐다.
제조업 세부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장비 등이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26.3)와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105.3)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반면 기준선 100에 걸친 △의약품(100.0) △비금속 소재 및 제품(100.0)과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100.0)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업종은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특히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철강이 포함된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은 9개월 연속, 석유정제 및 화학업종은 6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비제조업 업종 별로는 △정보통신(56.3) △건설(76.2)을 비롯한 7개 전 업종의 업황 악화가 전망됐다. 비제조업 모든 업종이 부진한 것은 2020년 7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경협은 국내 소비 부진 등의 영향으로 부정적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풀이했다.
2월 조사 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특히 내수(86.2)는 지난 2020년 8월(82.7) 이후 4년 6개월 만에, 투자(87.9)는 지난 2020년 9월(84.6)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수출(97.5)은 전월(90.2) 대비 7.3p 상승하면서 100에 근접했다. 한경협은 연초에도 수출이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 업종에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며, 내수가 좀처럼 회복이 어려워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환율과 유가 상승,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심리가 매우 악화되고 있다”며 “기업심리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고용 등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본부장은 특히 “소비·투자 촉진을 위한 무쟁점 민생·기업지원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고, 상법 개정안 등 기업 활력을 저해하는 입법 논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