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낀 절혜의 ‘국가 정원’ 청남대 개발은 충북 위한 것 아닌 국가성장 원동력
도시농부, 도시근로자 아이디어 정책 추진 ‘혁신상’ 수상...일자리 역발상 접근 호평
문화 통해 만족도 높아지고 그것에서 창조의 에너지가 생성돼 결국 산업 발전 ‘연결’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충청북도는 동서남북이 산으로 둘러싸여 자칫 고립돼 있다는 이미지나 농업도시같은 인상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충북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의 산업이 고루 포진된 첨단 산업의 메카다.
정부가 차세대 신성장동력 대표주자로 공을 들이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은 충북이 생산액과 종사자수, 그리고 수출액에서 전국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표적 수출 효자산업인 반도체도 생산액이 전국 2위에 종사자 수도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충북은 한국 첨단산업의 양대 주자인 이차전지와 반도체 산업을 동시에 품고 있는 전국 유일의 지자체다. 충북이 이렇게 첨단전략사업의 메카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지자체장의 뚜렷한 ‘산업관’과 성장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자체장이 충북의 장점인 첨단산업 유치에 지속적인 관심과 ‘도력’(道力)을 집중하지 않으면, 또한 지자체장의 리더십과 가치 철학이 투영돼 있지 않으면 충북은 첨단산업의 메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였지만 그 어느 지자체보다 역동적인 산업의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는 충청북도의 도세와 상황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난 3월 18일 늦봄의 마지막 눈이 내리던 날, 100여년 역사를 지닌 충청북도 도청(현 도청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도민의 자발적 기부로 건립된 유일한 공공청사이다)을 찾아 김영환 도지사를 만나보았다.
김영환 도지사는 치과 의사 출신에 4선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이다.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국정운영’의 경륜과 경험을 충청북도의 성장과 발전에 오롯이 쏟고 있다. 김 지사를 기다리며 최근 임명된 손인석 정무특별보좌관에게서 “지사님이 요즘 AI에 그야말로 꽂히셨다. AI를 도정에 접목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으시는데 참모들이 그것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지사에게 요즘 기업이나 정치권의 최대 화두인 AI에 대해 먼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기자:AI 관련해서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다면.
김영환 지사:AI는 어찌 보면 시대를 바꾸는 기술이다. 기술이나 산업이나 생활이나 모든 분야에서 큰 거대 기술이니까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고 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AI 시대를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IoT(사물인터넷)나 로보틱스, 블록체인이나 여러 가지 신기술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융합된 기술로서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AI 시대로 들어섰다. 과거 정보혁명에서 이제는 AI 혁명 시대로 진입하는 전환기적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기자:충북 도정이 민선 8기 체제에서 투자 유치 목표 60조원 중 현재 55조를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하기 가장 좋은 도로 부상하고 있는데 김 지사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 지사:우리 도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으로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충북 땅이 나라 중앙에 자리한 건 지도를 안 봐도 알 수 있다. ‘중(가운데 中) + 심(마음 心)’으로 이뤄진 ‘충’(충성할 忠) 자 덕분이다. 그거에 따라서 지금 크게 열리고 있는 교통 인프라 SOC 또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자연 환경을 포함한 좋은 여건들이 투자 유치에의 가장 큰 매력 요인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충북은 더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기자:수도권 과밀화 때문에 경기도도 포화상태가 되다 보면 그 대안으로 충북이 입지적 매력이 있다고 본다. 여타 도에 비해 수도권과 가까이 있는 이점이 있지 않겠나.
김 지사:그것은 과거의 시각이다. 지금까지는 충북이 수도권에 가까이 있다는 근접성이 강조됐다면 지금의 충북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얘기다. 충북은 영호남하고도 가깝다. 영호남이 서울과는 멀고 우리 충북과 가깝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해안선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지금부터는 내륙이 부상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내륙이 발전과 성장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으니까 물류가 흐르더라도 여기(충북)를 지나갈 수밖에 없다. 관광을 가더라도 충북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충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우리의 시각을 서울 중심에서 전국 중심으로, 더 나아가 세계 중심의 사고로 바꿔야 한다. 충북은 그동안의 약점이었던 것을 강점으로 바꾸는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제 물리적인 중심에서 문화적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기자:도정이 도지사들의 어떤 비전이나 생각에 따라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충북은 이시종 전임 도지사가 3연임을 하면서 산업적으로 좀 성장을 했지만 충북의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비전을 도민들과 공감을 할 수 없으면 수도권의 종속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다’(2024년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 수상)라는 비전은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도전인 것 같다.
김 지사:예전 분들이 산업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산업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해서 이제 정주 공간도 늘리고 문화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모두 경제를 부강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경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니까 과거 분들은 그때의 역할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방식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자:김 지사는 원래 의사이기도 하고 시도 쓰는 시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다양한 경력들이 도지사 리더십에 어떤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나.
김 지사:시를 잘 쓴다고 해서 무슨 뭐 훌륭한 시인이 된 것도 아니고 의사가 됐지만 훌륭한 의사가 된 것도 아니고 또 전기 기술 같은 것도 배웠지만 그렇게 뛰어난 기술자가 된 건 아니다. 다만 그런 기술이나 다양한 영역들이 경계를 형성하면서 많은 상상력을 제공해 주는데 그것이 도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 의사 경력이나 시를 쓴 경험이 개별적으로 도움이 됐다기보다 그런 다양한 경험들을 조합을 한다고 할까 융합한다고 할까 그런 것을 바탕으로 뭔가 창조를 해나가는 상황이 맞는 말 같다.

기자:최근 김 지사가 가장 많이 거론하고 관심을 두는 것이 청남대라고 들었다. 대통령 별장이었던 이 청남대에 대해 특별히 가지고 있는 어떤 문제의식이 있는지.
김지사:청남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 정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청남대를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대통령 별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금강이라는 크고 아름다운 강을 막아서 서울 면적의 8배에 달하는 대청호라는 엄청난 호수를 안고 있기 때문에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대청호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데 그런 천혜의 입지조건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정원은 중국 베이징의 이화원과 비슷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 영빈관 같은 건물도 정부가 활용을 많이 한다. 그런데 청남대 같은 경우 엄청난 투자를 하고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지금 국민들한테 얼마나 이용이 되는지, 그 활용도 면에서 정말 안타깝다.
사실 청남대 주변이 상수원 보호 지역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규제가 많았다. 숙소도 안 되고 식당도 안 되고 커피숍도 안 되고 그러다가 이제 조금 규제가 풀리면서 새로운 개발 단계로 진입할 것이다(김 지사는 민선8기 출범부터 지금까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완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마침내 지난해 8월 상수원관리규칙이 개정되어 청남대 안에서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고, 모노레일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대청댐이 조성된 1980년부터 44년간 이어졌던 규제의 사슬이 풀린 것이다).
청남대는 수자원을 관리하고 국가 정원으로서의 기능, 관광 자원으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 청남대에 1천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한다면 충청북도의 GDP는 내가 볼 때 한 5%포인트 정도 성장할 거고 대한민국 GDP도 대략 0.2~0.1포인트 정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1천만 명이 와서 돈을 쓰고 갈 수 있는데 청남대를 저렇게 방치한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지금까지 정치가 그걸 규제해서 그런 건데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합리적 규제를 하지 않고 그냥 무조건 틀어막는 식으로 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청남대 개발은 돈 안 들이고 투자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거니까 그건 당연히 (각종 규제와)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
기자:도지사가 가지고 있는 가치나 철학이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
김지사:그런 케이스가 수도 없이 많다. 우리는 충북을 발전시킨다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청남대 개발을 접근하고 있다. 울산에다 현대중공업 만들었다고 해서 울산 경제를 좋게 한 것이 아니잖느냐. 대한민국을 살린 것이다. 충북의 개발도 우리만 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과 사고의 틀을 바꾸고 넓혀 나가야 한다.
기자:지난 2024년에 충북형 ‘도시농부’, ‘도시근로자’가 농촌의 일손 부족과 도시의 일자리 부족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정책을 소개해 달라.
김지사:제품이든 도시 개발이든 정책이든 다 그것은 상상력의 산물이다(김영환 지사는 10권의 시집을 낸 시인 출신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남들과는 다른 역발상으로 접근해서 나온 아이디어다. 농촌 문제가 심각하다. 돈을 수백조원을 썼겠지만 농촌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농촌에는 사람이 없어서 농사 못 짓는다는 아우서이 들려온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농촌 일을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외국인 노동자도 필요하지만 그것만 갖고 하면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끌려다니고 우리 농업이 실제로 탈탈 털릴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 인력을 농촌에 충원해야 하는데 그 방식을 도시에서 농촌으로 인력을 보내는 것이다. 도시는 일손이 남고 농촌은 일 할 사람이 부족하니까 그런 미스매칭을 서로 연결하면 된다. 도시 유휴 인력을 농촌 일손과 연결하는 데 일종의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도시에 있는 시니어 노동자와 경력 단절 여성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충북은 전국 최초로 도시 유휴인력을 도시농부와 도시근로자로 육성, 지역의 인력난과 구직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혁신적 일자리 모델을 탄생시켜 도시농부는 ‘2023년 지방자치 경영대전 대통령상(대상)’을, 도시근로자는 ‘2024년 정부혁신 왕중왕전 국무총리상(은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하니까 도시에서는 서민들의 복지가 되고 농촌에는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또 거기서 나오는 수입은 전통시장을 포함한 지역 상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일석 3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충북형 도시근로자 접수 한달만에 작년 실적을 초과하여 연인원 12만명을 돌파해 지난해 기준 114%나 증가했고, 도시농부는 올해 참여자 2만7천명으로 전년 동기(5만3천명) 대비 410%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도시농부는(24.12.31.기준) 63,050 농가에 누계 216,197명이 활동했고, 도시근로자(24.12.31.기준)는 689개 기업·소상공인에서 누계 117,244명이 활동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금 이 일자리 정책은 경북을 포함해 전국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리프레시 차원에서라도 농촌에 가서 일도 하고 건강도 회복하고, 농촌은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니까 서로 좋은 것이다.
기자:‘일하는 밥퍼’ 사업도 김 지사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정책으로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김지사:‘일하는 밥퍼’ 사업은 적어도 충북에서는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밥 굶는 노인들이 없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출발했다. 이것은 어른신들을 단순한 복지의 수혜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소중한 생산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그 경험과 능력을 지역에 환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2024년 3월 경로당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통시장, 공공기관, 종교기관 등 활동 범위를 넓혀 현재까지 68개소의 작업장에서 누적 참여 인원 5만 1천명을 넘겨 계속되고 있다.
이 일하는 밥퍼는 새마을 운동을 능가할 혁신적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새마을 운동이 집을 고치고 마을에 길을 내는 농촌 계량형 운동이라면, 일하는 밥퍼 사업은 고령화 시대의 맞춤 정책이다. 65세에서 100세까지의 노인들이 2~3시간의 생산적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소정의 상품권을 받는 운동이다. 역대 정부는 지난 80년 동안 노인 연금 30만 원을 주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절대 빈곤 상태에 있고 노동으로부터 소외돼 있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그런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일하는 밥퍼 사업은 모든 노인들에게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사회 참여를 한다는 즐거움과 활동을 통해서 돈을 번다는 자존감을 동시에 느끼실 수 있다. 이 운동은 ‘다이소 전략’과 비슷하다. 다이소가 천원짜리를 팔아서 몇 조원짜리 회사가 될 수 있었듯이 작지만 소중한 어른신들 각각의 힘을 모아 광범위한 노인들의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거니까 엄청난 것이다.

기자:이 일자리 밥퍼 사업도 신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김지사:글쎄, 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지(웃음).
기자:도지사가 이렇게 아이디어가 많으면 아래 직원들이 힘들겠다.
김지사:내가 쫓겨나든지, 직원이 쫓겨나든지 해야지(웃음)
김영환 지사는 마지막으로 ‘문화가 곧 경제’라는 소신을 다시 강조했다.
“문화가 바로 경제다. 또한 문화가 복지고, 그 외 모든 것이다. 문화를 빼고 산업을 한다든지 문화를 빼고 복지를 한다든지 이렇게 되면 이제 거칠어지면서 그것이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문화를 통해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또 거기서 창조의 에너지가 생기면 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결국 우리의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문화로 경제를 부흥시킬 때가 왔고, 그것에 정책의 집중도를 최대한 높여나가고 있다.”
김영환 충청북도 도지사가 걸어온 길
△1955년 청주 △청주고 △1988년 연대 치의학과 졸업 △제15·16·18·19대 국회의원 △2001년 연대 경제학 석사 △2001~2002년 과학기술부 장관 △2016년 국민의당 사무총장 △1988·2004·2018년 치과 원장 △2020~2021년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최고위원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 △2022년~ 충청북도 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