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등 신호에도 제조 설비투자 ‘꽁꽁’… 신규 분야 발굴 시급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6.01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편중 해소, 세액공제·정책금융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최근 속도가 붙은 백신 보급,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유가 지표 등 경기 호전 시그널이 명확하게 나오는 모양새이다. 이 같은 경기 반등 신호에도 제조기업들의 설비투자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설비투자가 계속해서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경제연구원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투자계획이 없거나 지난해 대비 축소한다고 답한 기업이 58%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utoimage]
올해도 설비투자가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경제연구원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투자계획이 없거나 지난해 대비 축소한다고 답한 기업이 58%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utoimage]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미중 패권전쟁으로 촉발된 무역분쟁 등 국내외 시장에 긴장감이 돌면서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부문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18년 -0.8%p, 2019년 -1.4%p로 2년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등이 본격 개화하기 시작한 지난해에서야 상승폭을 그릴 수 있었다.

특히, 반도체가 설비투자를 견인했다. 지난해 초부터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가 진정되고,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에도 본격 시동이 걸렸다. 우리나라 전체 설비투자 성장률이 마이너스(-1.0%)를 시현한 가운데도 민간부문 투자 경제성장 기여도는 플러스(0.6%p)를 기록하게 한 공신이 반도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각종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액이 48억7,000만 달러(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메모리 및 파운드리 설비투자는 계속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타 산업들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전체 산업 설비투자의 24%를 점유하는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철강·조선 등 전통 제조업 분야는 투자 감소로 2017년부터 전반적으로 역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 설비투자 중 반도체의 비중은 2011년 23.4%에서 2020년 45.3%로 21.9p 상승했다. 2020년 일본의 제조업 설비투자 1위 업종 수송용 기계의 비중이 제조업 설비투자의 약 21%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설비투자 구조는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 중심으로 편중돼 타 산업들은 방치된다면, 경제 회복력, 고용, 부가가치 창출 등 모든 경제 활력을 저하시킬 공산이 크다. 

2020년 제조업 설비투자 업종 구성 韓日비교(단위 : %, 산업은행·일본재무성) [자료=전경련]
2020년 제조업 설비투자 업종 구성 韓日비교(단위 : %, 산업은행·일본재무성) [자료=전경련]

한편, 전경련이 최근 10년 간 한국, 중국, 일본의 국내 설비투자와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설비투자 증가율이 가장 낮으며,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 2.5%, 중국 4.3%, 일본 3.9%로 우리나라가 가장 저조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 7.1%, 중국 6.6%, 일본 5.2%로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중국이 헬스케어, 전자상거래 등 신성장분야 투자를 지속 증가시켰으며, 일본은 기업 감세정책과 산업 활력에 역점을 둔 정책으로 민간 혁신투자를 끌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해외투자가 활발했던 것은 지난해 90억 달러 수준의 SK하이닉스의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등 글로벌 대형 M&A와 전기차반도체 등 시설투자가 지속 증가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부터 무분별한 해외 M&A 제한, 자본 유출 통제 강화 기조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 규모를 줄였으며, 일본은 팬데믹으로 인한 對EU·ASEAN 투자 급감으로 전년 대비 33.8% 감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한편, GDP 대비 해외직접투자 비중은 2018년 기준 일본 32%, 한국 22%, 중국 14% 수준이었다. 

올해도 설비투자가 계속해서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경제연구원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투자계획이 없거나 지난해 대비 축소한다고 답한 기업이 58%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 완화, 세제 개혁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기업들이 국내에는 인․허가 및 환경 규제, 노동코스트 증가 등으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면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국회는 기업의 신성장분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인․허가 규제, 환경 규제, 영업활동 제한 등 각종 규제의 개선을 통해 기업의 국내투자 활성화를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투자 분야를 지속 발굴해야 하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은행 대출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 자금조달을 확대해 투자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