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용구 기자] 전력의 분산화를 통한 기대 효과는 크게 3가지다. 송전망 건립 부담 완화, 수요 분산, 재생에너지 활성화 등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력시장과 계통의 분산화는 오는 9월 ‘분산에너지활성화기본계획’ 발표 이후 보다 구체화할 전망이다. 전력 당국은 “기존 전력계통 운영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강조한다. 이는 전력계통 불안,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등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 옥기열 시장혁신처 처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력계통 운영이 복잡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전력시장 회원수는 2022년말 기준 총 5,445개사로 집계된다. 2001년 시장개설 당시(7개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태양광 및 풍력 사업자가 5,227개로 전체의 96%에 달한다. 소규모 재생에너지는 송전계통이 아니라 배전계통에 연결된다. 또 실시간 관제설비가 없어서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기상 상황에 따른 출력 불안전 등 변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호남 등 비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이다.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 몰려있지만 송전망은 불충분하다. 부득이하게 발전량을 제한하는 출력제어(Curtailment)가 발생하는 이유다. 호남 및 제주 지역 재생에너지발전 사업자의 불만이 크다.
전력시장 구조는 어떤가?
현재 전력시장은 계통 변화에 따른 니즈를 반영하기 힘든 구조다. 그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유연성 자원에 대한 수익모델이 부족하다. 현행 시장은 석탄화력 등 전통 발전기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그렇다 보니 ESS 같은 유연성 자원의 측면에선 수익 모델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맞춤형의 중앙계약시장을 지난해 제주에 시범 도입했다. 다음은 ‘가격 신호 부재’의 문제다. 지역 입지에 대한 가격 신호가 없다. 전력시장 가격이 지역의 수급 여건을 반영하지 않아 발전소 및 전력수요 간 지역적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역별 도매요금제(LMP) 도입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검토 중이다.
셋째는 재생에너지의 전력시장 참여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전력은 수요-공급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선 재생에너지 전력의 수요 여건을 고려하기 힘들다. 재생에너지도 타발전기와 마찬가지로 발전이 예상되는 양을 시장에 미리 입찰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있어 동등한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지원 제도적 타당성’을 꼽을 수 있겠다. 현재는 재생에너지가 전력수요를 초과해 공급 과잉이 우려될 경우도 REC 등 정책 보조금이 지급된다. 전력거래소의 제어 지시에 응할 인센티브가 부족한 셈이다.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제도의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
LMP 도입을 언급했다. 전기요금 차등의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앞서 언급했듯 제주와 호남 지역은 재생에너지가 집중돼 출력제어가 발생하고 있다. 영동, 충남은 대규모 화력발전설비가 밀집해 있어 송전 제약이 점차 커질 것이다. 알다시피 기후위기 대응에 따라 고탄소 발전원들은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력수급의 지역적 불균형은 계통 운영의 불안을 야기할뿐만 아니라 최신 발전설비가 있어도 가동하지 못하는 국가적인 낭비를 초래한다. LMP는 지역의 전력 수급 여건을 전력시장 가격으로 반영하기 위한 방안이다. 단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수급에 맞게 출력을 조정토록 할 필요가 있다. 즉, 공급이 과잉돼 가격이 낮아질 경우 가격적 신호를 통해 발전기가 출력을 감소토록 유인하고, 반대일 땐 발전단가가 비싼 전원(피크전원) 또는 에너지저장장치의 출력을 증가시켜 전력 수요에 응대하는 식이다.
수요가 과잉되면 비싼 발전기라도 필요하단 의미인가?
예측 이상으로 수요가 올라가면 필요하다. LMP 도입 등에 따라 전력 가격이 지역별로 나눠졌을 때 비싼 지역은 더 비싼 발전기가 들어오게끔 유도할 수 있다. LMP는 지역적 수급여건에 맞춘 시장가격을 통해 계통의 안정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동시에 꾀하는 수단이다.
‘재생에너지 실시간 입찰’ 등에 대한 시범사업이 제주에서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입찰형 실시간 시장을 도입하고자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다. 제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큰 지역이다. 금년 1분기 중 시장 개설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 시범사업은 네 갈래로 보면 된다. 하나는 ‘재생에너지 전력시장 입찰’이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단독 또는 통합발전소(VPP) 형태로 입찰에 들어오는 내용이다. 사업자들은 하루전시장, 실시간시장에 발전량과 가격을 입찰하게 된다. 입찰에선 영(0) 이하 음(마이너스)의 가격 입찰을 허용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해 음의 가격을 받더라도 REC 등 정책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둘째는 ‘실시간시장’이다. 재생에너지는 실제 전력공급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당연히 발전량 예측이 정확해진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전에 예측한 발전량 데이터로만 관리되고 있다. 기존 하루전시장 이 외에 실시간에 인접한 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하루전시장에서 체결한 거래량을 더 정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취지다. 셋째는 ‘예비력시장’의 개설이다. 전력수급 변동에 대비해 예비전력(예비력)을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실시간으로 예비력을 결정하는 최적화 작업을 추진한다. 나머지 하나는 ‘이중정산(Two-Settlement)제도’의 도입이다. 기존 전력시장은 하루전시장의 낙찰 결과만 정산에 반영됐다면 제도 개선 이후엔 달라진다. 하루전 낙찰량은 하루전시장 가격으로, 하루전시장 낙찰량 대비 실시간 변동량은 실시간시장 가격으로 정산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하루전 예측에서 200MW의 전력을 생산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니 300MW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부족한 100MW를 더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엔 추가 전력에 대한 가격의 책정이 경제적이지 못했다. 하루전에 이미 시장 가격이 결정된 탓이다. 그러나 실시간시장에선 추가된 100MW를 두고 경제성을 다시 따지게 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란 슬로건이 내걸렸다. 전력시장에 대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될 것 같다
전력거래소 내부의 역량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동시에 비전문가인 사업자들의 이해도 제고 역시 중요해졌다. 소규모 사업자들도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고민이다. 우선 전력거래소 교육센터에 참여하는 전문 교수를 확충할 방침이다. 전력거래소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역량이 필요한 기관이다. 다만 인력 채용 등 조직 운영에 있어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전력시장 설계 및 운영, 전력계통 운영 등 관련 해외 기술 교류와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 적극적인 연구개발도 강조된다. 전력거래소는 대학생 대상의 학점과정 및 일반인 창업교육 등을 내실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작년에는 ‘전력거래사’ 자격 제도를 신설했다.
기타 강조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전력시장 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싶다.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당부드린다.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기술요건 강화나 시장제도 개선 과정이 이해당사자들의 불편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모두의 양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에너지 전환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계통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로 봐달라. 사업자들의 지혜와 협력이 중요하다. 전력거래소도 사업자들의 의견을 경청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