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국가 재생에너지 척도 ‘태양광 공공조달시장’… 성패 기로에 직면하다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4.09.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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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 등록 실효적 기준 논의 시점… 현장 중심의 적합한 제도 개선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환경 이슈를 넘어 글로벌 무역, 경제, 산업 경쟁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들의 선거에서는 그린 정책을 필수 요소로 세워야 하고, 정책 방향이 다른 당이더라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독일 총리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녹색당에 예상을 뛰어넘는 표가 갔고 2021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다음의 총리를 뽑는 연방선거에서 녹색당은 14.8%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민당(SPD), 자민당(FDP)과 함께 제3정당이 됐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중심의 정책 기조를 갖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기후 약속인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당선되더라도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조달시장은 조달우수제품, 다수공급자계약(MAS), 혁신제품, 벤처나라, 사회적기업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사진=gettyimages]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시장은 정책 영향으로 위축된 시기를 보내고 있으나 수출 중심의 국가 경제 구조상 회복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 태양광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태양광 공공조달시장 또한 공공기관의 ESG 경영, 에너지자립 및 효율 향상, RE100 이행 등을 골자로 지속적인 확대가 예상된다. 

조달 컨설팅 전문기업 와치캠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장치의 조달 제3자 단가 조달(수의계약) 건수는 2007년 8건에서 2023년 11월 기준 1,774건으로 확대됐다. 최근 성장폭이 주춤했으나 전체적인 태양광 조달시장 현황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조달시장은 △조달우수제품 △다수공급자계약(MAS) △혁신제품 △벤처나라 △사회적기업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다수공급자 계약을 제외하고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형태다.

현재 태양광 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내 발전장비 및 전력제어기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양광 분야 계약업체는 태양광발전모듈 3개사(5개 상품)이 등록돼 있으며,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장치는 우수 12개사(812개), 일반 15개사(195개)가 올라와 있다. 태양광발전장치는 우수 15개사(1,585개), 일반 107개사(3,591개)가 등록돼 있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발전장비 및 전력제어기' 카테고리 내 태양광 분야 계약업체 현황 [자료=조달청, 인더스트리뉴스 재가공]

나라장터 등록, “실효적 기준과 공사 관리 등 사후관리 체계 갖춰야”

태양광발전장치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등록을 위해선 참가자격과 심사 통과가 필수다. 태양광발전장치를 제조물품으로 입찰참가 등록, 전기공사업 등록, 적격성평가 1년 내 납품 등 다섯 가지 사항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어 신용평가등급확인서, 수요물자납품실적증명원, 직접생산증명서 등 12가지의 서류가 필요한 1차 적격성 평가를 거쳐 2차 가격자료 제출을 통해 조달시장에 등록할 수 있다.

국내 제조산업의 8할이 중소기업인 것과 같이 대부분의 태양광 업체 또한 중소기업이다. 다수공급자계약(MAS)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외부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과 비용이 투자된다. 안정적인 수입구조로 인해 조달시장을 선호하고 있지만 등록 과정이 복잡해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 이후에는 가격자료 제출 등을 통해 단가계약이 이뤄진다. 단가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용량별 도면, 견적 등이 필요한데, 태양광발전사업의 재료비는 총 사업비의 60% 이상이 되면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다. 태양광설비 단가는 매년 하락하고 있어 업체 입장에서는 단가계약 등록시점과 실공사 시점의 차이로 인해 수익성이 향상되지만 정부 재정 차원에서는 손해라 할 수 있다. 

또한, 태양광발전시설은 현장의 특성 및 설치방법, 조건에 따라 규격화를 할 수 없기에 용량 베이스의 단가계약보다는 설계 기반의 단가계약이 요구된다. 의무비율에 따른 용량에 맞춰 설치하고자 할 때 전기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용량에 맞추는 경우도 있어 적합한 제품이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분리 발주로 인해 설계된 제품이 단종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으로 대부분의 관공서의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되고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 설치용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제대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달시장의 진입은 낮추고 조달시장을 통해 설치된 건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시장을 확대함과 동시에 부실공사 업체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완공 후 성능인수검사를 통한 효율보장제도가 필요하다”고 뜻을 밝혔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태양광 조달시장 등록 자격 요건 [자료=조달청]

우수조달 직생위반 계약해지, “업계 불확실성 키워… 적합한 기준 제시 필요”

최근 조달시장 관련 업계에서는 ‘직접생산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라는 조달청 조치가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태양광 공공조달시장을 주제로 기획 취재를 시작한 본지 취재팀도 주요 관련 기업의 소극적인 취재 협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조달청은 2023년 10개의 우수조달업체에 대해 직접생산확인 기준 위반 여부를 조사해 1차적 위반업체들에 계약해지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중소기업벤처부와 함께 다른 우수조달제품기업, MAS 업체 등 43개사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를 실시했다. 

법무법인 세종에서 공개한 <태양광발전장치 업체들의 직접생산확인 기준 위반을 이유로 한 조달청 제재처분의 문제점 및 대응방안>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태양광발전장치 중 직접생산대상에 해당하는 지지대의 상당 부분이 외주 제작돼 직접생산확인 기준을 위반했다는 점이 주로 지적됐다.

공개된 법무법인 세종 자료에서는 “조달청 등으로부터 적법하게 태양광발전장치에 대한 직접생산확인 기준 인정 등을 받고, 수 년간 문제없이 장비를 시장에 공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규정에 대한 의견차이 내지 규정의 미비로 인해 여러 업체들이 심각한 수준의 제재처분을 받는 것은 정말로 부당하고 억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현재 조달청이 예정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장치 직접생산확인 기준 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처분들의 경우, 여러 면에서 그 효력을 다툴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위법한 처분으로 인정돼 취소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핵심내용은 태양광발전장치는 태양전지로 구성된 모듈과 전력변환장치로 구성돼 있는데 이러한 구성의 확인기준에 규정된 ‘구조물 및 접속반’이 이러한 모듈과 전력변환장치를 구성하는 구조물 및 접속반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를 대지나 건축물에 부착하는 지지대까지 포함한 완결된 구조물 전체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자료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직접생산확인 기준’은 법규명령으로서의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지대는 설비의 규모나 종류에 따라 그 크기, 재질, 규모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태양광발전장치 업체들이 모든 지지대를 직접 생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당초에 각 개별회사들이 관계기관으로부터 직접생산여부 확인을 받을 때에도 태양광발전장치 전체의 지지대는 직접생산대상이 아닌 것을 전제로 확인을 해줬을 가능성이 높다. 나중에 이에 반하는 취지의 제재처분을 내리는 것은 신뢰 보호나 행정기본법의 취지에 반하는 처분이라고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태양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수조달업체를 요건과 기술을 인증받기까지 2~3년의 시간과 3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알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태양광 업체를 경향한 조사라는 소리도 있지만 심사의 엄격함이 있었더라면 이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단순 요건에 대한 불충족뿐만 아니라 우수제품의 성능의 충족 여부도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달시장의 진입은 낮추고 조달시장을 통해 설치된 건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시장을 확대함과 동시에 부실공사 업체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지속가능한 태양광 공공조달시장 위해 ‘현장’ 파악 우선돼야

태양광 공공조달시장의 확대를 위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태양광 시장의 자체적인 확대 기조와 더불어 조달에서의 체계적인 등록과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아울러 조달청을 비롯한 정부와 기업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경제성 확보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조달우수제품의 경우 등록된 제3자단가로 계약이 체결되는 특성상 원자재 단가가 상승해도 이를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단가를 반영하고자 해도 수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등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고, 단가를 원자재 인상에 맞춰 인상하게 되면 수요기관에서는 예산이 증가해 적용을 꺼리게 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달시장의 경우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 아닌 조달청 기준에 주도되는 시장이라 의견 수렴과 반영에 있어 빠른 대처나 해결 방안 제시가 어렵다”며, “기업은 이러한 개선점의 부분들이 발생해 반영되기까지 지체되는 소요 시간 동안의 손해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달시장에서 태양광 모듈 및 발전설비의 등록상황은 전기시공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부분만 강조되고 있다”며, “실제 제조사가 아닌 시공업체에서 태양광 모듈만 구입해 등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양광 모듈 및 BIPV 등 전문제조사 물품과 시공을 나눠 등록하게 하면 제조사와 시공사 모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품 등록도 더욱 세분화하면 특정 기업에 낙찰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보다 고품질의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태양광 공공조달시장은 국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고, 이러한 기조에 맞춰 재생에너지 확대를 예고하고 있는 정부 방향성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정확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조달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현장과 물품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불안하고 위축되게 한다. 체계적인 문제 해결과 개선을 통해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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