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승계 작업 방향성, 미묘한 변화 있나 관측
구성모-고려디앤엘, 내년이면 구 회장과 지분율 비등 전망
구본순 등 형제측 트러스톤과 손잡고 본격 경영권 분쟁할까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구본걸 LF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성모씨가 처음으로 개인 명의로 회사 지분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구씨 개인회사인 고려디앤엘을 통해 우회적으로 LF의 지배력을 높여왔던데서 방향을 선회해 승계작업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성모씨는 이날 장내 매수로 LF 주식 4100주를 사들였다.
이날 4100주 매수를 포함해 구씨는 이달에만 총 8차례에 걸쳐 LF 주식을 사들이며 기존 지분율을 1.18%에서 1.39%로 0.21%p 끌어올렸다.
구씨의 LF 지분이 변동된 건 친할머니인 홍승해씨에게 지분을 증여받은 2020년 10월 19일 이후 4년여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구본걸 회장의 장녀이자 구성모씨의 누나인 구민정씨도 최근 15년만에 LF 지분 매입(1.10%→1.26%)에 나서며 일각에선 승계 작업 방향성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구성모씨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구 회장이 일찌감치 승계 구도를 잡은데다,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범 LG가에 속한 LF그룹인만큼 구민정씨로의 승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승계 ‘핵심 연결고리’ 고려디앤엘…2대 주주 우뚝
구씨는 그동안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 고려디앤엘을 통해 꾸준히 LF의 지배력을 키워왔다.
구씨 개인 지분율은 1%대로 낮지만 고려디앤엘은 구본걸 회장(19.11%)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다.
고려디앤엘이 LF 승계구도의 ‘핵심 연결고리’가 되는 이유다. 고려디앤엘은 구씨가 91.58%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다.
고려디앤엘은 올해 4~5월 2개월 동안에만 총 17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LF 주식을 매수했다.
이에 고려디앤엘은 올해 9월 기준(분기보고서) LF 지분율이 11.97%로 2023년 3월 말 기준 7.47%에서 약 1년 새 4.50%p 증가했다.
구씨와 고려디앤엘의 LF 지분율은 13.36으로 최대주주인 구 회장 뒤를 5.75%p차로 바짝 쫒고 있다.
1년 간 구씨와 고려디앤엘이 약 5%p의 지분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양측과 구 회장의 지분율이 비등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승계 구도가 구체화 된 상황에서 정작 구성모씨는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3년생으로 내년이면 33세의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구씨가 LF에서 근무한 연수는 채 1년에도 못 미치는것으로 알려졌다.
구씨는 지난해 9월 LF 신규투자팀 매니저로 입사했지만 올해 8월경 유학을 이유로 퇴사했다.
LF 관계자는 “구 매니저는 현재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다”며 “공부를 위해 외국으로 나갔다는 것 외에는 개인 정보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구씨가 아직 30대 초반이라는 점과 1957년생인 구본걸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긴 시기상조인 만큼 LF가(家)의 승계 작업은 시간을 갖고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승계 구도는 안정화…‘형제의 난’ 비화 가능성↑
이처럼 LF가(家) 승계 구도는 안정화됐다고 평가받는 반면, 최근 구본걸 회장과 형제들 간 경영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LF는 또다른 격랑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LF는 LF네트웍스 자회사 파스텔세상의 아동복 라이선스(판권)를 지난 6월 종료했다.
파스텔세상은 '닥스키즈', '해지스키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로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였다. 파스텔세상은 LF의 판권으로 사업을 이어갔는데 이 판권이 종료되며 회사가 멈췄고 이로 인해 파스텔세상은 대규모 직원해고를 단행했다.
LF는 구본걸 회장이 첫째 동생인 구본순씨와 둘째 동생인 구본진씨에게 LF네트웍스와 파스텔세상·트라이본즈 등을 주는 것으로 정리가 끝난 상태다.
구본순씨는 파스텔세상 대표를 맡고 있고 트라이본즈는 구본순·구본진씨가 각자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파스텔세상은 지난해 8월 LF와 닥스·헤지스에 대한 판권 계약을 3년 갱신했다. 하지만 LF는 올해 4월 돌연 파스텔세상과의 판권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양사간 계약은 6월 완전 종료됐다.
트라이본즈의 '닥스셔츠' 판권도 내년 10월 종료된다. 트라이본즈는 연 매출 900억원 규모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9월 말 구본진 LF네트웍스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장 앞으로 진정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며 불거졌다.
파스텔세상 측은 LF가 대주주 가족 지분 확보를 위해 자사에 자금을 요구했고, 이같은 요구를 지속 거절하자 판권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LF 측은 계약서 상 해지 사유로 명시된 경영진의 윤리경영 위반이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스텔세상 판권 계약 해지는 철저히 사업적 판단에 의거한 결정으로 대주주의 LF네트웍스 지분거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구본걸 회장과 구본진 대표 간 LF 경영권을 두고 ‘형제의 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LF 지분은 구본순 대표가 8.55%, 구본진 대표가 5.84%로 총 14.39%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자녀들이 가진 지분을 포함하면 구본순·구본진 측의 합산 지분율은 15.11%에 그친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구본걸 측에 비해 지분율 열세에 있는 구본순·구본진 측이 7.11%의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손잡고 본격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구본순·구본진 측과 손잡는)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