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온라인 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이 최근 입점업체 정산금 지연 사태에 이어 기업회생 신청 의혹까지 불거지며 판매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발란에 입점한 판매사는 1300여 곳으로 이 플랫폼의 월 평균 거래액은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발란 미정산 사태를 둘러싼 혼란은 갈수록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8일 유통 업계에서는 발란의 정산금 미지급 논란이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최근 발란이 판매자들에게 처리해 줘야 할 정산금을 차일피일 미룬데 이어 기업회생절차 정황까지 판매자들에 의해 발견되며 유통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발란은 지난 24일 일부 입점사에 정산해야 할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발란은 정산 지연 이유에 대해 “자체 재무 점검 중 지난해 파트너사에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등 오류를 발견해 과거 정산 데이터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재검토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정산금 지급이 보류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어 사측은 “26일까지 재정산 작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늦어도 28일까지는 파트너사별 확정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해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날 이후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 사례가 지속 제기되자 발란 측은 “정산 시스템 오류일 뿐 ‘유동성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발란의 판매 구조를 보면 외부 판매자들이 상품을 등록해 판매하는 오픈마켓 방식과 자체적으로 상품을 소싱해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발란은 이 중 외부 판매자들에게 줘야 할 돈을 정산해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산을 받지 못한 판매자 약 40명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를 직접 방문해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구나 이날 판매자들이 발란 사무실을 찾았을 때 직원 PC에 ‘회생 관련 제출 자료’라는 폴더가 있었다고 알려지며 논란이 가중된 모양새다.

혼란이 커지자 발란 측은 직원들의 안전을 우려해 전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할 것을 권고, 현재 회사 문을 걸어 잠궈 놓은 상태다.

아직까지 발란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공식 신청한 사실이 확인된 바 없음에도 일부 판매자들은 발란이 이미 기업회생을 내부적으로 결정해 놓고 그에 앞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발란에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실리콘투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투는 75억원을 선투자하고 나머지는 일정 조건 충족 시 추가로 투자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란에 대한 이같은 의구심은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게시글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자신이 발란 입점 판매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명품 온라인 커뮤니티에 “과거 발란은 입점 조건이 매우 엄격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란 쪽에서 먼저 입점 제안을 해오며 판매자 수를 빠르게 늘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혹시 이런 상황을 미리 염두에 두고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기업가치 1/10 폭락…2015년 설립 이후 지속 영업적자

발란은 2015년 설립 이래 단 한번의 흑자도 기록한 적 없이 지속 적자가 이어지는 중이다. 발란의 마지막 감사보고서가 제출된 2023년 기준 영업손실 금액은 99억8000만원이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56% 감소한 392억원을 기록했다.

발란은 지난 2023년 기준 자본총계가 -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중심의 명품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기업가치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발란은 이 과정에서 292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지난 2023년 초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던 3200억원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발란이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형록 발란 대표이사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인정에만 호소한 최 대표의 입장문에 판매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당초 발란 측은 이날 정산금 지급 일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최 대표의 입장문 어디에도 정확한 정산 일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입장문에서 “최근 정산 지연 문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여러분을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발란은 파트너(판매자) 여러분들의 것”이라며 “지금 이 플랫폼이 무너지면 단지 발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명품 시장 전체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이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정산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도 않은 채 “발란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미정산을 감수해달라’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발란 지분율은 최형록 대표가 37.63%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이어 네이버가 7.98%로 2대 주주이고 나머지 지분은 대부분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서영길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