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새판 짜기' 돌입…'걸림돌' 高환율 극복이 관건
  • 김기찬 기자
  • 승인 2025.04.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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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0원대 초반 고환율에 항공사 '울상'
고환율에 해외여행 주요 연령 수요 위축
"통합 시너지 효과 단기적으로 악영향"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비상을 앞두고 멈춰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기찬 기자]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도약을 벼르고 있는 항공업계가 고환율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환율 국면에 접어들 위험이 높아지면서 수익성 악화 때문에 통합효과가 희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 1471.5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 초반을 넘나들며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발표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와 맞물리면서 환율은 고삐풀린 말 처럼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항공사들은 통상적으로 항공기 리스료 등을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오른 만큼 '환차손'을 부담해야 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약 200억~30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높은 환율은 곧 여객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꺼리는 승객들이 늘어날 소지도 매우 높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국민 해외 관광객 수는 559만855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령별로 보면 올해 2월 기준 20대의 해외여행 증가율은 12.2%에 그쳤다. 2023년 2월에 월별 최대 증가율인 2220%를 기록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50대와 60대의 2월 해외여행 증가율도 각각 2.3%, 1.1%에 불과했다. 1월 기준으로는 50대와 60대는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가족 단위로 여행을 떠나는 3040세대를 제외하면 해외여행객 증가율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새판 짜기'에 돌입한 항공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가 등장할 예정인 가운데 대형 항공사(FSC)는 물론 저비용 항공사(LCC)까지 통합되는 등 대격변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항공사들은 최근 주주총회에서도 대부분 '통합 대비'에 초점을 맞춘 경영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그룹의 외형적 성장은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인 동시에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통합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하는 큰 과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특히 "효율적인 인수 후 통합(PMI) 실행을 통한 조기 경영 안정화 달성을 경영방침으로 정하겠다"면서 "향후 통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한 가족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이들의 자회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사가 통합한 '통합 LCC'도 조만간 출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흐름을 감지한 듯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도 기단 확보 등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던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도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자 변경 면허를 취득해 이르면 8월쯤 재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LCC인 티웨이항공도 대명소노그룹이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인수합병 등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지연됨에 따라 대명소노그룹의 완전한 경영권 확보는 다소 지체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1분기 실적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연결 실적으로 포함한다는 계획인데, 올해 1분기 이어졌던 고환율 국면이 통합 이후 첫 성적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CC의 1분기 성적도 전년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 위축을 우려해 올해 1분기에 성수기 승객 확보를 위해 과도할 정도의 프로모션에 나섰지만 여행객 증가세가 예상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사들의 합병이 노선이나 운항에 있어 네트워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단기적인 관점에서 고환율 국면이 항공사들의 통합 시너지 효과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는 항공업계가 PMI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갖고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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