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절실한 롯데…사장단 회의서 ‘고강도 리셋’ 전략 논의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7.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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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창사 이래 첫 1박 2일 VCM…위기 타개 총력전
수익 강화책 집중 논의…롯데케미칼 재건 핵심 과제로
롯데 호텔 건물에 게양된 롯데그룹 사기 /사진=연합뉴스
롯데호텔 건물에 게양된 롯데그룹 사기./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박 2일 일정의 VCM(옛 사장단 회의)을 단행하며 총력 쇄신에 나섰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그룹의 생존 전략은 물론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불렸던 롯데케미칼의 위기 극복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16일 롯데에 따르면 하반기 VCM은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시작돼 예년과 달리 1박 2일 일정으로 17일까지 열린다.

롯데 관계자는 "VCM이 1박 2일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회의 일정 및 주제 등은 모두 외부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반나절 일정에서 벗어나 숙박까지 포함된 ‘마라톤 회의’로 전환된 배경에는 그룹 전반을 흔들고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절박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매년 상반기(1월)와 하반기(7월) 두 차례 VCM을 개최해 왔지만 이처럼 장기간 회의를 이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및 주요 계열사 대표 등 임원 약 80명이 참석해 화학·유통·식품 등 롯데 각 사업군의 상반기 실적 점검과 하반기 경영 전략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 롯데케미칼, 6분기 연속 적자…“회복없이는 그룹 전체 위기”

이번 VCM에서 핵심 의제로 떠오른 것은 단연 롯데케미칼의 구조적 위기 대응책이다.

한때 롯데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조131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1000억원 이상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는 상황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의 침체, 수요 감소,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실적 부진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가운데, 지난달에는 한국신용평가를 비롯한 국내 주요 3개 신용평가사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그 여파는 롯데지주로까지 번지며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롯데는 이같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수개월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비핵심 자산 매각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말 롯데는 업계 1위였던 렌터카 계열사 롯데렌탈 지분 56.2%를 약 1조6000억원에 매각했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맡았던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개시 3년 만에 청산했다.

특히 롯데헬스케어는 신동빈 회장이 한때 ‘그룹의 4대 미래 성장축’ 중 하나로 꼽았던 사업이다.

올해 들어선 롯데케미칼의 파키스탄 자회사 지분을 현지 업체에 979억원에 팔았고, 코리아세븐의 ATM 사업을 600억원에 처분했다. 롯데웰푸드도 충북 증평 제빵공장을 정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1년 1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1년 1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롯데지주

유통·식품군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184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73.5% 줄었다. 롯데슈퍼의 매출은 7.2% 감소한 3108억원, 영업이익은 73.3% 줄어든 21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롯데쇼핑의 위기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당시 주주총회에서 “지금이 변화의 골든타임”이라며 “모든 전략을 원점에서 점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식품군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는 1분기 매출 9103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 31.9% 감소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1분기 매출 9751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6.1%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계열사들의 전방위적 실적 부진에 롯데는 결국 칼을 빼들었다. 롯데는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임원 22%를 퇴임시키고,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화학 부문 계열사 CEO 13명 중 10명을 교체하는 등 고강도 인사 쇄신을 단행했다.

아울러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인 롯데온, 롯데면세점, 세븐일레븐 등에서는 인력 감축에 나섰고, 롯데웰푸드도 올해 4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 상반기에 미뤄진 ‘변화의 기회’…하반기엔 가능할까

이처럼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 실적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VCM 논의의 핵심 기조는 ‘선택과 집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불확실성의 확대와 내수 침체가 심화되며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신 회장은 상반기 VCM에선 “지금이 변화를 이끌 마지막 기회”라며 고강도 쇄신도 주문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VCM에서는 ▲비효율 사업 정리 ▲적자 계열사 구조조정 ▲조직 슬림화 ▲해외 사업 수익성 재점검 ▲신기술 활용 전략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롯데온의 구조 개편, 롯데쇼핑의 점포 효율화, 롯데케미칼의 해외 프로젝트 수익성 점검 등은 그룹 수익성 회복과 직결되는 핵심 과제인만큼 심도있게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기술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역시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중장기 전략으로 바이오·AI 분야 등 미래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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