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체코정부에 한수원과의 원전계약 중단 요구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5.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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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외무장관 출신 EU 부위원장 “해외 불공정 보조금 조사해야”
체코 당국 반발… “EDF 제소 당일 밤 10시에 서한 보낸 건 의문”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KHNP)의 160억유로(한화 약 25조원) 규모 체코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 사업과 관련해 프랑스 출신 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가 계약 절차를 중단하라며 체코 정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유럽매체 유락티브(euractiv)는 12일(현지시간)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루카시 블첵 체코 산업통상장관에게 이러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세주르네 부위원장은 서한에서 “EU 집행위원회가 심층 조사를 시작하는 결정을 준비 중인 만큼 체코(정부)는 위원회와 성실하게 협력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 서한에 명시된 우려에 반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해외 보조금 규정(Foreign Subsidy Regulation·FSR)’이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서한은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법원에 소송을 낸 지난 2일 발송됐다며, 이는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이 계약을 중지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리기 나흘 전이었다고 유락티브는 전했다.

EU가 2023년 7월 도입한 FSR은 EU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 자국 정부 등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내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공입찰에 참여하면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는 규정이다.

EU는 직권조사 결과 불공정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하면 인수합병 ·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이와관련, EDF는 한국 정부가 한수원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에 대해 한수원의 계약 상대방인 체코 전력회사(CEZ) 자회사 EDU II는 성명을 내고 EDF의 불법 보조금 주장에 대해 “낙찰자의 억측(speculation by the unsuccessful bidder)”라며 “낙찰자는 입찰을 따내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체코에 원자력 발전소가 전혀 건설되지 않도록 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체코 정부 당국도 EU측의 개입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체코의 블첵 장관은 체코 공영방송 CT와의 인터뷰에서 세주르네 부위원장이 프랑스 외무장관을 지낸 점을 언급하며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서한의 내용이 “EDF의 시각과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얀 리파프스키 체코 외무장관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세주르네 부위원장이 EDF의 제소 당일 서한을 보낸 점을 지적하면서 “프랑스인이 금요일 밤 10시에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 몹시 이상하다. 그는 틀림없이 매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토마스 레니에 EU 집행위 대변인은 “그는 프랑스의 이익을 옹호하는 위원이 아니다”면서 “우리의 단일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집행하고 체코 당국과 협력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앞서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EDF가 제기한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EDU II가 한수원과의 중지해야 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EDU II의 모회사인 CEZ는 체코 정부가 과반수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국영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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