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北, 보복 핵공격 능력 확보 위해 해군 전력 증강 나서”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5.2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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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개발에 올인하면서 다른 군사 장비 현대화에 어려움”
“北 단독 해군력 걱정 없어… 中 위협시 美 해군력 분산 우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號) 진수 사흘 만에 진행된 첫 무장 시험 사격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號) 진수 사흘 만에 진행된 첫 무장 시험 사격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최근 북한이 본격적인 해군 전력 보강에 나선 가운데 지난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구축함이 제대로 물에 뜨지 못한 채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상 기반 무기를 보완할 수 있는 ‘2차 타격(second strike·보복 핵공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군력 강화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WSJ는 24일(현지시간)자 지면에 실은 ‘김정은이 군함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Why Kim Jong Un Can't Accept Failure with His Warship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사고 다음날인 22일 최현급 5000t급 구축함이 진수식에서 크게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사고를 목격한 김 위원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WSJ는 “세계에서 가장 정보가 억압된 사회 중 하나인 북한에서 (구축함 진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김정은이 해군의 발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그는 북한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해양 주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한국군의 평가를 인용해 북한 해군이 약 6만명의 병력과 420척 이상의 전투함, 70척 가량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해안 경비대(coastal defense force)’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소개했다.

WSJ는 이어 “북한 해군 전력은 노후화된 함정과 낡은 무기 체계로 인해 제한적”이라면서 “현대화된 대형 전함의 2번째 진수는 북한 해군을 지배하는 과거 소비에트 시대 군함에서의 또 다른 중대한 결별(departure)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최현은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부친이자 김일성의 빨치산 출신 최측근으로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딴 ‘최현’급 구축함은 길이 약 144m(470피트)로 미국 핵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의 약 절반 크기라고 WSJ는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최현급 구축함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고 했고, 한국 측은 러시아가 함정 개발에 도움을 줬을 수도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북한 구축함은 지대공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을 위한 수직 발사 시스템(VLS)과 같은 현대식 무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이번 세기 세계 유일의 핵실험을 수행했으며, 우크라이나와 전투 중인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을 공급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핵 개발에 ‘올인(all-in)’하면서 다른 군사 분야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여서 북한의 전투기, 탱크, 함정은 작동하지 못하거나 구식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북한은 해상에서 미국, 한국과 더욱 경쟁하기 위해 탐지를 피하고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과 같은 자산도 필요로 할 것이지만, 이를 만드는 것은 미국에게도 어려운 일이라고 WSJ는 짚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핵안보연구실장은 WSJ에 “북한이 실제로 핵잠수함을 배치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지난 21일 사고로 신형 구축함을 시험하고 장비를 갖추는 일정이 더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SIS의 미사일 방어(MD) 프로젝트 책임자인 톰 카라코는 “북한 해군이 고립된 상태에서 싸우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중국과 부적절한 순간에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제한된 작전 능력에도 해군 함정을 공개함으로써 공격적인 해상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영토 야욕으로 인해 미국에 더 많은 해군 자원을 요구하는 인도 태평양에서 북한의 무력은 (미국과 동맹국 입장에서) 여전히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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