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통화지연은 한미동맹에 문제 있다"...안철수 "코리아패싱 신호 아니냐"
"한미 간 현안 적체 현 정권 책임 아니다"...국익 위해 이 대통령에게 힘 모아줘야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20분간 통화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통화 내용이 20분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이 대통령 당선 축하와 함께 중요한 양국 현안에 대한 간단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하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강 대변인은 “두 대통령은 서로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특히 한.미간 관세 협의를 두고도 조속한 협상 타결을 추진한다는 기본 입장을 공유했다. 강 대변인은 “(두 대통령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이를 위해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7월8일까지 이를 유예했다. 그 전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7월9일부터 이 관세가 적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관세 전쟁' 난제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양국 정상 통화는 그 '전초전'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초청하자 “한·미가 특별한 동맹으로서 자주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다자회의 또는 양자방문 등을 계기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나 이달 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실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있기 전까지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 대통령의 '축하 통화'는 이전 정권까지 비교적 빠른 시간 내 이뤄졌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 '너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한미 정상의 통화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사흘째에 이뤄졌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이던 2017년 5월 10일 당시 집권 1기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이튿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5시간만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각각 통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왜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느냐"며 여러가지 해석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이를 두고 '한미 동맹에 문제가 있다'며 정치 공세를 펼 움직임도 보였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은 통화 지연에 대해 시차 문제라고 해명하지만,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궁색한 변명"이라며 "'코리아 패싱'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신호가 아닐지 우려된다"고 적었다.
보수언론의 한 고위간부는 이에 대해 "한미 정상 간 취임축하 통화는 양국의 동맹관계를 확인하는 매우 상징적인 외교적 이벤트이자 일종의 관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서 '양국 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취임했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전화를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한미동맹보다 중국을 우선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온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종의 군기잡기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전에 주도권을 먼저 잡기 위해 상대 국가를 의도적으로 몰아세우는 등의 공격적인 협상 전략을 취해왔다. 이번에도 이 대통령에 대한 전화를 의도적으로 늦게 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면서 향후 관세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의 향후 6개월 정도의 한미관계 전략과 스탠스가 상당히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러가지 억측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은 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 시기와 관련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차와 여러 일정 문제를 고려해 조율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차와 양국 정상들의 일정 등을 감안해 통화가 조율되고 있는 것일 뿐 늦어진 것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통화는 '친근한 분위기였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두 사람은 공통으로 겪은 피습의 경험을 공유하고 골프 라운딩을 갖자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한다.
사실 이번 양국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전까지 한미 관계는 여러가지 현안이 많이 쌓여진 상태였다. 사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풀어가야 할 현안들은 하나같이 녹록지 않다.
이 대통령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자 대미 정상외교의 '뇌관'은 단연 이날 통화에서도 언급된 관세 협상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시행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다음 달 9일이 사실상의 협상 시한으로, 한 달가량 밖에 주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전 세계 미군 재배치 움직임과 이에 맞물려 나오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 등도 뜨거운 감자다. 미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사업 참여 요구도 양국 협상에 얽혀있다.
지금까지 쌓인 현안들이 모두 양국의 경제적 이익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두 정상이 이날 노력해나가기로 언급한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외교 노선을 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만큼, 양측이 국익을 담보하기 위해선 쉽사리 타협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5년 동안 실리 중심의 외교 노선을 실행해 나가기 위해선 취임 초반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북미 대화 진행 시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당사국으로서 한국이 '패싱'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한미 정상외교 채널의 긴밀한 가동은 필수적이라 대미외교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야당과 보수층에서는 한미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진' 것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와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실 그동안의 한미 관계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이후 올스톱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맞물리면서 양국 간 최종 조율 주체의 '협의'가 일종의 진공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특히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촉발한 가운데 한미 양국도 관셰문제가 최대 현안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등으로 이를 해소할 한국의 '협상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고 이번 양국 정상 간 통화로 이제야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국민의힘과 보수층에서는 이번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진' 것을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 탓으로 돌리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양국 간 적체된 현안은 이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화 지연'은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중국과도 친해질 수 있다는 언급을 하는 것은 실용외교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일종의 '립 서비스'일 뿐 그것이 최종적인 외교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도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보수층에서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전략을 '친중반미' 프레임으로 몰아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되지 않을 뿐더러 이재명 대통령의 대미외교와 관세 협상에도 그 입지를 줄이는 '팀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에 관한 한 여야의 진영 대결보다 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소와 외교정책의 탄력성을 위해 정치권이 국익을 매개로 통합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국내 정치에서부터 분열과 갈등이 커지게 되면 한미 양국 간 현안 타결에도 적잖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갓 사흘을 넘겼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대한민국은 지난 6개월 동안 사실상 블랙아웃 상태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고 이제 겨우 국정운영의 불이 들어온 셈이다. 트럼프라는 역대 미국 정권 사상 가장 권위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확실히 힘을 모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