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특수통’ 오광수 민정수석 임명...이재명의 ‘이이제이’ 검찰개혁?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6.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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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통령실 참모 인사는 호평...2차 민정수석, 홍보수석 임명에는 '이견'도
'특수통' 출신 오광수 민정수석 '검찰 개혁이 친정편 들기로 왜곡 가능성' 지적
"검찰 출신 내세워 검찰의 조직적 반발과 적개심 희석시킬 카드" 해석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무,홍보,민정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사진=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무,홍보,민정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2차 대통령실 참모 인사안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8일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 민정수석에 오광수 변호사를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상호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이규연 전 JTBC 고문을 홍보소통수석에, 오광수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신임 우 정무수석은 민주당의 대표적 86그룹 정치인으로 서울 서대문갑 지역에서 4선을 지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내 '탄핵 찬성파'를 설득하며 탄핵을 이끌었고 2022년 대선 패배 뒤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계파 간 갈등을 중재했다.

이번 대선에선 중앙선대위 공동상임위원장와 강원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중앙과 지역을 넘나들며 선거를 지원했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권주자급 중량급 인사를 정무수석에 앉힌 것은 우 수석의 다양한 정치경험과 탁월한 정무 감각을 높이 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우 수석은 민주당 내에서 합리적 온건파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민의힘과의 협상에서도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 수석의 임명에 대해 "우 수석만한 대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향후 역할에 기대를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민정수석과 홍보소통수석 임명을 두고는 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온 바 있어 향후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있다.

먼저 민정수석 자리다. 새 정부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을 주도할 민정수석에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찰 특수통 오광수 변호사가 낙점됐다.

오 수석은 청주지검과 대구지검 검사장을 거쳐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을 지냈다. 검찰 재직 시 대부분을 특수수사팀에서 보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오 수석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검찰 특수통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번에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4선의 서영교 의원은 지난 7일 오 변호사의 민정수석 내정설에 관한 질문에 "설로 나오는 사람이 되는 예는 별로 많이 보지 못했다"며 "윤석열과 같이 있었다, 특수통 검사로 같이 있었다, 이런 건 제가 보기에는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국무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국민과 지지층의 막강한 응원 속에 출범한 이재명 정권이기에 서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당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는 서 의원이 오광수 수석 임명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자칫 당과 대통실의 '인사 갈등'으로 비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일부 권리당원들을 중심으로 '비토론'도 확산하는 양상이었다. 특히 민주당 열성 지지층들 가운데 일부는 "오 수석이 아무리 이재명 대통령의 신임을 얻는다고 해도 뼛속마저 검찰의 피가 흐르는 특수통 출신이 검찰 조직을 과연 환골탈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통' 오 수석이 검찰 조직 특유의 연대감과 특권의식을 떨쳐내지 못하고 검찰 개혁도 친정편을 들며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의 기류는 긍정적 흐름도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중립성향 보좌관은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초기 강력한 검찰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적 관심도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데 비검찰 출신을 내세워 급진적으로 개혁을 몰아붙일 경우 검찰 저항은 물론 초기 국정 이슈가 검찰 개혁 논란에 매몰될 수도 있다"면서 "그리고 검찰 조직이 현재 어느 선까지 조직 개혁이 이뤄질지 지켜보고 있는데 비검찰 출신이 와서 점령군 행세를 하며 검찰을 난도질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그들의 저항은 물론 적개심마저 키워줄 수 있다. 그래서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내세워 검찰의 반발과 저항 기류를 희석시키고 서서히 개혁을 진행한다면 초기 다른 국정과제가 검찰 개혁 논란에 묻히지 않을 수 있다. 일종의 이이제이 전략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오 민정수석(1960년생)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이 대통령과 동기다.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재직 시절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분식회계 사건과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하며 무게감 있는 수사 경력을 쌓았다. 2015년 26년간의 검찰 생활을 마친 뒤에는 2020년부터 대륙아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해왔다. 법조계에서는 “성향이 진중하고 중심이 잘 잡힌 사람이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 수석 인선에 대한 여권의 우려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치 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사법 개혁은 법으로 하는 것이다. 오광수 수석의 사법 개혁 의지도 확인했다. 일부 우려에 대해 걱정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정수석과 함께 홍보소통수석도 진보진영에서는 마뜩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보소통수석으로 임명된 이규연 전 JTBC 대표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JTBC 보도국장 및 보도담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대선 기간에는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사회통합전략분과장과 선대위 공보특보를 맡아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그가 '조중동' 출신이라는 점에서 꺼림칙하다는 진보진영 인사들도 있다. 아무리 이재명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다고 해도 이규역 수석이 그동안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가 조중동에 치우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보수기득권층의 논리도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특히 이재명 정권 초대 홍보소통수석 자리를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자리 쟁탈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인 일부 진보성향 공중파 출신 인사들이 '지원의사'를 밝혔지만 거절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송계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진보성향 공중파의 한 임원이 홍보소통수석에 '셀프 지원'을 하려고 이재명 대통령측에 의사를 타진했지만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지원 자체가 안 됐던 것으로 안다. 이는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을 미리 내정했기 때문에 아예 다른 인물은 고려 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권 초기 홍보수석 자리는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 요직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규연 수석 사이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만의 끈끈한 신뢰관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짐작한다"면서 "하지만 이 수석이 탐사보도 영역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냈지만 국민 소통과 정권 홍보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상호 정무수석에 비해 검증되지 않은 인사라 앞으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1차 대통령실 참모 인사는 비교적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차 인선의 핵심인 오광수 민정수석 임명은 당 내부에서도 공개 반대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미묘한 측면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당내 일부의 '비토' 분위기를 알면서도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여당과 '소통'을 강조하면서 실제 행동은 다르다"는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국민주권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 개혁에 특수통 출신을 앉힘으로써 향후 이 문제가 이재명 정권 초기 안착에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인선과 관련해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거듭해 강조했다"며 "이번 인사는 이러한 국민통합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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