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인사는 권력의 한계 지점”...이재명 리더십의 첫 시험대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6.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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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사안도 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소통의 정치'에 긍정적 평가 많아
헌정사 최초 기초단체장 출신 대통령, 여론 적극 수렴해야 '실적'도 얻는다는 인식
향후 국정운영 장애물은 인사일 가능성...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권력의 한계 지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주를 맞았다. 이 대통령의 취임 첫 주 국정수행 평가는 호의적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취임 첫 주 국정수행 지지도에 대해 응답자 58.6%가 ‘잘함’, 34.2%가 ‘잘못함’이라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 기관이 실시한 역대 대통령 취임 초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긍정 52.1%, 부정 40.6%)과 박근혜 전 대통령(긍정 54.8%, 부정 36.2%)보다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긍정 81.6%, 부정 10.1%)과 이명박 전 대통령(긍정 76.0%, 부정 18.4%)보다는 낮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6.3%.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아직 의미 있는 수치라고 보기에는 턱없이 그 ‘검증’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초반 출발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오광수 대통령실 전 민정수석의 인사 검증 미비에 따른 ‘낙마’가 감점 요인이긴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이 대통령의 초반 스타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49.42%)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자신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박근혜 전 대통령(51.55%)을 초반 지지율에서 앞선 점은 이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와 국정운영 수행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사실 이 대통령이 집권 후 2주 동안 특별히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특단의 조치나 정책을 발표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논란이 생길 법한 사안이 생기면 이 대통령이 직접 설명을 하며 불필요한 혼란을 미리 막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시계 제작 논란이었다. 이 대통령을 만난 당내 일부 인사가 ‘대통령 시계를 제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지지층에서 일부 부정적 반응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여론에 부합해 ‘멋진’ 시계를 제작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시계를 보며 이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직원 식당에서 참모들과 점심식사를 한 뒤 마주친 출입기자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시계를 보며 이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직원 식당에서 참모들과 점심식사를 한 뒤 마주친 출입기자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대통령 시계 제작이 큰 사안은 아니지만 사소한 문제라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혼선을 정리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의 ‘낙마’도 이 대통령의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통령실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 빚어진 일이고 논란이 커지기 전에 대통령의 ‘사정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까지도 과감하게 ‘정리’했던 것은 불필요한 혼란을 막는 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2주 동안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역대 정권과 사뭇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여론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에 기민하게 조응하려는 정무적 대응 능력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가급적 본인이 직접 나서서 사소한 사안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을 가급적 피해 왔다.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게 되면 또 다른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정무 대응에 관한 한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논란이 불거질 만한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직접 페이스북 등에 글을 올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불길을 잡는 정무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역대 정권에서도 하루하루 변하는 민심에 빠르게 대응하는 정무 기능이 작동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다른 점은 대통령이 무조건 뒷짐 지고 앉아 상황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되면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하거나 설득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역대 정권의 소통 방식과는 차별점을 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대 국민 소통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그의 출신과도 무관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의 기초단체장(성남시) 출신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육사 등의 군 출신이거나 변호사, 기업가, 직업정치인이었던 것에 비해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부터 행정과 정무 능력을 인정받으며 대권까지 거머쥔 경우다.

지난 2011년 9월 23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시장실 견학을 온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성남시청 제공

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때 “두 정상이 지방에서부터 정치 경력을 쌓아왔던 공통점을 바탕으로 친근하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가졌다는 점이 이채롭다. 지자체장 출신 대통령이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리더 자리에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겪는 것과 유사한 점이 많다.

사소한 문제라도 여론이 들끓을 조짐을 보이거나 민원이 폭주하는 것을 방관하게 되면 지자체장의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연임에도 중대한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시민들이나 도민들의 작은 문제라도 등한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대 네트워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권 적자도 아니고, 당료 출신도 아니고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다. 그럼에도, 오로지 ‘능력’ 하나로 권좌에 올랐다. 이 대통령의 장점이라면 오로지 실력의 리더십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시장이나 도지사 시절에는 시민들이나 도민들에게 어필할 만한 ‘실적’이 최우선이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민원을 해결해주고 실적을 쌓아나갔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아마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실적형 리더십’의 전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혼자 ‘군림하던’ 권위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평가받고 검증받으며 실적과 능력을 인정받는 최초의 수평적인,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모델을 만들 토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진보의 가치에 대해 그리 ‘교조적’이지 않다. 문재인은 순수 인권 변호사로 지내다 대통령이 됐지만 이재명은 변호사를 거쳐 시장과 도백을 지냈기 때문에 실적에 더 민감한 편이다.

이 대통령은 유권자(시민, 도민, 당원,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일보다 지지층들이나 당원들이 가라는 곳으로 군말 없이 가는 것을 정치인의 첫 번째 소명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특정 여론의 형성 지점과 그 촉발 원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5월 12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출정식에서 첫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 대통령에게는, 민주당 대표를 거치면서 쌓은 지지층과 당원들과의 절대적 교감과 연대의식이 그의 생존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무기’였다. 그리고 이제는 대통령의 권좌에 올랐기 때문에 여론 청취와 수렴의 범위를 전 국민(적어도 목표만은)으로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소통 정치는 더욱 세밀해지고 주도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도 취약점이 되거나 향후 국정운영에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점이 있다. 그가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난맥상을 보이거나 어려움을 겪을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사와 관련된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겪은 문제도 오광수 전 민정수석의 낙마였다.

인사의 영역은 뛰어난 추진력으로 성과를 내는 행정력과는 확연히 다른 영역이다. 아무리 이 대통령이 열심히 노력해서 진흙 속의 진주를 찾는다고 해도 대통령이 인사권을 전적으로 장악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인사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요하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다. 이 대통령이 최고 권좌에 오르긴 했지만 장관이나 그 밖의 요직은 계파, 지역, 성별(최근 발표한 대통령실 참모 중 여성이 한명도 없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등의 복잡다단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일 중심’ 인사 스타일 고집을 꺾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임명해 놓은 뒤에도 이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엉뚱한 사고를 칠 가능성도 있다. 이 모든 인사와 관련된 문제의 최고 책임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국민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실적 위주로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앞으로 들어설 내각 장관들 청문회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발생할 경우 이 대통령이 거둔 성과도 빛이 바래질 수밖에 없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전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수석.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출범 11개월이 된 지난 2018년 4월 고위공직자 8명이 사퇴하는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고, 윤석열 정부는 출범 100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고위공직자 6명이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직후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검증 미비로 날아가버렸고 앞으로 장관들의 청문회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하며 갈고 닦은 행정력과 추진력만으로 대통령직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적어도 인사에 관한 한 그리 책임질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직은 지자체 운영과는 완전히 다른 ‘우주급 정무 능력’을 요하는 자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 업무 수행 평가의 중요한 잣대가 바로 ‘인사 문제’라는 건 역대 정권의 인사 난맥상이 잘 보여준다. 인사를 잘 못하면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 최고의 블랙홀이 바로 인사 관련 문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사가 만사’라고 어려움을 토로한 것도 인사의 영역은 대통령의 능력이나 소통의 기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불가역적인 권력의 한계 지점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기초단체장부터 대통령까지 올랐기 때문에 행정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사는 전혀 다른 정치의 영역이다. 이 대통령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받는다면 그 시험대는 바로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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