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 차세대태양전지연구센터 손해정박사 연구팀은 계절과 습도에 상관없이 균일하게 고효율 태양전지를 제작할 수 있는 용액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용액공정은 재료를 잉크처럼 바르고 말리는 간단한 방식으로, 용액공정 태양전지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결정질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와 비교해 제작을 위한 공정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저비용으로 넓은 면적으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용액의 증발을 통해 박막을 제작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고, 특히 공기 중 습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처럼 습한 날에는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되는 드라이 룸(Dry room)은 설치·운영 비용이 높아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고가의 드라이 룸 없어도 대면적 태양전지 제작… 제조 비용↓ 생산 효율↑
연구팀은 태양전지 소재의 용액이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흐름을 조절하는 특수 첨가제를 개발했다. 이 첨가제는 습도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흐름의 불균형을 잡아줘 박막(얇은 막)이 균일하게 형성되도록 돕는다.

태양전지를 만들 때는 이 박막이 균일해야 성능이 높아지는데, 기존 기술은 여름철 고습이나 겨울철 저습 등 주변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 성능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위해 습도 변화가 태양전지 용액공정 중 광활성층(빛을 받아서 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대상체) 박막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습도가 높아지면 기판의 표면에너지가 변하고, 이에 따라 용액의 흐름이 달라져 박막의 나노 구조가 변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습 환경에서는 박막이 균일하게 형성되지 않아 태양전지의 성능이 저하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첨가제를 적용한 결과, 여름철 고습(상대습도 50~70%)과 겨울철 저습(10~20%) 환경에서도 일반 사용 태양전지의 편차보다 낮은 ±2% 이내로 안정됐으며, 발전 효율도 기존 15.1%에서 16.3%로 높아졌다.

이는 날씨나 계절과 관계없이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 면적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로 더 작은 크기로도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성과다.
이번 기술은 고가의 드라이 룸 없이도 대면적 태양전지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어 제조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드라이 룸 설치에는 수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첨가제를 용액에 혼합하는 방식으로 기존 설비에 쉽게 적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특히, 약 2,000조원 규모로 성장 중인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시장에서 중국 등 주요국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원가와 품질을 모두 잡은 이번 기술은 국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KIST 손해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습도 변화로 인해 성능이 들쭉날쭉하던 재현성 문제를 해결해 제작 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생산에 기여한 성과”라며, "향후 이 기술을 적층형 태양전지에 접목해 초고효율 모듈 개발을 추진하고 관련 산업체 및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인 GRaND Challenge 과제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Joule」 (IF 38.6, JCR 분야 0.8%)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