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특검 중 2개 함께 돌아가는 '쌍끌이' 특검은 두 차례...3개 동시는 이번이 처음
최장 170일동안 수사 가능 연말에나 3개 모두 종결 전망...야당은 '속수무책'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특검 정국이 도래했다. 앞으로 특검이 본격화하면 정국은 급속도로 전 정권 비리와 의혹에 대한 총체적인 수사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국무회에서 12·3 비상계엄과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 등 윤석열 정부 시절 발생했던 여러 가지 의혹들을 수사할 '3대 특검법'이 공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전 정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특검법안을 모조리 통과시켰고 이 과정에서 야당인 국민의힘과의 합의도 없었기 때문에 특검은 다수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특검에 대한 의지도 강력하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며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며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내란 종식이라는 조기 대선 승리의 명분과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허투루, 적당히 특검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은 “국민의힘 대부분 의원을 수사선상에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특검 정국이 이재명 정권 초기 안착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먼저 3대 특검이 조사할 내용과 그 범위를 살펴보자. 이번 3대 특검은 수사인력 577명이 투입되는 사상 최대 규모다.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을 다섯 배 이상 뛰어넘는 방대한 인력이다. 또한 예산도 약 400억원이 투입되는 초유의 3중·최대 특검이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이 대통령은 10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내란특검법’(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특검법’(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해병대원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이 의결됐다. 3대 특검법은 같은 날 대통령 재가를 거쳐 즉각 관보에 게재·공포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의 사고 경위 및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내란 특검법(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개가 수사 대상이다.
김건희 특검법(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건진법사' 관련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연루된 공천 개입·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총 16개의 수사 대상을 적시했다.
3개 특검 모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1명씩 2명을 추천하면 이 대통령이 3일 이내에 특별검사를 임명한다. 최장 20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특별검사보, 파견 검사 등이 정해지면 사상 초유의 3개 특검 동시 수사가 다음달 초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3개 특검은 모두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을 추천하게 된다. 국민의힘의 추천권은 배제돼 향후 정치적 갈등의 잔불로 남아 이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를 촉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한 당인 데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특검 추천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버린 것이다.
역대 특검 사례를 보면 2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이른바 ‘쌍끌이’ 특검은 두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3개 특검이 동시에 가동되는 경우는 사상 처음이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특검과 옷 로비 특검이 있었고, 2007년에는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과 BBK 의혹 사건 특검이 한꺼번에 돌아갔다.
이번 3대 특검에는 577명이 투입된다. 내란특검이 267명으로 가장 많다. 역대 최대 특검인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검팀(105명·파견 검사 20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특검 1명에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파견 공무원 100명, 특별수사관 100명을 둘 수 있다. 김건희특검은 205명, 해병대원특검은 105명으로 구성된다. 수사 기간은 내란·김건희특검이 최장 170일(준비기간 20일 포함)이다. 해병대원특검은 준비기간을 포함해 최장 140일간 수사할 수 있다.

3대 특검 운영에는 역대급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됐다. 내란특검엔 애초 김건희특검과 같은 155억원이, 해병대원특검에는 79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내란특검 인력이 205명에서 267명으로 확대되면서 인건비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정농단 특검 비용이 120일 수사 기간 기준 25억원이 책정된 것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큰 증가 폭이다.
3개 특검이 동시에 운영되면 전국 검사 2004명의 6%, 평검사(1251명)의 10%에 달하는 120명의 검사가 특검에 파견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체 검사(267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로 사실상 대형 검찰청 한 곳이 통째로 빠지는 것과 같다.
특히 과거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야 20명이었기 때문에 수사력이 뛰어난 ‘특수통’ 중심으로 많이 뽑혔다. 하지만 이번엔 인력 수요가 큰 만큼 형사부 일선 검사도 대거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3대 특검은 단순한 수사 기구가 아니라 검찰 전체의 동력 중 상당부분을 흡수하는 ‘준 국가기관급 사정기구’로 기능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4~6개월 동안은 가뜩이나 밀린 민생, 일반 사건 수사 지체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라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은 최장 140일,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최장 170일 동안 수사할 수 있다.

특검 추천과 임명 및 실무 준비기간 등을 고려하면 서두르더라도 다음 달 초에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4~6개월이 소요되는 특검의 정국은 연말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 이재명 정권 출범과 함께 초반 6개월 동안은 특검이 사실상 정국의 주요 아젠다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특검 추천 과정에서 배제돼 수사를 저지할 뾰족한 수가 없는 국민의힘은 '예산 낭비'라며 여론전에 나섰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무엇을 위해 특검에 수백억을 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해당 사건은) 검찰을 통해 수사를 다 할 수 있다. 내란 특검도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까지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야당일 때 추진한 특검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여권이 검찰을 직접 지휘해서 수사를 끌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 추천권도 없이 거대한 사정 정국에 무방비로 노출된 국민의힘은 '저항'의 기미마저 보이지 못하고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다. 수사 범위에 제한이 거의 없어 자칫 당 전체가 궤멸적 타격을 입는 상황으로까지 몰릴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국민의힘 대응은 일부 보좌관 등이 유심칩과 휴대전화 기기를 바꾸는 등의 '소심한 대비'만 하는 형국이다. 이재명 정권 출범 초기 특검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