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취임 후 첫 회동 가졌지만 대부분 '실익' 없이 끝나
이 대통령은 야당 포용 자세...대선 패배 후유증 앓는 국힘이 변수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대통령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여야 지도부 오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한 여러 내용을 소상히 설명을 할 계획이고, 기타 의제에 제한 없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7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야 지도부에 이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여야 지도부가 수락하면서 성사됐다고 우 수석은 설명했다.
한편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이 취임하면 여야 지도부나 여당만을 청와대(대통령실)로 초청해 공식 상견례 겸 소통을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대부분 인사치레에 그쳤고, 회동 뒤 여야 관계가 악화되거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야당 또는 여야 지도부를 초청한 시점은 각기 다르지만 그 행보에는 공통적으로 ‘국정 협치’ 또는 ‘정국 안정’이라는 정무적 목적이 깔려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취임 16일째인 3월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권한대행과 당 3역(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초청해 첫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대북송금 특검법을 포함한 주요 현안과 대구 지하철 참사, 민생·경제 문제에 대한 협력이 논의됐으며 참여정부 초반 야당과의 소통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이 만남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방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초기 사례로 이후 여야 협상 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으나 이념적 차이와 정치적 갈등으로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에 취임하고 두 달 후인 4월 24일, 청와대에서 통합민주당과 여당 지도부를 포함한 첫 회동을 진행했다. 이 회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결과를 설명하고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 통상 현안에 대한 여야 공감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내세운 초기 행보였지만 이후 촛불 시위로 여야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 후 46일째인 4월 12일, 청와대에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첫 회동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실 인사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북핵 위기 대응 및 민생 안정 정책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회동 자체는 조기 협치를 위한 의지를 담았지만 이후 정국은 점점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 직후 취임 6일 만인 5월 16일, 청와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를 초청해 첫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은 일자리 추경, 적폐 청산, 국가 통합 등 주요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실질적인 협치를 시도한 자리였고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도 있었다. 문 대통령의 빠른 회동과 포용적 리더십은 당시 야당도 일정 부분 호응을 보이며 긍정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취임 직후 수개월 동안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은 한 차례도 없었다. 가장 이른 회동은 취임 한 달 뒤인 6월 10일, 청와대가 아닌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여당)와 가진 오찬 회동이었으며 야당은 배제됐다. 그 후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총선에서 참패한 뒤 어쩔 수 없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장문의 '대통령 요구사항'을 낭독하면서 회동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그 후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이때를 전환점으로 윤석열 정권 아래 여야 관계는 파탄의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도 크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압도적인 여당 의석수와 함께 대선에서도 비교적 여유있게 승리했기 때문에 가급적 야당을 포용하는 자세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도 이 대통령이 일정을 적극 앞당겨 비교적 빨리 개최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모들은 회동 시점으로 7월 초께가 바람직하다고 건의드렸지만, 대통령이 직접 '자주 볼 텐데 뒤로 미룰 이유가 있겠느냐. G7에 다녀온 결과도 설명하고 시급한 여러 문제에 대해 여야가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고 직접 시일을 당기도록 지시해서 조기에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빼앗긴 뒤 정당해산이 언급될 정도로 코너에 몰려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야성을 회복해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자당 내분의 혼란을 외부 타격으로 돌파하려는 전략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비상계엄 내란혐의와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정당의 가치와 존재이유를 상실한 상태에서는 과감한 쇄신과 철저한 자기 반성만이 살 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성과도 탄핵과 대선 패배 후유증에 빠진 국민의힘의 대응과 태도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