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몸값’ 두고 매도자‧원매자 간 두 배 차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애경산업 매각에 대한 예비입찰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회사가 새 주인을 맞을 수 있을지 뷰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매각을 주관하는 삼정KPMG는 오는 1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는다.
이번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6.18%다.
이 가운데 자사주를 제외한 실제 매각 지분은 63.38%로, 애경 측은 약 6000억원을 매각가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경 측의 희망가와 달리 시장에서 바라보는 애경산업의 가치는 대략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온도 차가 큰 편이다.
그럼에도 인수 후보군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애경산업이 K-뷰티 기업으로는 드물게 자체 생산 공장(청양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청양공장은 연간 18만톤 가량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생산 제품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1108억원에 달한다.
물론 K-뷰티 기업 중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자체 생산 공장을 갖추고는 있지만 연 4조~6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양사와 약 7000억원 매출 규모의 애경산업과는 체급 자체가 다르다.
달리 말하면 연매출 1조원 미만의 애경산업이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자체 생산설비도 갖추고 있어 뷰티 사업을 염두에 두는 여타 기업들에겐 ‘가성비’ 좋은 매물일 수밖에 없다.
◆ 호반‧동국제약 ‘인수설 부인’에도 유력 후보군 물망
비록 희망 매각가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K-뷰티의 빅3(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로 꼽혔을 정도로 애경산업이 매력적인 매물인만큼 현재 시장에서는 몇몇 기업들이 이 회사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곳은 호반그룹과 동국제약이다. 양사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이 두 기업 중 한 곳이 애경산업을 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호반그룹을 보면 현재 ‘비건설’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실제로 건설로 출발한 호반그룹은 최근 수 년간 전선·음식료·유통·숙박·서비스 등 비건설 업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창업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녀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사장을 중심으로 애경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 측은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다수의 화장품 및 생활용품 브랜드를 확보, 유통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호반 측은 공식적으로는 애경산업 인수설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동국제약 역시 인수전 참여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애경산업이 매물로 나온 이후부터 매수를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으며,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동국제약은 수년 간 마데카 크림으로 잘 알려진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비롯해 일반의약품(OTC) 기반의 생활용품 브랜드 확장에 힘을 쏟아왔다.
최근에는 ODM(제조사개발생산) 업체 리봄화장품 인수, 뷰티 디바이스 업체 위드닉스 인수 등으로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전환도 꾀하고 있다.
호반그룹‧동국제약 외에도 직접판매 방식으로 해외 매출을 확대 중인 애터미, 면도기·주방용품 전문 기업 도루코, 과거 인수를 검토했던 동원그룹, 아울러 현대백화점그룹 등도 애경산업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 애경 측 6000억원 이상 vs 원매자 3000억원이 현실적
다만 애경산업의 인수 가격은 이번 매각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애경 측이 애경산업 지분 100% 기준으로 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매각 지분 63.38%를 고려하면 대략 6300억원이 매각가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애경산업의 기업가치 1조원은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보다 한참 낮은 3000억~4000억원대가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애경산업의 희망가와 실적을 감안한 시장평가 간 괴리가 크다”는 의견이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애경산업에 대한 실사와 본입찰이 진행되면 매도자와 원매자 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모태 사업으로, 매각 배경에는 그룹의 유동성 확보와 사업 재편이 자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외에 중부CC(컨트리클럽) 매각도 추진 중이다.
중부CC의 예상 거래가는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돼, 애경그룹이 애경산업과 중부CC를 성공적으로 매각한다면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