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인터파크 약 두 달도 안돼 승인…“이례적으로 길어”
유통街 “오픈마켓-해외직구 ‘시장획정’ 놓고 고심깊을 것”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신세계그룹(G마켓)과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결합 심사가 계속해서 지연되며 양사의 '이커머스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신세계 측에선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기업결합 심사가 이례적으로 약 5개월째 지속되며 양사의 결합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1월 양사가 공정위에 제출한 기업결합 신청 심사가 최장 심사기간까지 넘기며 당초 예상과 달리 지연되는 모양새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공정위 시행령에 따라 신고일로부터 30일이고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에서 연장이 가능하다. 즉 최대 120일까지 심사가 가능하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24일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가 공동으로 지배하는 ‘그랜드오푸스홀딩’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를 접수한 바 있다.
이에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이날(16일) 현재 120일이 이미 지난 상태다.
다만 120일 중 공정위가 필요에 따라 각 기업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자료 보정기간은 심사기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업결합 심사를 할 때 자료 보정이 많이 이뤄진다”며 “양사의 자료 보정 요청과 이에 대한 심사가 되고 있는 상황으로 (심사 기간에는) 문제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 설명에 따라 대략 계산을 해보면 양사의 기업결합 신청 후(1월 24일) 이날(6월 16일)까지 144일이 경과됐으므로 최장 심사 기간 120일을 제외하면, 공정위는 자료 보정기간만으로 24일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커머스 기업 간 결합 심사에서 이례적으로 긴 기간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항공사 기업결합처럼 글로벌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중대 사안도 아닌 이커머스 기업결합에 약 5개월의 심사 기간은 터무니없이 길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양사 결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례로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국내 인터파크커머스 및 위메프와의 기업결합을 승인받는데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시 공정위는 2023년 5월 큐텐으로부터 기업결합 신청서를 제출받은 후 두 달도 안된 시점인 7월 초에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 신세계-알리, 기업결합 승인 ‘키’ 쥐고 있는 공정위 눈치만
유통업계에서는 양사 기업결합을 두고 공정위의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로 ‘시장획정’ 문제를 꼽는다.
신세계-알리 합작회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오픈마켓’과 ‘해외직구’ 두 분야 중 어느 쪽으로 승인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심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공정위가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시장을 오픈마켓으로 획정할 경우 경쟁 사업자에게 미칠 수 있는 독과점 문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는 쿠팡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랜드오푸스홀딩이 시장에 미치는 경쟁 제한 우려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해외직구로 시장을 획정했을 경우다. 그랜드오푸스홀딩이 해외직구 시장으로 획정되면 한국의 가격 거래나 거래 조건을 통제하는 식의 경쟁 제한, 즉 독과점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공정위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점유율은 5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다른 경우의 수는 공정위가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시장획정을 오픈마켓과 해외직구 둘 모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내리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공정위는 그랜드오푸스홀딩이 추진하려는 사업 일부 매각 또는 가격·거래조건 변경 등 시정 방안을 마련해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처럼 신세계-알리 기업결합을 둘러싼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공정위는 지난 4월 전문가 간담회를 비공개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양사의 기업결합으로 향후 국내 오픈마켓 또는 해외직구 시장 경쟁 사업자에게 미치는 독과점 문제 등이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라든지 전문가 의견 등을 청취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다만 (간담회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밝힐 수 없고, 공정위가 합의제 기관이기에 최종적으로 심사가 마무리 되면 자료를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신세계-알리만 답답한 처지가 됐다.
양사는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각 플랫폼(신세계 ‘G마켓’‧알리 ‘알리익스프레스’)을 합작법인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자회사로 편입한 후 물리적 통합없이 독자 운영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합작법인을 통해 G마켓 셀러는 해외 판로가 확대되고, G마켓은 알리바바가 보유한 글로벌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기획을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G마켓의 물류센터와 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취약한 신선식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복안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공정위의 심사가 5개월 가까이 지연되며 양사는 계획해 놓은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결합 승인 ‘키’를 쥐고 있는 공정위를 상대로 신속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압박을 가할 수도 없어 눈치만 보는 기류도 감지된다.
심사 지연과 관련해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 1월 기업결합신고서를 공정위에 접수했으며, 추가 필요 사항에 대해 상호 소통하며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