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협치 강조했으나 야당 의원들과 '온도차'도

[인더스트리뉴스 김희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진행하며 여야의 협치를 강조했으나, 여야의 온도차는 극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퇴장하는 순간까지 박수를 치며 환호성도 들려왔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고개 숙인 인사와 눈맞춤에도 자세 하나 변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첫 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방문했다. 이 대통령 국회 방문에 앞서 본회의장에 모인 민주당 의원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나눴다. 특히 정청래 의원은 이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부터 본관 정문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도착해 본관 정문앞에 나와있는 정청래 의원을 보고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후 정 의원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함께 본관에 들어서며 로텐더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짧은 환담을 나눴다.
국회 본회의장 내에서 이 대통령의 입장 안내가 이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일어서며 중앙통로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민주당 의원들은 중앙통로에 도열해 박수를 치며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남색 배경에 통합의 의미를 담은 얇은 빨간 줄이 그어진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악수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제자리에서만 일어선 채 침묵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이 악수하고 인사 나누는 것을 쳐다보는 의원들도 많지 않았고 대부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에 출석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마친 후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며 우원식 의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 대통령은 단상에 오르기 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먼저 고개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사했다. 단상에 오른 이 대통령은 종이 원고를 보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만 집중하지 않고 국민의힘 반응에도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설에서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나 보수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라고 말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이 없는데 쑥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예산과 관련된 연설 중 “야당 의원들께서는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으면 언제든 의견을 달라”고 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안경을 벗고 이 대통령 연설문을 읽으며 메모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단어를 적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어려운 자리임에도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연설을 마치고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쪽으로 향해 진종오 의원을 시작으로 통로 주변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했다. 이 대통령과 거리가 있는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에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총리 임명은 안된다”고 두 차례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웃으며 “알겠다”라고 말한 후 어깨를 툭 쳤다. 두 사람은 중앙대학교 법학과 동문으로 사법고시를 함께 준비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통령에게 귓속말로 “총리 후보자 지명을 재고해달라”고 말했으나 이 대통령은 “어렵지 않겠냐”라고 답한 것으로 전했졌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민주당 의원들과 다시 인사를 했다.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청래, 박찬대 의원을 나란히 마주한 이 대통령은 누구의 손을 먼저 잡으며 인사하기 보다는 셋이서 동시에 손을 잡은채 악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조국혁신당 의원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과 인사했다. 인사하는 과정에서는 끊이지 않는 박수 소리와 짧은 환호성도 들렸다. 인사를 마친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갈 때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첫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강조했지만 본회의장 안팎의 분위기는 여전히 여야의 온도차가 느껴져 앞으로도 여야 관계가 원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이 열렸던 2022년 10월 25일에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항의 표시로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