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압박 등 불확실성 확대에 기업 체감·투자심리 동반 위축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경제단체 가운데 3분의 2가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회원국 다수가 우리의 주요 교역 및 투자 대상국인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계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의 ‘2025 경제정책 조사’ 보고서를 3일 공개했다. BIAC에는 한경협을 포함한 45개국 경제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조사에는 그중 36개 단체가 응답에 참여했다.
지난해 가을 조사에서는 경영환경을 ‘좋음(Good)’으로 평가한 비율이 78%에 달했으나, 올해는 16%로 무려 62%p 급감했다.
실제로 응답국 중 60%는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0.5%p 이상 감소를, 37%는 0.25%p 이상의 감소를 전망해 전체 응답국의 97% 이상이 무역장벽이 자국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정책과 무역협정 재검토 가능성 등 국제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기업들의 투자 전망에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조사 당시 응답한 OECD 회원국 단체 중 76%가 내년 투자 전망을 ‘완만히 증가할 것(Moderate increase)’이라고 답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19%로 대폭 하락했다. 또 70%는 투자가 ‘완만히 감소할 것’(Moderate decrease)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 단체 중 55%가 인플레이션이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체감경기와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물가 압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경제단체들은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8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무역·투자 장벽(66%), 공급망 혼란(43%), 에너지 가격(24%), 노동시장 불균형(21%) 등이 뒤를 이었다.
대내적 이슈 중에서는 전체 응답국의 95%가 노동력 부족과 숙련도 격차 등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를 중요한 대응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IAC은 “OECD 국가들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고실업과 노동력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적 병목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 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BIAC은 이번 조사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은 무역장벽 확대와 지정학 갈등 속에서 더 이상 자국 정책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OECD가 무역질서 회복과 디지털 규범 조율을 이끌어가는 다자협력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및 최근 이란-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지역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내수 회복세도 제한적인 가운데, 지금이 대외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면밀한 대응을 위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