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없는 네이버페이, 두나무와 동맹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토스뱅크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48건을 특허청에 출원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어 카카오뱅크(12건)와 케이뱅크(12건)도 각각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하며 토스뱅크의 뒤를 이었다.
◆ 토스·카카오·케이크,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일, 스테이블코인 명칭을 나타내는 ▲K-STABLE ▲K STABLE ▲KSTABLE 등 3종의 상표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의 티커(약어)를 의미하는 ▲KSTA ▲KBKKRW ▲KRWKBK ▲KBKSTB ▲KBKC ▲KSTKRK ▲KRWKST ▲KSTC ▲KRWSC 등 9종의 상표를 추가로 출원했다.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 6월 26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KRWTBK', 'KRWTSB', 'TSKRW' 등 48건을 출원했으며, 그 이튿날인 27일에는 토스가 추가로 24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에 따라 토스뱅크는 온·오프라인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특허청에 BKRW, KRWB, KKBKRW, KRWKKB 등 4개의 상표를 출원하며, 암호화폐와 관련된 3개 상품 분류(9류: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36류: 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42류: 암호화폐 채굴업 등)로 나누어 총 1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또 카카오페이도 지난달 17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18건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출원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라며 "관련 법안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 통화인 원화 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말한다.
일례로 시가총액 기준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달러와 1대1로 가격이 연동된다. 1USDT가 1달러라는 의미다. 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현금성 자산이나 미국 국채 같은 환금성이 높은 담보를 은행에 맡기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확보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약속에서 비롯됐다. 아울러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해시드 싱크탱크 대표로 재직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간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해시드 경영진은 최근 복수의 금융지주 최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비은행 핀테크 기업, 스테이블코인 시장 향해 전략적 협업 나서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주요 핀테크 기업들은 관계사인 은행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비은행 계열의 핀테크들 간의 협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네이버페이와 협력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이사는 지난달 26일 열린 '엔페이(Npay) 미디어데이 2025'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당국 검토 하에서 합리적 제도가 마련되고 또 참여할 수 있다면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시장에서는 조만간 네이버페이가 주도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관련 컨소시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두나무 역시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태로 네이버페이와 협력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토스뱅크처럼 별도의 플랫폼 계열사는 없지만, 업비트와의 사업적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연동 계좌를 제공하면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 속, 정책 불확실성 우려 커져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제도화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지난 6월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금융시장의 불안과 외환시장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경우 디페깅(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연동 자산의 가치와 괴리되는 현상)과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통과된 것과 달리, 국내는 여전히 규제안을 구체화하지 않았으며,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마련될 때 한국은행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