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성훈에게 비화폰 관련 "서버 삭제는 얼마마다 한번씩 되냐?" 물으며 '증거 인멸'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공권력 '우롱'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법원에 청구한 66쪽 분량의 구속영장에서는 비상계엄과 그 후의 상황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발언과 함께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구속형장의 형식은 법률 서류이지만 그 내용은 ‘전시(戰時) 지휘 일지’에 가깝다. 영장을 보면 대통령의 위헌적 발상이 국가의 안보 시스템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본지는 조은석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 전문을 입수해 어제(7월 7일) 구속 사유 필요성 등을 중심으로 사건의 개요를 살펴본 바 있다. 이번에는 본문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을 통해 계엄 선포 후 윤 전 대통령이 내린 결정적 지시와 충격적인 헌정 질서 문란 행위 등을 생생한 '증언'과 함께 공개한다.
① 사후에 꾸며진 계엄선포문…“총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과 참모진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정식 국무회의나 문서절차 없이 사후에 허위로 ‘대통령-총리-국방장관 서명 문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12월 8일 공범 김용현의 체포와 함께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는 강의구 부속실장에게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연락했다.
이 보고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은 12월 10일경 대통령 관저에서 “총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라고 말하며 계엄선포문 파쇄를 승인했다. 이에 강의구 부속실장은 부속실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던 문서를 문서 세단기에 넣어 파쇄하는 방법으로 폐기하였다. 비상계엄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선포문도 위조된 데다 그것마저 후일이 두려워 파쇄해버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가 기록물을 얼마나 멋대로 다루는지, 공적 의식이나 책임감은 전혀 없는 행동이 대통령부터 아래 참모들까지 한통속이었다. 핵심 위반 혐의는 비상계엄 선포문 폐기 관련 대통령기록물법위반, 공용서류손상 범행이다.
② 국회 해제안 저지 작전…“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해제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청장 조지호,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에게 반복적으로 전화 지시를 내렸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수가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 정족수에 가까워지자 재차 이진우 사령관에게 전화하여 '아직도 못 갔냐. 뭐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하였고,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2024년 12월 4일 01시경 이후에도 이진우에게 전화하여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업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하였다.
이 지시에 따라 실제로 경찰 기동대 29개 중대(1,963명)와 버스 85대, 지휘차량 43대가 동원돼 국회 외곽에 차벽이 설치됐고 수방사 대테러특임대는 3문을 통해 국회 안으로 진입했다. 이렇게 윤 전 대통령은 수방사 병력의 국회 진입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대통령이 의회 입법권을 직접적으로 무력화한 명백한 내란 실행행위로 평가된다.

③ 대외용 메시지 조작…“헌정질서 파괴의 뜻은 추호도 없었다”
계엄 해제 후 비판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자 윤 전 대통령은 "홍보수석실 하태원 외신대변인을 활용해 외신을 상대로 정당한 목적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비상계임을 선포하고 시행한 것처럼 거짓 홍보하여 국내외 부정적 여른을 무마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영장에 적시돼 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4일 오후경 하태원에게 전화하여 외신기자들에게 설명하라고 하면서 "국회의원 과반수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요건을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국회가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 헌정파괴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했지만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 현재의 국정마비 상황을 일단 타개하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 목표였다. 현정질서 파괴의 뜻은 추호도 없었다"라는 내용의PG(Press Guidance)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외신들에게 전파하도록 지시하였다.
영장에서는 "윤 전 대통령은 '헌정질서 파괴의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PG 내용과 달리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른조사꽃 등을 봉쇄하거나 우원식 등 주요 정치인과 법관 등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는 등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군·경에 지시하여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라고 윤 전 대통령의 귀책사유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④ 공범자 비화폰 삭제 압박…“조치해라, 그게 비화폰 아니냐”
2024년 12월 4일부터 검찰, 공수처, 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와 공범들에 대해 내란죄 등의 수사에 착수하였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언론보도 되자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7일 군사령관에게 지급한 비화폰을 관리하는 대통령경호처 차장 김성훈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하여 "차장 니가 통신에 대해 잘안다매?”, “비화폰 판련 규정이 어떻게 돼?", "서버 삭제는 얼마마다 한번씩 되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날 김성훈에게 다시 비화폰으로 전화하여 "수사 받고 있는 그 세 사람의 단말기 그렇게 놔둬도 되느냐?", "비화폰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함부로 쉽게 볼 수 있으면 그게 비화폰이겠냐?",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 그래서 비화폰 아니냐"라고 하였다.
또한 계속해서 같은 날 김성훈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하여 "빨리 조치해야 되지 않겠어?"라고 재촉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성훈에게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내란우두머리 등 형사사건의 공범인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육군특수전사령판 곽종근 등 세 명의 비화폰을 수사기관이 볼 수 없게 조치하라고 지시하였다.
대통령 지시를 받은 김성훈은 대통령경호처에서 비화폰을 관리하는 부서의 장인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 김대경에게 전화하여 "대통령님이 말씀하시더라", "수사받는 세 사람 비화폰 그거 아무나볼 수 있게 내버려두면 되겠냐고 하면서 조치하라고 하신다", “로그아웃처럼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도 있지 않냐"라며 여인형, 이진우, 곽종근 등 세 명의 비화폰 통화기록을 수사기관이 볼 수 없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김대경은 김성훈의 지시를 이행하게 되면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세 명의 비화폰 통화기록 등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자 김성훈은 수차례에 걸쳐 김대경에게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왜 아직도 조치가 안 되냐", "접속 차단 조치 해라", "내가 하라고 한 것 왜 안 하냐", "대경아, 그냥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라며 비화폰의 통화기록 등을 수사기관이 볼 수 없게 조치하라고 계속 지시하였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경호처 차장인 김성훈으로 하여금 자신의 공범자들에 대한 비화폰을 수사기관이 볼 수 없게 하도록 비화폰 관리부서장인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 김대경에 대한 직권을 남용하도록 교사한 것이라고 영장은 지적했다.

⑤ 공관촌 수색 저지…“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말이야!”
12월 8일 경찰이 김용현 국방장관 공관(윤 전 대통령이 체류 중인 관저 포함)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윤 전 대통령은 경호처 김성훈에게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국방부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와 함께 묶여 있는 군사보호구역 아니냐”, “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말이야!”라고 강하게 지시했다.
하지만 경호처장 박종준이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경찰에 협조하여 경찰관 1명을 공관촌 내로 들여보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김성훈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하여 "어떻게 됐어?", "내가이야기한 대로 잘 지켜지고 있어?"라며 수사기관에 대한 압수영장 집행 저지 상황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김성훈으로부터 경찰관 1명이 공관촌 내로 진입하였다는 보고를 받자 "그걸 왜 들어가라고 해?”, "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말이야! 응?"이라며 수사기관의 압수영장 집행에 협조하고 수사기관을 공관촌 내로 들여보낸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였다.
윤 전 대통령의 참모들 질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경호처장 박종준에게도 비화폰으로 전화하여 수사기관의 압수영장 집행에 협조하고 수사기관을 공관촌으로 들여보낸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한 뒤 닷히 김성훈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하여 "내가 그렇게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너 처장한테 내 이야기 전달 안 했어?"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권력 방패 사례이자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이다.
⑥ 총기로 경고하라…“걔들 총 쏠 실력도 없다. 총 가진 걸 보여줘라”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나 경찰같은 공권력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그 단적인 예가 구속영장에 자세히 기술돼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2025년 1월 7일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25년 1월 11일 대통령 관저 내 식당에서 진행된 대통령경호처장 직무대리 김성훈, 경호본부장 이광우, 경호3부장 남명우 등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언론에서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걔들 총 쏠 실력도 없다.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대대적으로 보도돼 큰 논란을 낳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 경호요원들에게 총기로 경찰을 '위협'하라는 발상 자체가 자신의 개인 사병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수준 이하의 행위라는 것이다.

당시 이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도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논란이 크게 일어났다. 총기 소지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라는 것이 드러났다. 영장에서는 "2025년 1월 7일 체포영장 등의 집행을 시도하는 공수처 및 경찰 인력 등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대통령경호처 소속공무원 등으로 하여금 외부에 총기가 잘 보이도록 휴대한 상태에서 순찰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위력을 보이는 방식의 경호를 실시하도록 지시하고, 김성훈, 이광우는 위와 같은 피의자의 지시에 따라 그때부터 2025년 1월 7일 체포영장 등이 집행될 때까지 대통령경호처 소속공무원 등에게 총기를 소지하고 위력 경호를 실시하게 할 것을 마음먹었다"고 적시돼 있다.
그 후 이광우는 2025년 1월 11~13일에 대통령경호처 관저부 직원들에게 "너네 만약에 2정문까지 뚫리면 소총 들고 뛰어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기관단총(MP-7) 2정을 가족데스크에 배치하라고 지시하여 그 무렵 관저부 직원들이 관저데스크 무기고에 있던 기관단총(MP-7) 2정 및 실탄 80여발을 가족경호부에서 관리하는 가족데스크에 배치하기도 하였다.
윤 전 대통령의 총기 소지 지시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다. 그는 "대통령경호처의 업무를 총괄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대통령경호처장 등의 권한을 남용하여 소속공무원으로 하여금 체포영장 등 재판의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총기를 소지하고 위력 경호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경호 업무와 관련 없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영장에서 밝히고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부터 다음해 1월 초 총기 시위까지 이어진 여섯 장면은 단순한 ‘대통령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과 헌정 질서가 1명의 권력자에게 의해 얼마나 철저히 유린되고 붕괴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제 그 법적인 책임을 명백하게 물어야 하는,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 9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심사에서 법원은 “국가 시스템이 단 한 사람의 영웅심으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