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인사청문회 '블랙홀'이 돼 가는 강선우 후보자...'페이스메이커' 역할하나?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7.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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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별 문제 아니다'에서 상황 돌변...민주당 보좌진들까지 '사퇴' 요구
대통령실 '기류 바뀌었다' 언론 보도 부인하며 주말까지 사태 예의주시
'강선우 때문에 나머지 15명 후보자 무사통과 기대' 논란 분산 효과 해석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6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이마빌딩으로 들어서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정부 첫 장관 16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나흘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진다. 두 후보자는 논문 표절과 갑질 의혹으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여권에서도 이슈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강선우 후보자의 경우 보좌관의 잦은 교체 의혹이 불거진 사태 초반만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권 내부에서 우세했다. 하지만 그 후 보좌진에게 쓰레기 분리배출과 비데 수리를 지시했다는 논란에 이어 임금 체불과 코로나19 시기 병원에서의 갑질 의혹 등이 불미스러운 이슈가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면서 강 후보자에 대한 '쉴드' 분위기도 조금씩 변하는 모양새다.

강 후보자의 거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만한 사안은 16일 ‘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이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한 것이었다. “감성팔이와 본질을 벗어난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는 강한 논조의 성명이었다.

역대 회장단에 이어 고건민 민주당 민주당보좌진협의회 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근을 못한 사람도 있었고. '종일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도 계셨고. 이 청문회를 보면서 '무섭다'라고 감정을 호소한 분도 계셨고...강선우 후보자가 정말 당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거취 결정을 본인이 좀 스스로 해주시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밝혔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과 달리 고건민 회장은 현직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의 강도가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태가 터지고 처음에는 의혹들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여러 통로를 통해 수소문해 본 결과 일정 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져 내심 놀랐다. 현직 보좌진들은 민주당 의원들과 앞으로 계속 의정활동을 하며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과 동지의식도 남다르다는 점에서 보좌진들의 총의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정무적 판단능력이 뛰어난 보좌진들이 자당 소속 장관 후보자의 임명에 단체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심각한 사안이라고 본다. 당의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강 후보자가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6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6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보좌진들의 기류는 자괴감이라는 말로 심경을 토로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동료들이 '갑질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았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동변상련을 느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전체의 특권의식과 보좌진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는 점을 바라고 있다. 

강선우 후보자의 갑질 논란의 경우 야당이나 외부의 공세가 아닌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17일 새벽을 기류로 강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실의 기류가 바뀌었다는 보도도 흘러나오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도 ‘지명 철회보다는 자진 사퇴하는 게 낫다’는 의견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워딩을 직접 전했다. 이 매체는 “두 후보자가 모두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두 사람이 (거취에 대해)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멘트를 직접 실었다. 

이렇게 일부 언론에서 강선우 후보자의 자신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자 대통령실은 17일 오전 강선우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로 대통령실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강선우 후보에 대해 자진사퇴로 대통령실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에 변함 없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이 강선우 후보자 '사퇴'에 대해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잔불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서면 일일보고를 이 대통령에게 하고 있는데 일부 후보자에 대해선 부정적 여론도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우 수석이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대통령실 기류는 강 후보자 '처리'에 대한 시기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문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18일과 주말까지 여론을 지켜본 뒤 다음주 초쯤에 대통령실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후보자 문제는 단순히 '강선우'만의 이슈가 아니라 나머지 장관 후보자 15명와 함께 종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한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 후보자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서 대통령실이 의도적으로 강선우 후보자 문제를 선제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인사청문회 기간 내내 일종의 '페이스메이커'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과 여론의 시선이 온통 강선우 후보자에게 집중된 점을 최대한 이용해 나머지 후보자들의 통과를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강선우 후보자뿐 아니라 전체 후보자들의 여론 추이를 함께 살펴보고 최종 판단을 해야 한다. 여론에 떠밀려 강 후보자부터 섣부르게 처리한 뒤 남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또 다른 이슈가 터져나올 경우 사태가 더 복잡하고 심각하게 꼬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강 후보자 한명의 처리로 15명의 나머지 장관 후보자 문제까지 한꺼번에 정리된다는 대통령실의 최종 판단이 내려져야 강선우 후보자 문제도 매듭이 지어질 것이다. 강 후보자를 인사청문회 기간 내내 묶어두는 것은 비판 여론과 논란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야당 입장에서는 강선우 후보자 문제가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강 후보자 이슈가 전체 인사청문회의 '블랙홀'이 돼 가면서 야당이 다른 장관 후보자의 검증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의 '페이스메이커 전략'에 끌려가며 청문회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오전을 기점으로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기류가 바뀐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여권이 후보자 1, 2명의 낙마는 예상하고 접근하고 있다'는 예상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평균 3명 이상씩의 장관 후보자 낙마 사태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4명, 문재인 정부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4명, 박근혜 정부는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 등 3명, 이명박 정부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이 낙마했었다. "문제는 낙마 후보자의 숫자가 아니라 발생가능한 이슈를 대하는 정권의 여론 조응 의지와 위기 관리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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