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민의힘 쇄신 작업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17일 혁신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반응을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라고 표현했다. 윤 위원장은 지도부 회의인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뒤 혁신안에 대한 비대위의 반응이 어땠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비공개 때 얘기인 만큼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답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우원회에 참석하기 전 당 쇄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헌·당규에 계엄·탄핵에 대한 사죄 명시, 최고위 폐지 등 지도부 개편,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의 거취 표명 요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때 윤 위원장이 중진 의원 4명을 콕 찍어 인적 쇄신 대상으로 언급하자 당 지도부의 반발이 이미 예상된 바 있다.
윤 위원장이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구리로 요약하겠다"고 말한 것은 자신이 제시한 혁신안에 대해 비대위 참석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윤 위원장을 몰아세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위원장의 표현이 다소 거칠기는 했지만 '다구리'라는 은어로 회의 분위기를 전한 것은 그만큼 당 지도부의 반발과 분노가 거셌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17일 국회에서 박덕흠 비상대책위원 주재로 비공개 회의를 열고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3가지 안건을 논의했다. 안건은 △당 구조 혁신(최고위원 폐지 및 당대표 단일 체제 전환) △당대표 선출 규정 △당원소환제 도입 등이다. 회의 후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3가지 혁신위 안건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당원 중심, 현장 중심, 경쟁 중심으로 당도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는 전날 윤 위원장의 ‘인적 쇄신 대상’ 언급에 대해 비대위원들의 우려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원장의 발언이 혁신위원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어떠한 공감대 없이, 개인 자격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비대위원들의 문제 지적이 있었다”며 “앞으로 충분한 소통을 통해 논의가 이어지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전날 있었던 윤 위원장의 인적 쇄신안이 혁신위의 의결을 통해 나온 공식 안건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전날 윤 위원장이 옛 친윤계와 친한계를 모두 겨냥해 의원 전원의 ‘계파 활동 금지’ 서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정점식 사무총장은 “혁신위원장 개인 의견”이라며 “개인 의견에 대해 지도부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혁신안을 당에 제출하려면 혁신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윤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분위기와 관련해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했다. 다구리는 여러 명이 한 명을 집단으로 폭행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의미하는 속어다.
그는 “어제 실명까지 언급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당에 책임지는 분이 없다는 것이 국민들 눈에 너무나 답답한 것”이라고 했다. ‘쇄신하려는 당의 노력이 없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오늘 비대위 안에서 느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도 중진들의 책임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나라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당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해오신 중진들께서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언급한 인적 쇄신안에 대해 잇따라 당내 반발이 나오는 데 대해 “반발이 없으면 혁신안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당을 바꿔 나가기 위한 혁신을 해 나가는 것이 제 몫”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이 ‘다구리’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표현이 너무 과하지 않느냐”며 “개인 자격으로 발표한 것을 지적을 했는데 그거를 ‘다구리’라고 표현한다면 그것은 도가 조금 지나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윤 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위원장은 "저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을 만들어서 권고하는 것이 저희 몫"이라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결정하는지는 지도부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당대회 전 혁신안을 관철하겠다는 구상에 변함은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리 희망한다"고 답했다.
윤 위원장이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구리'로 자신의 심경 일단을 내비친 것은 당 주류의 쇄신 거부에 대한 강한 반발도 있지만 혁신위원장 직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쇄신 작업은 '다구리'에 묻혀 시간만 흘러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