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 선 기자
“그라파이트는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공정에서부터 최후공정인 솔라패널 공정에까지 주요 부품으로 쓰이고 있다.” 사실상 그라파이트가 태양광 전 공정에서 사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용처가 많지만 사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기자는 그라파이트의 구체적인 적용사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라파이트는 흑연을 일컫는데, 이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연필심, 샤프심과 원재료가 같다. 하지만 이 소재가 특수한 제조를 거쳐 각종 첨단 화학 및 반도체 산업에 쓰이는 특수 소재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성기혁 팀장은 “물론 우리는 그라파이트를 특수가공해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으로 탄생시키지만, 연필심과 같이 종이에 쓰면 써지고 던지면 부숴지는 재료다”라며 쉽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라파이트는 수천 년이 넘게 사용된 소재지만, 오늘날까지도 신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그라파이트의 특성인 고온성, 윤활성, 전도성 등을 모두 갖춘 대체 소재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라파이트는 현재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화학 소재 산업 기술력 부족으로 아직 그라파이트를 다루는 기술력을 갖추지 못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 주도로 최근 전주탄소밸리를 설립함으로써 독자적인 탄소 관련 기술력 보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선진국들의 100여 년에 가까운 기술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불황은 없다!
메르센 그룹은 등방성 그라파이트 세계 생산량 1위 그룹으로 전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활발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라파이트는 전기, 철도, 금형, 비철금속, 유리, 반도체, 화학, 자동차, 솔라, 폴리실리콘 제조, 핵융합, 미사일, 방산, 국방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핵, 위성 등과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일부 선진국에서만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타국에 기술이전이 이뤄지지 않는 소재기도 하다.
“우리의 경쟁사인 일본 회사들은 반도체, 솔라 분야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메르센은 사용처를 일부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전 산업 분야를 다 아우르고 있다”면서, “때문에 2011년, 2012년 솔라 분야의 극심한 경기 불황에도 우리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성기혁 팀장은 언급했다. 이와 같은 모든 산업 분야를 다루고 있는 기업은 사실상 한국에서는 메르센코리아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메르센코리아는 서울에 영업사무소, 충남 아산에 공장을 두고 대략 12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주 고객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동부반도체, 서울반도체, OCI, 한화, 웅진폴리실리콘, 한국실리콘, MEMC, LG실트론, 넥솔론, 웅진에너지, SK솔믹스, 주성엔지니어링, 철도청, 포스코, 현대제철 등 다양한 필드의 굵직한 기업들이다.
사실상 태양광 부품소재 기업들이 줄도산을 면치 못하는 등 극심한 태양광 산업 불황을 겪어내고 있는 것에 비해, 메르센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그라파이트 가공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꽤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폴리실리콘을 녹이는 거의 유일한 소재
태양광 분야는 폴리실리콘을 주재료로 하는데 이 폴리실리콘은 녹는점이 1,450℃에 다다른다. 폴리실리콘을 녹여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높은 열온을 내는 재료가 필요하다. 성 팀장은 “이러한 재료를 무엇으로 사용하느냐는 이쪽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데, 텅스텐의 경우는 고가고 스틸은 상당한 양의 불순물을 내포하고 있어 사실상 폴리실리콘을 녹이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때문에 그라파이트는 폴리실리콘을 녹일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 거의 유일한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라파이트는 금형 업계의 방전가공용(EDM) 전극에도 사용된다. 핸드폰, TV, 냉장고, 자동차, 컴퓨터 등 모든 제품들은 금형으로 만들어진 케이스를 사용한다. 이 금형 전극에 그라파이트는 메이저 소재부품으로 사용된다. 더불어 최근 급부상하는 LED, 사파이어, SIC 등의 산업에서도 그라파이트는 메이저 소재다. 이 외에도 메르센 그룹은 전기 퓨즈도 제조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페라즈 퓨즈’가 메르센의 제품이다.
고순도처리 통해 불순물 5PPM 미만까지 제거
2,000℃ 이상의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그라파이트는 폴리 체인의 첫 공정에서부터 셀 공정까지 주요 부품으로 사용된다. 사실상 그라파이트는 필수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기를 가해 자체적으로 2,500~3,000℃까지 열을 낼 수 있는 비금속 중 거의 유일한 전도체로서 그라파이트는 메르센의 고순도처리 특수 공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그라파이트가 보유하고 있는 300PPM의 불순물을 5PPM 미만까지 낮출 수 있어 반도체, 솔라, 폴리실리콘 등의 산업에서 쓰일 수 있다.
메르센은 퓨어리티피케이션(Puritification : 고순도처리) 공정 기술력을 갖춘 전 세계 몇 안되는 기업으로 한국 지사인 메르센코리아는 이와 관련한 Furnace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 태양광 업체들도 불순물을 현저히 낮춘 메르센의 고순도 그라파이트를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상당하다.
이 외에도 메르센코리아는 국내에서 그라파이트 표면 SIC 코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SIC Coating Furnace를 보유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기도 하다.
세계 3대 메이저 펠트 단열재 회사 소유
“폴리실리콘 그로잉(Growing) 공정에는 펠트 단열재가 쓰인다. 고온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부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어 성기혁 팀장은 “보온병을 예로 들면 단열재를 통해 열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데, 당사는 이 역할을 해주는 세계 3대 펠트 단열재 메이저 회사인 영국의 캘캅(Calcarb)이라는 회사를 5년 전에 인수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메이저로 꼽히는 폴리실리콘 그로잉 기업들은 그라파이트 단열재 회사까지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메르센 고객사들은 원 컴퍼니를 통해 그라파이트 관련 제품은 물론 단열재까지 한 번에 기술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 메르센의 장점은 전 세계 40여 개의 지사 및 60여 개의 대리점이 분포돼 있어 미국, 유럽 등의 선진화된 기술 정보 공유 사이클이 빠르다는 점이다. 빠른 네트워크 공유는 메르센의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기술력과 노하우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재질 선정에 있어 시행착오를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점은 고객사들에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 예상
약 6여 년 전부터 솔라 사업에 발을 내디딘 메르센코리아는 다양한 전시회 참여 및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국내 시장에 활로를 넓혀왔다. 한국에 지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매출 하락 없이 꾸준히 성장 가도를 달려온 메르센코리아는 올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성 팀장은 “우리는 솔라 이외의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전망을 그리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타 분야에서 마켓 쉐어를 늘려 시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솔라의 경우 작년까지 최저점을 찍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상황은 호전될 것이다. 다만, 향후 10여 년간 지난 2009~2011년까지 일어났던 Graphite Worldwide Shortage와 같은 폭발적이고 급격한 성장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우리는 올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450억원 정도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에서 일부 대기업들이 그라파이트와 관련한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성 팀장에 따르면 향후 3~5년 사이에 일부 기업들이 그라파이트 기술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타 메이저 회사들도 빠르게 기술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메르센 역시 향후 그라파이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선진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SOLAR TODAY 이 민 선 기자 (st@infothe.com)
<저작권자 : 솔라투데이 (http://www.solartodaymag.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